2019년 1월 21일 월요일

43번 오극관 싱글앰프 - op amp 드라이브 회로와 43 오극관의 트랜스 결합

상품화를 할 것도 아니고 주변 사람에게 선물할 것도 아니므로 부족한 지식에 기반하여 내 마음대로 오디오 앰프 회로를 꾸며도 비난을 받을 일은 전혀 없다. 강호에 널려있는 오디오 고수께서 웹서핑을 하다가 내 블로그를 보고 기본도 없이 말도 안되는 시도를 한다고 혀를 끌끌 찬다 해도 어쩔 도리가 없다. 내 귀에 듣기 편안하고 이러저러한 실험을 하다가 부상만 입지 않는다면 이런들 어떻고 저런들 어떠하랴?

싱글 엔디드 진공관 앰프의 전력증폭회로를 구동하기 위한 드라이브단을 OP amp 회로로 꾸미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은 아니다. 푸시풀 증폭회로 전단의 위상반전단을 OP amp로 만드는 사례도 보았다.




심지어 그 자체로 훌륭한 14 와트 출력을 내는 오디오 증폭칩인 TDA2030을 사용하여 300B 푸시풀 회로를 드라이브하는 앰프의 회로도 발견하였다. 아래 그림이 바로 그 사례이다. 차라리 TDA2030만으로 스피커를 울려도 되지 않을까?

그림 1. 출처: Electra Print Audio(링크)

내가 OP amp 회로, 더 정확히 말하자면 CMoy 헤드폰 앰프를 사용하여 43 싱글 앰프를 구동한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진공관을 이용하여 제대로 초단부를 만들 경험이 아직은 일천하였기에, 그저 갖고 있는 기판을 재활용하는 것이 당면한 목표였다. 저항을 조정하여 게인은 11 정도로 높여 놓았다. OP amp 회로는 양전원(V+, 0, V-)을 공급하는 것이 기본인데, 휴대용 헤드폰 앰프로 쓰이는 CMoy 회로는 건전지에서 나오는 9V를 캐패시터와 저항으로 반분하여 가상 접지를 만들어서 사용한다. 그러면 아무리 게인이 높아도 출력 전압은 +/4.5V 범위 내에서만 움직이게 된다. 이는 43 오극관 전력증폭회로를 드라이브하기에는 부족하므로 보다 높은  전원 전압을 공급하기로 했다. 즉 24V SMPS(1.5A)를 사용하는 것이다. 직류 24V는 동시에 43번 오극관의 히터를 점화하는 데에도 적당하다(원래 25V가 필요).

다음의 전원부 회로도는 https://www.electroschematics.com/9448/cmoy-headphone-amp/에서 빌려다가 수정한 것이다.

그림 2.

험을 줄이려면 히터 전원을 접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위 [그림 2]에서 220옴 정도의 저항을 두 개 사용하는 (B)의 방식이 가장 일반적인데(The Valve Wizard, Heater/filament supplies), 나는 편의상 (A)의 방식을 따랐다. 여기에서 선을 빼내어 B전원과 모든 신호의 그라운드를 묶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C) 지점의 가상 접지이다. OP amp 회로는 이 지점을 기준으로 위아래로 움직인다. 그런데 (A)와 같이 접지를 연결한 상태에서 (C)를 신호 그라운드로 연결한다는 것은 좀 이상하다. 회로 전체의 접지는 현재 -12V 레일에 묶인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천원도 하지 않는 싸구려 입력트랜스(IPT-14, 10 KOhm:600 Ohm)를 써서 드라이브 회로와 오극관 전력증폭회로를 다음과 같이 분리한 것이다. 아래 [그림 3]에서 OP amp 회로도는 [그림 2]와 출처가 같다. 트랜스의 연결 방향을 바꾸어서 2차쪽에 조금 더 큰 신호가 출력되게 하였으니, +/-12V라는 전원 전압의 한계를 약간 상회할 수 있었다. 이러한 구성으로 아주 만족스러운 소리가 난다.

그림 3.

그러면 이것이 정말 최선일까? 다시 [그림 2]로 돌아가 보자. 빨강 점선으로 둘러친 상자를 살펴보면 4.7K 저항을 직렬로 연결한 뒤 중앙에서 가상 접지를 만들고 있다. 그렇다면 (A) 방식으로 접지를 하지 말고, (C) 방법만 사용해도 되지 않겠는가? 회로 구성으로 본다면 (B)와 결국은 같아지기 때문이다. 저항 값이 20배 정도 높으므로 히터 입장에서의 접지 효과는 어쩌면 좋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는 나중에 한 번 테스트를 해 봐야 되겠다. 만약 이것이 가능하다면, IPT를 쓰지 않아도 될 것이다. IPT에 의한 신호 증폭 효과가 만약 필요가 없다면 말이다.

마지막으로 IPT-14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자. 6석 라디오 회로도 등을 보면 IPT와 OPT가 트랜지스터를 사용한 푸시풀 증폭회로에 쓰이는 것을 알 수 있다(링크). 국내 사이트에 나와있는 상세한 정보(권선비, 임피던스 등)는 다음의 것이 전부이다.

그림 4. IPT-14의 구조.. 출처: IC114

아마도 1.2:1은 권선비를 말하는 것 같다. 그런데 내가 아는 상식, 즉 임피던스는 권선비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법칙에 따르면 이 권선비에서는 도저히 10 KOhm:600 Ohm이 나오질 않는다. 외국쪽 사이트를 한참 뒤져서 AUDIO TRANSFORMER, 4.07:1, 10K/600 OHM라는 제품 설명을 찾아냈다(링크). 4.07은 아마도 권선비일 것이다. 이를 제곱하면 16.56이 되고, 10,000/600 = 16.67이 되므로 서로 잘 일치한다. 그렇다면 국내 사이트에서 N = 1.2:1이라고 한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또 다른 외국 사이트에서는 EI-14 코어를 쓴 이 트랜스의 용도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10k to 600 ohm audio transformer microphone impedance step-up step-down, 링크).
A small audio signal transformer for hi-z to lo-z impedance conversion (or vice versa).
Ideal for matching a low impedance communications microphone to a high impedance input.
Many vintage valve transceivers have high impedance microphone inputs and this can sometimes result in insufficient drive when used with a modern low impedance microphone. With this transformer, you can use a low impedance microphone and still have enough level to drive the transmitter properly. The transformer will even fit inside most hand microphones.
Used in the opposite direction, it could be used to connect a classic high impedance microphone to a modern radio with a low impedance input.
(참고: 구미에서 radio 혹은 two-way radio는 보통 무전기를 일컫는다.)

진공관 앰프를 자작하는 많은 매니아들이 나름대로의 목적으로 라인 트랜스 혹은 인터스테이지 트랜스를 이용한다고 들었다. 이런 트랜스는 덩치도 매우 크고 Lundahl 등의 고급 제품은 매우 비싸다. 그런데 내가 사용한 트랜스를 보라. 코어 사이즈는 겨우 14 mm에 불과하다(어제는 코일이 감긴 수를 직접 확인하려고 하나를 분해해서 선을 풀다가 포기하였는데 코어 재질은 색깔을 보아하니 규소강판이 맞는 것 같았음). 트랜스가 작으면 저음부에서 손해가 많다고 하였다. 비웃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저걸 진공관 앰프의 드라이브 회로 뒤에 넣는다고? 푸하하...'
'포켓 라디오도 아니고 뭐여...'
'아니, OP amp 회로를 써서 진공관을 드라이브한다고? 그것도 고급도 아닌 LF353으로?'

그림 5. 내가 사용한 IPT-14.
그림 6. 자그마한 IPT이지만 사인파는 별 왜곡 없이 내보냄을 알 수 있다.

방문자들의 비웃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지만 이러한 엉뚱한 시도를 시발점으로 꾸준히 개선을 해 나가고자 한다.

댓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