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 8일 화요일

진공관 앰프용 출력 트랜스포머를 감아보자

내가 이 일까지 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아직 필요한 부속(R 코어)이 도착하지는 않았지만 도대체 어떻게 에나멜선을 감아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단계에 왔다.

트랜스포머는 가장 흔하게는 가정용 교류전기를 원하는 전압으로 낮추거나 심지어 높이는(진공관 앰프에서는 200 V를 훨씬 넘는 고전압 직류가 필요) 용도, 즉 전원트랜스포머로 사용하며, 진공관의 출력단에 연결하여 임피던스를 맞추는 용도로도 사용한다. 내가 직접 만들고자 하는 것은 후자인 출력 트랜스포머이다. 예전에는 대부분의 가전제품을 작동시키기 위하여 무거운 트랜스포머로 전압을 낮춘 뒤 정류하여 직류를 만들어야만 했다. 그러나 요즘은 SMPS(switching mode power supply)라는 훨씬 가볍고 효율이 높은 전원장치가 널리 쓰인다.

트랜스포머의 원리는 보통 다음과 같은 그림으로 설명을 한다.
하지만 실제 저렇게 생긴 코어(철심)에 에나멜선을 감지는 않는다. 교류전압의 변환용으로 쓰이는 일반적인 트랜스포머는 영문자로 E자와 I자처럼 생긴 코어를 이용한다. E 자의 가운데 축에 에나멜선이 감긴 보빈(bobbin)이 들어간다. 트랜스포머의 용도에 따라서 코어의 재질도 달라진다고 한다.


트랜스포머의 코아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오디오용으로 트랜스포머를 DIY하려는 사람에게는 몇 가지 선택의 여지가 있다. 개략적인 내용은 Transformer basics 페이지를 참조해 보라. 나는 제이엘범에서 J-50이라는 R 코어를 한 조 주문한 상태이다. 코어의 단면은 원형에 가깝고 직경은 22.1 mm이다.


여기에는 두 개의 보빈이 들어가는데 무엇으로 보빈을 대신해야 될지, 또한 실제로 어떻게 권선을 해야 하는지를 공부하는 중이다. 한쪽 보빈에 1차 권선을, 다른쪽 보빈에 2차 권선을 몰아서 감으면 가장 단순하겠지만 전원 트랜스포머가 아니라면 실제로는 이렇게 잘 하지 않는 것 같다. 임피던스 비율이 5 kOh : 8 Ohm이라 가정하면 권선비는 대략 25:1이다. 이를 개별 보빈에 따로 감으면 두께의 차이가 너무 크게 나서 코어에 넣지 못할 수도 있다. 따라서 반씩 나누어서 감는 것이 하나의 해결책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하나의 보빈에 1차와 2차가 같이 감겨야 하는데, 1차를 다 감은 후 2차를 감을 것인가, 혹은 한 켜씩 번갈아 감을 것인가? 그 사이에 절연지를 넣어야 하나? 그리고 2차에 8 Ohm과 4 Ohm 탭을 같이 내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출력 전압은 권선비에 비례하지만 임피던스는 권선비의 제곱에 비례한다. 즉, 2차 권선이 100회(8 Ohm)라고 하면 4 Ohm 은 50회째가 아니라 70.7회 감은 곳에서 탭을 내어야 한다. 제이앨범에서 제공하는 권선 보빈의 사례를 하나 살펴보자(링크).

1차와 2차의 감은 비율(권선비)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몇 회를 감았는지도 중요하다. 에나멜선의 두께도 잘 골라야 한다. 너무 두꺼운 것을 쓰면 원하는 만큼을 다 감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짧은 경험으로 말하자면 진공관 앰프 제작의 꽃은 섀시 및 트랜스포머의 제작이 아닐까 한다. 진공관 자체는 이미 제조된 것을 사용해야 하므로 새로운 회로를 만들거나 기존의 회로를 개선하는 것 말고는 창의성을 발휘할 곳이 많지 않지만, 트랜스포머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예측하기 힘들고 까다로운, 그러나 잘 감으면 기성품 못지않은 가격대비 성능비가 나오는 부품이 바로 (출력) 트랜스포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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