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통해 사람들은 더욱 가까워졌다. 조직화를 위한 수고를 하지 않더라도 생각은 쉽게 전파되고 있으며 정제되지 않은 의견에 의해 사람들은 너무나 쉽게 영향을 받는다. 모든 정보가 똑같은 진실성과 가치를 갖고 있는 것이 절대로 아니지만 이를 구별하기는 과거보다 더욱 어려워졌다. 때로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 숨은 의도를 지닌 정보가 마치 진실인양 흘러다닌다. 그 정보는 십중팔구 돈(금전적 이익)과 관계된 것이다.
지금 방송되는 TV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사람이나 다루어지는 내용에 대한 검색어가 순식간에 포털 사이트를 장식하는 세상이 너무나 어색하게 느껴진다. 인기를 먹고사는 유명인들은 자신이 실시간 검색어에서 우선순위에 오르기를 갈망하고 있는 듯하다.
요즘 자주 들리는 비속어 중 "핵노잼"이라는 말이 있다. '핵'은 말 그대로 핵폭탄급의 파괴력과 충격을 의미한다. '노잼'은 'no 재미'를 의미한다. 즉 '핵노잼'은 정말 재미가 없음을 뜻하는 말이다. 당연히 좋은 의미가 아니다. 이는 바로 핵폭탄 만큼의 파괴력을 가질 정도로 충격적인 재미 없음이며, 절대로 추구해서는 안될 바에 해당한다. 한번 핵노잼으로 낙인이 찍하면 이를 회복하기가 너무나 어렵다. 특히 신작 영화 개봉 초기에 '핵노잼'이라는 의견이 인터넷 사이트에 댓글로 올라오기라도 하면 그 파급력이 너무나 커서 이를 바로잡기 위해 애를 먹는다고 한다.
난 여기서 두 가지 면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려 한다. 세상사 모든 일을 재미라는 기준으로 재단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물론 요리는 맛이 있어야 하고, 영화나 TV 프로는 보기에 즐거워야 하며, 음악은 듣기 좋아야 한다. 재미는 이처럼 인간 생활을 윤기있게 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나 진지함을 추구해야 할 상황조차 '재미가 있는가 없는가'의 문제로 환원되고 만다. 맛은 있지만 몸에는 좋지 않은 음식의 예가 너무나 많듯이 말이다.
관중석에게 가장 큰 재미를 선사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바로 등수 매기기 아닌가? 요즘 무척 풍성해지고 있는 TV 프로그램을 예를 들어 생각해 보자. 어느 순간 갑자기 예능의 대세가 된 요리사들이 어떤 포맷의 프로그램에 나오는가? 1등 뽑기 아닌가? 가요 프로그램은 어떤가? 또 음악-패션-요리 등등 쟝르를 넘나드는 오디션 형태의 프로그램 역시 1등을 뽑기 위한 과정을 재미있는 볼거리로서 미화하고 있다. 치열하게 경쟁하고, 노력하고, 기득권을 가진 평가자들(멘토라는 말로 때로는 불린다)에 의한 조련으로 거듭나고, 거기에 개천에서 용 나는 식의 스토리 메이킹까지..
여기서 잠깐! <강적들>, <대찬인상> 부류의 내가 매우 싫어하는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사람들은 십중팔구는 대본에 따라 방송을 하고 있을 것이다. 제아무리 방송연예계 기자나 PD라 해도 매주 달라지는 대상에 대한 당시 사정을 그렇게 훤하게 꿰뚫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 그런데 요즘 인기를 얻는 <복면가왕>에서 연예인 판정단들이 복면을 쓴 출연자가 누구일 것이라고 발언하는 것도 역시 대부분은 대본에 의한 것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전부 연예인이라 해도 사람들이 다시 기억해주면 '흐뭇함을 느낄 수 있는' 잊혀진 가수들을 그렇게 골고루 나열할 수 있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다시 주제로 돌아와서... 경연대회를 구경하는 관중은 참다운 참여자가 되지 못한다. 대신 관중들에게도 투표를 행사하게 함으로서 뭔가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 이른바 일종의 면죄부를 부여하는 것이다. 출연자가 연습하고 준비한 만큼 나는 평가한다. 따라서 모든 것은 출연자의 책임다. 과연 그럴까?
또 하나는 남의 의견에 너무나 쉽게 영향을 받는 시대가 되었다는 뜻이다. 근처의 음식점을 찾거나 책을 사거나 볼 영화를 고를 때, 일단 이를 미리 접한 사람들이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지를 먼저 찾아보게 된다. 뉴스를 보아도 그 사건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해설을 곁들인 기사를 같이 보지 않으면 이 일이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를 쉽사리 판단하지 못한다. 사람들의 이러한 행태를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이러한 속성을 이용하기 위하여 어떤 의도를 가진 진실하지 않은 정보가 곳곳에 넘쳐난다. 일례로써 이제 더 이상 업데이트를 하지 않는 네이버 블로그에 돈을 지급할테니 광고성 리뷰를 올려달라는 메일이 아직도 나에게 종종 날아온다. 어쩌면 블로그를 운영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이런 제안을 뿌리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다 한 명은 이 제안을 받아들일 터이니까 말이다.
컴퓨터 모니터 혹은 손바닥 속 휴대폰 액정 화면의 좁은 사각 틀로 세상을 보지 않으려고 나름대로 무던히 애를 쓰지만 결코 쉽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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