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8월 13일 목요일

3인치 유닛을 이용한 스피커 2호기 제작

나의 자작 스피커 2호기와 2.5호기는 종이(하드보드지)로 매우 어설프게 만든 것이었다. 그래서 이번에 나무를 이용하여 제대로 통을 만들면서 여기에 공식적인 2호기 명칭을 붙이기로 한다. 종이로 만든 2호기와 2.5호기는 역사에서 지운다!

휴대용 카세트라디오에 스피커 유닛이 하나만 들어있다고 해서 이를 full-range 유닛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이번 제작에 사용한 유닛은 정격 4옴/50와트(86 dB)의 3인치급 제품이지만 풀레인지라고는 부르기 곤란하다. 재생 주파수 범위가 300~10,000 Hz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자작용으로 흔히 쓰이는 삼미 CW-77B10K(8옴/10와트)도 사양표 상에는 20,000 Hz까지 재생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내가 사용한 유닛은 이보다 가격이 더 싸다.

이번 2호기의 컨셉트는 매우 단순하다. 저렴한 유닛을 담아 책상 위에서 들을 작고 귀여운 스피커통을 만들자는 것. 용적이 어쩌고 포트 직경과 깊이가 어쩌고... 그런것은 완전히 무시한다. 전체적인 모양은 정육면체에 가깝게 하였다(폭 130 mm x 높이 145 mm x 깊이 150 mm). 전체적인 모양과 외형 수치에 대한 스케치를 전문 업체에 보내어 재단된 목재를 받았다. 측면은 12 mm 자작나무 합판, 전후판은 15 mm MDF로 하였다. 직경 79 mm로 뚫은 전면 배플판이 스피커에 딱 들어맞는다.


재단된 목재를 테이프로 붙여서 가조립을 해 보았다.


뒷면에는 직경 38 mm의 구멍이 뚫려있다. PVC 파이프를 쓰서 덕트를 달 예정이다. 단자대를 달 구멍은 내가 직접 뚫을 생각이다.


손바닥을 펼친 정도의 크기에 지나지 않는 소품이지만 사선으로 절단된 측판 4개를 어떻게 붙이는 것이 가장 적합할지 감이 도무지 잡히지 않았다. 뒷판을 바닥에 놓고 측판을 둘레에 목공본드로 접착한 뒤 운동화 끈으로 붙들어 묶었다. 나름대로 평평한 바닥에서 기준을 잡겠다고 식탁 유리에서 조립을 했는데 본드가 다 굳고 보니 약간의 단차가 발생하였다.


위 사진에서 네모 형태의 틀은 전면판이 쑥 들어가지 않게 하는 지지대이다. 전면판을 고정할 나사못이 여기에 박히게 된다. 전후판을 측판의 단면을 덮게 하는 방식과 내부로 들어가게 하여 측판의 단면이 노출되게 하는 방법이 전부 가능한데, 자작나무 합편 특유의 단면이 노출게 하기 위해서 내부로 넣는 방식을 택하였다. 단 좀 더 예뻐보이게 하려고 측판보다 3 mm 정도 더 들어가게 하였다.

전면판의 지지대를 측판 조립과 동시에 해야 하는지, 혹은 통을 조립한 다음에 넣어야 하는지를 고민하다가 후자의 방법을 택했다. 접착제가 다 굳은 뒤 지지대를 통에 넣으니 너무 뻑뻑하여 한참을 사포질을 하였다. 지지대를 정확히 18 mm 내부에 붙이기 위해 버니어 캘리퍼를 사용하였다.

스피커를 고정한 전면판은 아직 정식으로는 고정하지 않고 살짝 밀어넣은 상태이다. 이제 소리를 들어보자. 소스는 아이패드(멜론) + 최근 딸아이와 함께 만든 TPA3125D class D 앰프이다.


오잉? 생각보다 저음이 약하다. 전에 종이로 만든 인클로저보다 오히려 조금 더 가볍다는 느낌이 든다. 그때는 덕트가 전면에 있어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사무실에서 매일 듣는 1호기(4.5인치급)보다 직경이 줄어서 그런가?  내 귀에는 한참 부족한데 딸아이는 소리가 좋다고 해 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재단을 외부에 맡겼으므로 이번 제작은 종이로 통을 만들 때보다 훨씬 수고가 덜 들어갔다. 그래도 명색이 나무인데... 저가 유닛은 어차피 안고 가야 할 운명이니 그대로 두고, 포트와 흡음재 정도로 최종 튜닝을 해 보겠다. 마감은 또 어떻게 한담! 인클로저 설계에 대한 이론은 전부 건너뛰고 만들었지만 마감(사포질+칠)을 위해 또 공부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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