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14일 일요일

기록에 힘쓰느라 현장의 분위기를 잊어버린다면...

오마이뉴스 <사는 이야기>에 실린 글 일부를 발췌해 본다. 어느 만년필 애호가가 기고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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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에 복학을 하자 강의실은 노트북 타자소리로 가득 찼다. 새내기 시절만 해도 수업시간에 필기를 노트북으로 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는데 3년 만에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해를 거듭할수록 노트북을 가져오는 학생들의 비율은 높아만 갔고, 휴대폰이나 아이패드에 블루투스 키보드를 연결해 필기를 하는 얼리어답터도 나왔다.

한 교수님은 노트북만 바라보며 부지런히 타자를 치는 학생들을 보며 자신이 기자회견을 하는 느낌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옆에 앉은 동기는 타자 소리가 너무 거슬린다며 투덜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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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글이다. 문자에 의한 기록뿐만이 아니다. 어디든 볼거리가 있는 곳이면, 카메라 혹은 휴대폰을 꺼내드는 사람들을 쉬 접하게 된다. 기록을 남기게 되면 나중에도 볼 수 있고, 더 많은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다. 그래서 기자라는 직업이 필요하다. 긴급한 구조가 필요한 상황에서 팔을 걷어붙이고 현장에 뛰어들 것인가, 혹은 냉정하게 카메라를 잡고 그 장면을 기록하여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인가? 이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대개 기자라면 후자를 택한다.

손으로 적는 필기 대신 수업 시간에 토닥토닥 키보드를 두드린다. 말하는 사람(즉 교수)가 전달하려는 메시지와 그 분위기에 집중하는 것보다는 기록 자체에 몰두하게 된다. 나중에 돌아와서 기사로 정리할 생각이라면 그건 '취재'지 수업이 아니다. 기록 후 정리할 시간이 주어진다면, 차라리 캠코더로 녹화를 하면서 교수님 얼굴과 칠판을 열심히 쳐다보며 이따금 필기를 하는 것이 수업 분위기를 더 낫게 하는 것이리라.

오마이뉴스가 내세우는 문구가 '모든 시민은 기자다'였던가? 고발할 거리가 너무나 많은 대한민국에 살면서 기록 정신으로 투철하게 무장한 대한민국 국민들을 뭐라 탓할 수는 없다.

가끔씩은 기록을 위한 문명의 이기를 모두 내려놓고서, 현장의 분위기를 있는 그대로 느끼고 싶다. 기록은 내 눈과 머리 속의 기억으로 충분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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