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과 함께 롯데월드몰 근처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던 주말, 내 구글플러스로 들어온 댓글 하나가 기분을 완전히 망치게 만들었다. 이에 질세라 나도 반박 댓글을 달았는데 또 이에 대하여 신경을 거스르게 하는 글을 부지런하게 달았기에, 아예 원본 포스팅까지 지워버리고 말았다.
사건의 발단은 이러하다. 내 구글플러스에다 기타리스트 박규희씨(페이스북 링크)의 유튜브 동영상을 링크로 달고, 간단히 글을 달았었다. '작은 몸집으로(특히 손) 기타를 자유자재로 다루려면 얼마나 힘이들까?... 앞으로 더 큰 활약을 기대해 본다' 정도의 짧은 글이었다. 박규희씨의 동영상을 몇 개 보면 쉽게 알겠지만. 여자로서 결코 큰 몸집이 아니다. 몸집이 작으면 당연히 손도 작고 따라서 클래식 기타를 치기 위한 왼손 운지가 쉽지 않다. 유튜브에 달린 외국인의 덧글 중에도 이러한 불리한 점을 극복한 것에 찬사를 보내는 것이 있었다. 내가 쓴 글은 아무리 읽어봐도 '신체적으로 불리하니 앞으로 더 노력해라'라고 비하하듯 쓴 것으로 읽히지 않았다.
신문 기사와 사진을 보라. 링크1 링크2 그리고 기타를 안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라. 기타가 얼마나 크게 느껴지는지 사진을 통해 느껴 보라. 그녀가 세계 수준의 기타리스트가 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지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내가 쓴 구글플러스 포스팅에 b*e라는 사람이 이러한 댓글을 달았다. 기억에 의존한 것이라서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미 자유자재의 경지에 오르신 분인데요. 이런 글을 쓰시다니요. 그것도 반말로... 님은 대단한 연주자이신가보죠? 그렇다면 한곡 땡겨 보시지요?"
이건 뭔 헛소리인가? 내가 유튜브 사이트에 올라온 동영상 밑에 댓글을 단 것도 아니고, 내 구글플러스에 링크를 달고 글을 작성한 것인데 반말이라고 시비라니? 그리고 아무리 기성 아티스트라 해도 어떤 공연이나 연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문화 소비자 입장으로서 비평을 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마치 가수의 노래를 듣고 나쁘게 비평한 사람에게 '너는 그만큼이나 부를 수 있느냐?'고 비난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난 나쁘게 비평을 하지도 않았고, 이렇게 멋진 연주가가 되기까지 뒤에 숨은 피나는 노력이 얼마나 컸을까 하는 것을 쓴 것에 불과하다. '기특하다, 더 열심히 해라'라고 비아냥거린 것도 아닌다.
기분이 몹시 나빠진 나는 휴대폰으로 덧글을 달았다.
"여긴 박규희씨의 공식 사이트나 공공 게시판이 아니고 제 구글플러스입니다. 저는 박규희씨의 앨범도 갖고 있는 팬의 한 사람입니다... 님의 글을 지울 권한도 제게 있습니다."
그랬던니 또 얼마 안되어 덧글이 달렸다. 내 구글플러스에 +1을 한 것은 실수였고 애초에 내 글이 어이가 없었다고 한다. 기분이 몹시 상한 나는 원본글까지 전부 지워버리고 말았다. 아울러서 내 구글플러스의 덧글 기능도 없애버리고 말았다.
호기심이 발동하여 b*e이 구글에서 어떤 흔적을 남기고 있는지 조사해 보았다. 프로필 같은 것은 없고, 전부 유튜브 동영상에 삐딱한 시선의 댓글을 남기고 있었다. 자신의 공식 공간(블로그나 구글플러스등)에 링크를 가져다 놓고 비평적인 글을 작성했다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정작 자신은 유튜브 사이트에 직접 댓글을 달았고, 개중에는 반말로 된 것도 당연히 있었다. 물론 동영상을 업로드한 사람 혹은 동영상에 찍힌 사람이 보면 기분이 좋지 않을 내용이었다.
키보드와 모니터 앞에 앉으면 사람들이 조금씩 전투적으로 변하는 모양이다. 어쩌면 내가 과민 반응을 한 것일지도 모른다. 내가 만약 마케팅의 수단으로서(혹은 단순히 내 생각을 세상에 전파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이것에도 마케팅이라는 용어를 붙이는 것이 정당하다면) 인터넷 공간을 활용한다면 좀 더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고 설득력있는 어체로 글을 작성할 것이다. 자기 블로그나 사이트임에도 불구하고 경어체로 글을 작성하는 것도 마찬가지의 노력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사이트와 블로그를 운영하는 이유는 개인적인 용도가 더 강하다. 업무와 취미, 그리고 일상생활과 관련된 정보들을 공개된 공간에 정리하는 것은 혹시 타인들이 내 글을 통해서 유용한 정보라고 생각되는 것이 있으면 활용했으면 하는 소박한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딱 그만큼이다. 나는 라라윈이나 최윤섭 박사 정도로 정성이 가득하고 전문성이 담긴 사이트를 운영할 생각은 전혀 없고 그럴 능력도 없다.
더 이상 사소한 덧글에 반응하지 말자. 개인용도로 운영되는 사이트라면 과감히 댓글 기능을 차단하는 것도 고려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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