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함께 보았던 <인터스텔라>를 이번에는 아들과 함께 보았다. 주인공 쿠퍼가 물벼락을 맞고 돌아와서 23년간 쌓인 메시지를 보는 장면, 블랙홀에서 타스와 함께 '90%만 솔직하기'를 읊조리며 스스로 레인저호를 분리하는 장면, 그리고 마지막에 에드몬드의 돌무덤을 쌓으며 외로움과 절망감에 울고 있는 아멜리아의 모습... 영화 <레 미제라블>에서 팡틴 역을 하면서 I dreamed a dream을 부르던 모습이 자꾸 떠오르는 것이 아쉽기는 하였지만. 도저히 눈물 없이 보기 어려웠다. 옆에서 같이 보던 아들도 마찬가지였고, 여기저기서 눈물을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최신 천문학과 관련된 내용이 중요한 소재로 다루어지고 있어서 꽤 어려운 영화라고들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런 세부적인 상황이 영화를 영화로서 받아들이기에 큰 지장을 주지 않는다. 너무 신파조로 흐른다느니, 그래서 정작 이 영화가 만들어진 미국에서는 인기가 없다느니 하는 소식도 있다. 그러나 나는 인류의 위기에서 개인적인 부름을 받아 고뇌하면서 받아들이는 모습(물론 미션에 끌어들이기 위해 브랜드 박사는 진실을 숨기기까지 했지만), 항성간 여행을 다녀온 뒤 시간의 흐름 속도가 차이가 나서 벌어지는 기막힌 현실, 큰 손상을 입어서 연료가 얼마 남지 않은 인듀어런스호를 이끌고 결국 에드먼드 행성으로 아멜리아를 보내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모습 등 인간의 보편적인 정서에 호소하는 바가 너무나 강력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줄거리가 우주라는 장대한 볼거리, 그리고 정교한 세트와 촬영 및 파이프 오르간 비슷한 소리의 악기 연주로 이루어진 한스 짐머의 장중한 음악과 아주 잘 어우러진 감동적인 영화라고 생각한다. 약간 지루한 느낌이 들 수도 있지만,두번째 보는 내내 전날 잠을 설쳐서 쏟아지는 피로를 전혀 느끼지 못할만큼 몰두할 수 있었다.
TV 조선에서는 아주 한국에서의 인터스텔라 흥행 돌풍이 지적 허영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는 아주 웃기는 기사를 냈다. 공부하면서 보는 영화? 정말 영화 평론가가 지적 허영이 이런 흥행 돌풍을 불러일으키는데 일조를 했다는 말을 하기나 했을까? 기자가 하고 싶은 말을 쓴 것이겠지. 영화 자체가 재미있으니 사람들이 보는 것이고, 또 많은 사람들이 본다고 하니 다른 사람들도 영화관으로 발길을 돌리게 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러면 1700만명이나 되는 관객을 모은 <명량>은 허영에 가까운 국수주의적 태도에 의한 것인가? 난 <인터스텔라>의 맹목적인 추종자는 아니다. 분명히 약한 구석도 있고, 불충분한 부분이나 오류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충분히 눈과 귀가 즐거웠고, 감동적이었으며, 같은 영화를 두번이나 보게 된 최초의 사건이 이 영화를 통해 일어났음을 강조하고 싶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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