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된 이후 나는 휴대폰에서 앱을 지우고 PC의 웹 브라우저를 통해서만 올라온 글들을 읽고, 아주 가끔 글을 올리고는 하였다. 제1대 밴드 원년 멤버 시절에는 꽤 열심히 글을 올리곤 했건만... 그러면서 올 가을에는 서울 출장 길에 두 번의 오프라인 모임을 갖기도 하였고.
한번도 같은 반이 아니었던 친구를 밴드 앱에서 알게되어 몇 번의 대화를 나눈다. 같은 시절 같은 학교를 다녔으니 공유되는 추억이 분명히 있지만 어딘가 모르게 공허하다. 프로필 사진을 계속 보게 되니 얼굴은 서로 조금씩 익숙해진다. 그러다가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비로소 처음 만난다. '아, 네가 ???구나'라고 인사를 하지만 실제로는 '처음 뵙겠습니다'가 맞는 것이다.
이제와서 친한 대학 동창 몇 명이 모인 밴드를 제외하고 전부 탈퇴를 해 버린 것은 왠지 자연스럽지 못한 온라인 세계에서의 소통방식이 어색하고 자꾸 새 글과 내 글에 대한 반응을 확인해야 한다는 욕구에 대해 피로감이 극도에 달했기 때문이다. 마치 여러명의 궁사가 서로 다른 표적을 향해 활을 쏘아대듯, 누군가 시작한 포스팅에 대해서 덧글과 덧글이 꼬리를 물고 급기야는 누가 누구에게 말을 거는 중인지 알기 어려운 상태가 되어버린다. 간혹 사회적인 성공을 강조하고 싶어하는 친구들도 있고(대개는 오프라인 모임에서 더 진가를 발휘하는 듯), 그때그때 새로 등장한 회원들이 초창기에 쏟아내는(나 역시 그랬었다) 글들의 러시가 이어진다. 수십개의 새로운 소식이 있다고 해서 들어가 보면 단지 '좋아요'에 해당하는 표식을 남긴 것에 불과할 뿐이다. 그 자체가 즐거움을 추구하는 한 방식이요 스트레스 해결의 수단이 될 수도 있겠지만 큰 의미도 없고 영양가도 없이 이어지는 글과 뒤엉킨 덧글이 주는 피로감은 매우 컸다. 게다가 최근에는 조직화 또는 권력화(?)의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어서 여간 어색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친목을 도모하는 모임으로 머물면 안되는 것인지? 이런 피로감과 혼란스러움에 나는 밴드 상의 친구들에게 아무런 기별도 남기지 않고 아무런 주저함 없이 '탈퇴'의 터치를 누르고 말았다.
기술이 예상할 수 없는 속도로 변하면서 인간관계를 맺는 방식도 크게 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바람직한 것인지 혹은 그렇지 않은 것인지 아직 알기는 어렵다. 정성껏 조리한 음식을 꼭꼭 씹어 먹던 시대에서 이제는 알약 하나만 먹으면 모든 배고픔이 해결되고 필요한 영양을 취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현실에 우리의 신체와 정서가 적응하려면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자연스럽게 수용할 만한 점진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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