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 출장을 앞두고 항상 어떤 카메라를 가져갈 것인지 고민을 하게 된다. 예전에는 어딜 가든지 항상 SLR과 렌즈 몇 개를 챙겨 가는 것을 당연히 생각했었지만, 점차 게을러져서 그런지 무거운 카메라는 점점 손에서 멀어지게 된다. 내가 주력으로 쓰는 DSLR은 올림푸스 E-620으로서 매우 작고 가벼운 기종이지만, 이제는 이조차도 번거롭게 생각하고 있으니!
출장도 여행의 일종이므로 새로운 곳의 모습을 담기 위한 카메라를 챙긴다는 것은 결코 사소한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학회에서는 발표 중의 슬라이드 화면을 찍기 위해 망원쪽으로 줌이 잘 되고 해상도가 좋은 카메라는 더욱 필요하다.
가장 최신의 정보를 담고 있는 슬라이드 화면은 초록집으로는 제공되지 않으며, 심각하게 따지자면 저작권의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이를 사진으로 담는 것을 제재하지는 않는다. 아무리 연구 기밀이라 해도 발표 내용을 메모하거나 녹음하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지 않은가? 가장 보편적인 연구 기밀상의 제한은 파워포인트 자료를 주최측에 남기지 않고, 초록을 제외한 인쇄물을 허가하지 않는 정도이다. 연예인 행사에서는 초상권을 운운하면서(실제로는 소속사에서 연예인들의 이미지를 독점 관리하기 위한 상업적인 목적이 더 큰 것이겠지만) 일반 참가자들의 사진 촬영을 엄격하게 금지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지만.
오랜 사진 취미를 갖고 있으면서 정작 쓸만한 카메라 가방이 없다는 것 역시 여행지에 가져갈 카메라를 고민하게 만드는 이유가 된다. 작고 매력적인 최신 카메라를 새로 구입한다면 기본 제공되는 주머니 정도로 모든 것이 다 해결된다. 그러나 돈이 든다!
아무래도 이번에는 파인픽스 s65000fd를 가져가게 될 것 같다. 렌즈 교환이 필요 없고, 크기에 비해서는 가볍고, 망가져도 크게 슬프지 않고. 구식 디카의 문제점은 고스란히 다 갖고 있다. 600만 화소에 불과한 해상도, 손떨림 방지 기능은 없으며 고감도에서 나타나는 노이즈는 정말 대단하다. 그렇지만 웹에 올릴 수준의 일상적인 수준을 실외에서 촬영하는 목적이라면 나쁘지는 않다. 비교적 빠른 렌즈(광각시 f/2.8), 35 mm 환산으로 28-300 mm의 나쁘지 않은 줌 레인지, 장점이자 단점인 전지 문제(AA 사용), 그리고 수동 줌 조작 등이 매력이다. E-620과 비해 더 나은 점이 있다면 보잘것 없지만 동영상을 찍을 수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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