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22일 토요일

나의 휴대폰 편력


어쩌다 보니 2012년 한해 동안에 무려 7개의 단말기(이 중에서 6대가 스마트폰)가 내 손을 거치고 있다. 실제로 구입한 것은 스마트폰만 무려 4개! 하지만 제대로 값을 치르고 산 것은 별로 많지 않으니 이에 대한 변명을 늘어놓아 보고자 한다. 모토로이를 2010년부터 2년간 써 오다가 느린 속도와 오동작을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2년 약정으로 같은 회사의 아트릭스를 사게 되었다. 아트릭스 역시 2년 약정이었고, 모토로이의 2년 약정에서 두달이 남았기에 약간의 위약금을 물었었다. 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마 34요금제를 쓰는 조건으로 아트릭스 구입 시에 기계값을 내지는 않았던 것 같다.

모토로이는 노리폰을 쓰던 딸에게 장난감 삼아 넘겼는데, 수시로 와이파이가 되질 않고 꺼지기 일쑤여서 배터리를 뺐다가 다시 끼고는 하는 딸의 모습이 안되어 보여서 결국 구입한지 얼마 안되는 아트릭스를 넘겨주었다. 당시 나는 스마트폰의 효용에 대해 다소 회의감을 갖고 있었고, 어쩌면 나보다는 아이들이 친구들과 소통(주로 카카오톡)하는데에 스마트폰이 더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오판(?)을 하였었다. 아직 이에 대해서는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이다. 대신 내가 딸아이의 노리폰을 얼마간 사용하였다. 문제는 아트릭스 할부금을 내기 위한 34 요금제를 노리폰으로는 도저히 소화할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피처폰을 쓰게 되니 내가 스마트폰에서 가장 유용한 기능으로 생각하던 메일 체크를 안하게 되고, 남아 도는 데이터(100 Mb/월)가 너무 아깝게 느껴지게 된 것이다. 화면도 작고 전용의 모바일 브라우저 성능도 좋지 않았기에, 데이터 통신을 쓸 일이 더더군다나 적어진 것이었다.

이로부터 팔자에 없는 중고 휴대폰 편력이 시작된 것이다! 족쇄와 같은 34요금제를 알뜰히 쓰기 위해 값싼 스마트폰을 중고로 구하기로 결심하고 고통스런(!) 검색 끝에 옴니아팝을 중고 업자를 통해 구입하였다. 이를 약 한달 동안 사용하면서 지금은 구닥다리가 되긴 하였지만 윈도우 모바일 6.5라는 독특한 OS를 즐거이 체험하였다. 처남이 쓰다가 만 KT 쇼옴니아를 얻어다가 SKT USIM을 꽂아서 설정 변경 후 써 보기도 하였다. 옴니아팝에 비해 속도는 월등히 유리하였고 장대한 액정 화면도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MMS가 되지 않는다는 치명적인 문제로 더 이상은 활용하기 어려웠다.

지금도 옴니아 시리즈에 대한 호기심은 여전히 갖고 있다. 옴니아팝은 모토로이와 더불어 멜론 평생 무료 이용이 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오리지널 옴니아에 비해서는 화면도 작고 많이 느리다. CPU는 옴니아2와 동일한 것으로 알지만, 다른 모든 면에서는 아쉬움이 많다. 옴니아팝은 매우 휴대성이 좋고 배터리가 오래 지속되는 장점이 있다. 아직도 중고 장터에서는 대리 기사들에게 옴니아2가 인기를 끌고 있는 듯.

낮은 사양의 단말기에서 윈도우 모바일 6.5는 2%가 아니라 10% 정도 부족한 것이 솔직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옴니아팝은 멜론 유지용으로 놔 두기로 하고(모토로이로도 멜론 유지가 되지만 오늘 확인해 보니 이유도 없이 꺼져 있는 등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아서 탁상 시계 용도로도 마땅치 않았다), 보급형이기는 하나 가격 대비 성능이 좋다고 알려진 SKY 미라크를 중고로 구입하게 된 것이다.

어찌하다 보니 사실상의 미라크 박스 구성품을 짧은 기간 내에 두개나 구입하게 되었다. 앞으로 몇년 동안은 수리용으로 충분한 부품과 배터리까지 확보한 셈이다.

올해 구입한 중고 단말기는 총 3개. 구입에 든 비용은 각 3만원 내외이다. 기종은 두 종류이지만 특성이 명확해서 현역으로 쓰는 것을 빼고 나머지를 처분할 생각은 없다.

생각해 보면 옴니아팝은 거치지 않아도 될 단계였는지도 모른다. 아이폰 3G가 국내에 소개될 무렵, 삼성에 의해 호화판 스마트폰으로 화려하게 출시되었으나 약간은 삐뚤어진 마케팅 전략과 안정하지 못한 품질로 '옴레기'라는 불명예스런 이름을 얻기도 했던 단말기의 하위 모델(정확히 말하자면 옴니아팝은 옴레기라고 불릴만큼 많이 팔리지도 않았다)을 출시된지 거의 2년이 지난 지금에 구하게 된 것은 순전히 호기심 때문이기도 했다. 옴니아팝을 구한 뒤 인터페이스와 설정 방법이 안드로이드와 너무나 달라서 익숙해지는데 상당히 애를 먹었다. 그러나 빠른 속도나 웹 브라우징에 연연하지 않는다면 컴팩트한 전화기로서 충분한 이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드웨어 버튼도 마음에 든다.

만약 모토로이가 오동작을 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배터리만 새것으로 교체하여 아직까지 사용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모토로이를 아직 사용하는 직장 동료가 있는 것으로 봐서는 내가 운이 없었던 편에 해당되는지도...

미라크는 2010년 10월 말에 출시된 단말기이다. 무려 600 MHz의 CPU를 갖고 있는(모토로이와 같다)... 이러한 스마트폰을 2012년 연말에 처음 구해서 '흠, 조금 굼뜨기는 해도 쓸만하군'이라는 평을 내릴 정도라면 내가 최신 성능의 제품에 얼마나 관심이 없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 아니겠는가. 따라서 올 한해 동안 여러대의 스마트폰을 전전한 것은 돈이 많아서 사치를 부린 것이 아니라 일종의 고물(또는 골동품) 수집 취미 비슷한 것에서 연유한 것이라고 변명을 하는 바다.

휴대전화라는 것도 개인의 개성을 나타낼 수 있는 소품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다양한 제품을 고를 자유가 없다. TV 프로에서 보여지는 얼굴만한 최신 스마트폰은 아마 죄다 협찬 제품일 것이고, 그 종류 역시 지극히 제한되어 있다. 국내 제조사 및 통신사에서는 시장이 협소해서 다양한 제품을 소개할 수 없다고 하는데, 과연 이게 타당한 변명일까? 다양성의 부재, 바로 내가 생각하는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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