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 나눔 행사의 일환으로 헌혈을 하게 되었다. 아주 오래 전, 32사단 훈련소에서 신병 교육을 받을 때(매우 추웠던 어느 해 1월) 헌혈을 한 이후로는 처음이다. 혹시 헌혈에 따른 부작용은 없는지 잠시 웹을 검색해 보니 의외로 적지 않은 후유증 케이스가 보고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일반인에게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주의할 사항을 충분히 숙지한다면 크게 우려할 만한 것은 아니었다. 예를 들어 헌혈 후 길을 걷다가 어지럼증이 발생하여 넘어져 크게 다치거나 심지어는 사망한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컨디션이 좋을 때에 해야 하고, 헌혈 후 12시간 정도는 힘든 일을 하지 말아야 하며, 충분한 수분을 섭취해야 한다는 등의 주의사항을 충분히 읽은 다음 간단한 검사 후 헌혈에 들어갔다.
동네 한의원에서 부항 및 사혈을 최근에 받은 일이 있는데, 검사원은 직접 한의원에 전화를 걸어서 일회용 기구를 사용했는지를 확인하였다. 일회용 기구를 사용한 경우는 시술 후 삼이일정도 지나서 헌혈이 가능하고, 소독을 해서 재사용하는 기구를 썼다면 그보다 더 오랫동안 헌혈을 하지 못한다. 아마도 감염 위험이 있어서 그럴 것이다.
전혈을 뽑는 경우(성인 남성은 400 cc), 두달 간격으로 헌혈이 가능하고, 헌혈의 집에서 혈장만 뽑는 경우는 2주 후에 다시 할 수 있다고 한다. 솜씨 있게 바늘을 찔러 주어서 별 어려움 없이 전 과정을 끝냈다.
헌혈을 하게 된 계기는, 올 초에 간 이식 직전에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서 운명을 달리한 처제가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대전에서 서둘러 서울의 병원으로 실려온 기증자(뇌사자)의 간은 결국 다른 수혜자를 찾아 떠났다. 기증자의 가족 역시 많은 고민을 했었을 것이다. 이렇게 아낌 없이 나누어 준 장기는 또 누군가의 생명을 구하는데 소중하게 쓰였을 것이고... 내가 지금 당장 나누어 줄 수 있는 장기는 없지만, 헌혈은 내 건강에 큰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남에게 베푸는 가장 작은 실천 아니겠는가. 헌혈을 하는 내 심경을 아내에게 문자 메시지로 보내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의외로 연구소의 많은 가족이 참여하여 줄을 서서 헌혈을 할 정도였다. 마음 한편이 푸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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