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저녁, 바이올린 연주회 연습을 늦게 마친 아이와 아내 이렇게 탄방동의 그랑삐아또를 찾았다. 결코 저렴한 곳은 아니지만 맛과 분위기에 만족하기에 일년에 한두번씩은 꾸준히 찾는 편이었다. 세가지 식사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중이었다. 아이가 주문한 커틀렛의 수프가 먼저 나와서 이를 먹고 있는데 별안간 종업원이 와서 주문을 하였느냐고 묻는 것이다. 아니, 수프를 먹고 있는데다가 계산서까지 식탁에 올려져 있는데 이게 무슨 소리람.
커틀렛이 나왔는데 나이프를 갖다주지 않았다. 종업원을 불러서 부탁을 하니 몇개가 필요하냐고 묻는다. 커틀렛은 하나, 나머지는 파스타와 리조또인데 칼은 하나면 족하지 않은가. 평소에는 미리 갖다 주던 피클도 오늘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주문을 받는 종업원도 너무 서투르다. 음식 이름을 잘 모르고 있다. 전에는 '봉'이라고 해도 봉골레임을 알아 들었는데, 오늘은 내가 짚어주는 메뉴판 위의 음식이름을 보고 따라 적는다. 지난번 모리화의 악몽이 떠올랐다. 누룽지탕을 주문했더니 그게 뭐냐고 되묻던...
나머지 음식이 너무 오랫동안 나오지 않는다. 아이는 자기 음식을 거의 다 먹어가고 있었다. 주문서에 찍힌 시간은 일곱시 26분 정도. 여덟시가 다 되어가는데도 아무런 소식이 없다. 손님이 많은 것도 아니었다. 2층의 홀은 크게 둘로 나뉘어 있는데, 한쪽 홀은 우리 가족만이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었다. 종업원들은 너무나 여유있게 일을 한다. 몇번을 쳐다보면서 눈치를 주었지만 혹시 뭐가 부족하느냐고 와서 묻는 사람 하나 없었다.
아이는 자기가 주문을 한 음식을 다 먹었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종업원을 불렀다. 왜 나머지 식사는 나오지 않느냐고. 혹시 주문이 안 들어간것 아니냐고. 총 삼인분의 가격이 찍힌 계산서가 식탁에 놓여 있는데 설마 그런 착오가 있으랴 생각했다. 그런데 우려는 사실이었다. 매니저인 듯한 직원이 와서 당황한듯 말을 꺼낸다. 주문을 보냈는데 주방의 전산시스템에는 나오질 않았다는 것이다. 대단히 죄송하지만 십분 정도만 기다려 주시면 즉시 음식을 내어 오겠다고 했다.
아니, 그러면 세 식구가 와서 겨우 음식 일인분을 놓고 삼십분이 넘게 있는 동안 종업원들은 뭘 했단 말인가? 그저 아이만 저녁을 먹이려고 온 구두쇠 가족으로 생각했단 말인가. 재촉을 할 수도 있었지만 최대한 기다려 보려고 했었는데, 꼬박 삼십분이 넘게 기다린 꼴은 뭐란 말인가. 종업원들이 모여있는 쪽은 몇번이고 바라보면서 눈치(?)를 주었었지만, 정작 찾아와서 무엇이 부족한지를 묻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너무나 기분이 상해서 아이가 먹은 것은 그동안 적립한 포인트로 계산하겠으니 그냥 가기로 했다. 죄송하다면서 커틀렛 값은 받지 않겠노라고 했지만, 원래 그랑삐아또가 이런 곳이 아니었는데 왜 이렇게 서비스 정신이 예전같지 않은지 의아하기만 했다.
여러 식당을 가 보지만, 한결같은 곳이 있는가 하면 도저히 희망이 없어 보이는 곳도 있다. 반면에 경영진이 바뀐 듯 어수선하고 철학이 잡혀있지 않은 곳도 있다. 간판은 그대로인데 분위기가 너무나 달라져 있는 곳(특히 인력), 이런 곳은 정말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손님이 불편을 느끼지 않게 정성을 다하는 식당을 운영하기가 이렇게 힘이 드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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