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상자 + 하드보드지로 만든 2호기 스피커에서 2인치 풀레인지를 도려내고 3인치를 달았다. 처음부터 새로 만든 것이 아니라서 3호기라는 명칭 대신 2.5호기라고 부르기로 한다. 2인치 풀레인지 드라이버는 도대체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아무리 궁리를 해 봐도 만족한 수준의 소리를 듣기 어려웠다. 아마도 휴대용 스피커와 같이 저음을 희생해서라도 크기를 줄여야 하는 제품에 넣기 위해 만든 부품이 아닌가 하고 내 맘대로 생각해 보았다.
3인치 드라이버 하나로도 그럭저럭 소리는 난다. 그런데 2호기에서 떼어낸 2인치 드라이버는 단독으로 쓰기가 너무 어렵다. 잠시 궁리를 하다가 이론적 뒷받침도 없고 말도 안되는 시도를 하기로 했다. 이것을 <트위터 대용>으로 쓰는 것이다. 2인치 드라이버의 임피던스는 6옴, 3인치 드라이버는 4옴이다. SPL은 각각 83 dB/W와 86 dB/W로 제법 차이가 난다. 이를 그대로 병렬로 연결해 보니 음이 너무 퍼지는 것 같고 탁한 느낌이 들었다. 동일한 유닛을 직/병렬로 연결하는 경우는 가끔 보았지만 이것은 아니다 싶었다.
만약 2인치 풀레인지를 고음 전용으로 쓰겠다면 크로스오버는 어떻게 한단 말인가? 오디오 등급도 안되는 10 uF 전해콘덴서가 몇 개 있다. 이를 (+ -)...(-..+) 순서로 직렬로 붙여서 무극성으로 만든 뒤(용량은 반으로 줄어든다) 2인치 풀레인지 드라이버의 (+)극에 붙였다. 스피커의 뒷편에는 나무조각을 붙여서 스피커가 서 있을 수 있게 하였다. 만능 접착제인 핫멜트와 글루건을 사용하였다. 처음에는 아크릴을 주문 가공하여 전용 마운트를 만들 생각을 했다가 있는 (폐)자재를 활용하기로 한 것이다.
여기서 생기는 궁금증 하나. 트위터에 콘덴서 하나를 달아서 간단한 하이패스 필터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극성이 있는 전해콘덴서를 쓰면 '절대로' 안되나? 그건 아닌 것으로 생각된다.
커패시터 5 uF과 스피커 임피던스 6옴의 직렬회로라면 컷오프 주파수는 5.3 kHz 정도이다(계산은
여기서... 이렇게 계산하는 것이 맞기나 하는 것인지?). 내가 사용한 스피커는 트위터가 절대로 아니고, 정확한 사양도 나와있지 않다. 다만 이 스피커가 너무 저음을 많이 내서 소리를 어지럽히는 것을 막기 위한 용도라고 생각해 두자.
앰프를 연결하여 소리를 들어 보았다. 흠, 그렇게 나쁘지 않다. 3인치 드라이버 단독으로 사용한 것보다 조금 더 섬세한 소리가 난다(2015년 5월 11일 추가한 글: 그러나 현저한 차이는 나지 않는다. 괜히 거추장스럽게 느껴져서 현재는 떼어낸 상태이다). 내가 활동하는 네이버 카페 <스피커 공작>의 고수들이 보면 기가 막혀 할 수준의 구성일 것이다. 정밀하게 계산을 하지도 않았고, 주파수 응답 특성을 측정한 것도 아니며, 좋은 앰프나 소스를 추구하는 것도 아니고, 예민한 귀를 갖고 있지도 않다. 게다가 유닛은 하나에 5천원 수준이다.
오늘의 테스트에서는 AIWA의 마이크로 오디오와 야마하 디지털 앰프 보드를 사용하였다. AIWA 앰프에는 베이스 부스트 기능이 있다. 이를 작동시키니 전면 포트가 달린 만든 종이 인클로저 + 3인치 드라이버에서도 꽤 저음이 난다. 풀레인지 드라이버에 복잡한 folded horn 구조의 인클로저를 달아서 저음을 강화하는 것도 의미있는 노력이지만, 앰프쪽에서 저음을 강화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 오늘의 작업에서 얻은 추가적인 교훈은, 직경이 3인치보다 작은 드라이버는 이제 쓰지 않겠다는 것이다.
(꾸밈이 없는 소리를 듣겠다고 풀레인지 스피커를 이용하면서 저음을 보충하기 위해 톤 콘트롤 혹은 베이스 부스트 기능이 있는 앰프를 쓰면 말이 안되는 일일까? 그러면 풀레인지 스피커에서 부족한 저음이 더 나오게 하기 위하여 폴디드 혼 구조의 인클로저를 쓰는 것도 마찬가지 아닌가?)
이제 사무실에서 3 종의 스피커를 갖추고 골라서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제대로 된 스피커는 하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