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브 코딩(Vibe Coding)을 주로 하다 보니 기술적인 사항을 기록하기 위한 문서를 ChatGPT에서 자동 작성하여 남기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를 적당히 HTML로 자동 변환하여 이곳 구글 블로그에 그대로 올리는 일도 과거보다는 훨씬 많아졌다. 요즘은 게을러져서 '인공지능을 통해 자동 생성한 글'임을 밝히는 일도 잘 하지 않는다.
이렇게 만들어진 글은 생기가 없고, 재미도 없다. 단지 건조하게 정보만 나열할 뿐이다. 순식간에 비교적 정확한 글을 만드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만, 직접 쓴 글에 비하여 내가 나중에 다시 읽는 빈도 또한 떨어진다. 가급적 인공지능을 이용한 글 자동 생성을 자제해야 되겠다는 생각은 하지만 편리함과 효율 앞에서 그러한 의지를 계속 펼쳐 나가기가 어렵다.
요즘은 많은 논문이 이러한 방식으로 쓰여질 것이다. 바이브 코딩으로 드럼 패턴학 연구를 한다면, 그것은 사람의 연구로 인정받아 학술지에 실릴 수 있을까? 최소한 실용적인 코드를 짜고 그 설명을 GitHub에 올리는 데에는 별다른 주저함이 없다. 특히 각종 명세서라든가 프로그램 사용법 등은 ChatGPT가 아주 정확하게 만들어 준다. 그러나 이를 학술 성과로는 인정받을 수 있을까?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제품을 개발하면 안 된다는 법은 없다. 그러나 논문이라면? 인공지능에게 물어 보았다.
-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문장을 썼는가"가 아닙니다.
- 따라서 "논문 초안을 AI에게 쓰게 하는 것" 자체는 부당하지 않습니다. 다만 투고한 저널의 개별 정책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 오히려 이 연구에서는 AI 사용 자체가 흥미로운 부차적 이야기가 됩니다.
- 더 중요한 문제는 "논문거리가 되느냐"인데—저는 된다고 봅니다.
| 상당히 위로가 되는 글. |
3번 항목에 대해서는 Methods 또는 별도의 disclosure에서 이렇게 밝히는 것이 좋다고 한다.
Generative AI tools were used interactively during software development, exploratory data analysis, methodological discussion, and manuscript drafting. The author determined the research questions, designed and evaluated the analytical framework, selected and curated the datasets, interpreted the results, and verified the analyses and manuscript content. AI-generated code and text were reviewed and modified by the author before use.
굉장히 솔직하면서도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글이다. 이제는 인공지능이 이런 일까지 할 수 있음을 밝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의 활용에 대해서 너무 죄책감을 가질 것은 없다. 밝힐 것은 밝히는 것이 좋다.
그래서 '드럼 못 치는 사람의 드럼학'인 나의 드럼 패터놀로지는 점점 진화하고 있다. 프로그래밍을 하든, 기성곡의 MIDI 데이터를 참조하든, 반복 사용할 수 있는 드럼 패턴 라이브러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나의 기대였다. 초창기에는 추상화를 거쳐 드럼 패턴을 표현하는 방법을 만드는데 힘썼고, 지금은 돌아다니는 유명 대중음악의 MIDI 파일에서 드럼 패턴을 추출하는 방법을 구체화하였다. 그런데 분석을 하면 할 수록 마치 bacterial pangenome 분석과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도 open pangenome. 다음의 패턴 전이 그래프를 보라.
ABBA의 Dancing Queen(1979)에서는 몇 개 되지 않는 패턴이 곡 전체에서 재사용된다. 그런데 오른쪽의 Hammer to Fall(Queen, 1984)에서는 어떤가? 패턴 분석 전에는 매우 심플한 패턴이 재사용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드럼 난이도는 초중급이라고 소개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겉보기에 매우 단순해 보이는 패턴이 조금씩 바뀌면서 쓰인다. 핵심 패턴은 18.1%(25회)의 비중을 차지하는 다음의 것(SNG_0035)인데 이를 조금씩 변형한 것이 훨씬 많이 존재한다.
유튜브에서는 이 패턴을 거의 전적으로 반복하고 있지만, 실제는 다르다. 이 곡을 MIDI로 전사한 전문가가 원곡보다 더 복잡하게 재현할 이유는 없다.
내가 지금까지 모은 패턴 라이브러리에 SNG_0035와 유사한 것이 이미 들어 있을까? 그에 앞서서 드럼 패턴의 유사도를 올바르게 정의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물론 이 단계에서부터 요즘 유행하는 벡터화나 임베딩을 떠올릴 수 있다. 그러나 그것보다는 '눈과 귀에 친숙한 고전적인 방법'을 적용하였다. 상세한 것은 나중에 다시 소개하기로 하자. 예를 들어 패턴의 뼈대를 이루는 킥과 하이햇에 높은 가중치를 둔다는 것이 중요한 원칙 중 하나이다. 지금 단계에서는 패턴 간의 유사도를 수치화하는 방법을 어느 정도 정립하였고, 몇 건의 실제 곡 분석을 통해서 'dedupe'를 할 수 있는 실용적인 기준도 마련하였다. 귀로 들었을 때 어느 정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합리적인 기준을 세웠다고 자부한다. 결론은 SNG_0035와 유사한 패턴은 아직 라이브러리에 없다는 것이다.
| Dancing Queen의 곡 내 패턴 계층적 분석 결과. 서로 다른 패턴은 겨우 11개에 불과하며, 3개의 그룹으로 묶을 수 있다. 각 그룹에는 대표에 해당하는 medoid를 할당한다. 이는 매우 단순한 사례이며, Hammer to Fall은 반대편 극단에 해당한다. |
실제 MIDI 파일을 열어 보면 전체적으로 1~2 tick을 보정해야 그리드에 딱 맞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단순한 드럼 패턴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여 열어본 스티브 밀러 밴드의 Abracadabra(1982)는 하이햇 타격이 정확한 8비트가 아니었다. 이는 패턴이 원칙적으로 그리드에 딱 맞아야 한다는 나의 원칙에 매우 심각하게 벗어나는 예외에 해당한다. 음원을 루프백 녹음하여 분석해 보니 이 곡이 히트를 쳤던 그 당시에 내 귀에도 그렇게 들렸던 것처럼 55:45 정도(정확한 수치는 아님)의 아주 약한 스윙이 있었다.
또다른 극단을 생각해 보자. 듣기만 하면 어떤 곡의 드럼 연주인지 알 수 있는 패턴이 있다. 예를 들어 Toto의 Rosanna(1982). 패턴학 연구용으로는 아주 좋은 사례이지만 커버곡을 연주할 것이 아니라면 이 패턴을 다른 곡에서 재사용하기는 매우 어렵다.
다시 기본적인 질문으로 되돌아가 본다. 어디까지를 하나의 패턴으로 보아야 할까? 킥과 스네어, 하이햇의 위치만 같으면 같은 패턴인가? 아니면 이렇게 미세하게 밀고 당기는 타이밍까지 포함해야 하나? 처음에는 드럼 패턴을 단순화하고 표준화하여 재사용 가능한 형태로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그런데 실제 곡을 들여다볼수록 단순화 과정에서 버리는 것들이 오히려 음악의 정체성을 이루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드럼 패턴학은 패턴을 모으는 일에서 시작했는데, 요즘은 점점 ‘무엇이 같은 패턴인가’를 묻는 일이 되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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