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현듯 무엇을 해야 되겠다고 마음에 떠올랐을 때, 여건을 따지지 않고 일단 저질러 보는 것이야말로 젊음의 특권 아닐까. (나보다) 젊은 사람들이 같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공연은 그렇게 불과 일주일 전에 결정되었다.
| 포스터 제작: Dr. 조근형 |
공연 자체보다 준비 과정이 더 즐거웠다. 밤을 새다시피 업무에 시달리면서도 연습시간이 되어 마이크를 붙잡으면 치솟아오르는 열정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멤버 중에는 악기를 배운 뒤 남 앞에 서서 연주를 하는 것이 처음인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정확한 박자와 타격으로 든든한 연주를 해 주었다.
우리 밴드의 퍼포먼스 자체는 완벽하지 않았다. 창립 초창기라서 연습이 절대적으로 부족했고, 현장에서 사운드 체크를 해 줄 전문가가 있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악보가 바람에 날아가거나 무선 마이크 전원이 켜져 있지 않은 것을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노래를 시작하는 등 프로페셔널의 무대에서는 결코 허용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나 역시 베이스를 연주하다가 실수를 종종 범하였고.
그렇지만 열정을 갖춘 멤버와 관객이 있었기에 너무나 보람이 느껴지는 무대였다. 특히 그동안 하나씩 장만해 온 장비—카날스 MW-620 2채널 무선 마이크와 인터엠 L1800 파워앰프(중고)—가 소규모의 야외 공연에서 충분하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는 점이 큰 성과이다. 이날의 공연에서는 모니터 대책은 적극적으로 마련하지 못했다. 몇 명의 멤버가 무선 인이어 모니터링 시스템을 단일 송신기로부터 공유하여 사용한 정도였다. 나는 별도의 모니터링 방안을 마련하지 않았는데,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만약 강당 공연이라면 이러한 수준의 음향 장비를 잘 세팅하여 사용하면 되고, 오늘과 유사한 야외 무대라면 드럼에 유선 마이크를 1~2개 추가하면 될 것이다.
만약 조금 더 완성도를 갖춘 뒤에 공연을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이날의 공연은 성사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일을 저지르고 난 다음, '하기를 잘 했다'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하나도 없으리라.
규모는 제각각이지만 올해 벌써 4번의 공연을 치렀고, 12월 중에도 1~2회 정도 무대에 오르게 될 것 같다. 꿈을 현실로 만들고 성장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것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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