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9일 목요일

탄산음료 속 단맛 전쟁—사탕수수 설탕이냐 고과당 옥수수 시럽이냐

어쩌다가 음료수에 사탕수수로부터 제조한 진짜 설탕(cane sugar)가 쓰였다고 강조를 하는 시대가 되었을까? 이는 단맛을 내기 위해 고과당 옥수수 시럽(High-Fructose Corn Syrup, HFCS, 또는 액상과당)을 쓰지 않았음을 뜻한다. HFCS은 옥수수 전분을 효소(α-amylase 등)로 처리하여 포도당(glucose)을 만든 후, 다시 효소(glucose isomerase)를 사용하여 포도당의 일부를 과당(fructose)로 만든 것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HFCS가 널리 쓰이게 된 주된 이유는 가격이 저렴하고 액상이라서 분말 형태인 설탕보다 취급이 편리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특히 1970년대 이후 옥수수의 생산량이 증가하고 기술의 발전으로 사탕수수를 이용하여 만드는 기존의 설탕보다 더욱 값싸게 만들 수 있게 되면서 식품 산업에서 널리 쓰이게 되었다. 1970년대 후반 쯤 우리나라에서도 '과당'이라는 이름의 요리용 당이 판매되기 시작한 것을 기억한다. 과당이 나오기 전까지 우리나라에서 단맛을 내기 위한 전통적인 재료는 꿀, 설탕(비록 사탕수수를 우리나라에서 재배하지는 못하지만), 그리고 엿이나 조청이 전부였다.   

설탕(sucrose)은 과당과 포도당이 1:1로 결합된 이당류이다. 과당은 인슐린 분비를 거의 자극하지 않아서 혈당 조절이 어렵고 포만감을 덜 느껴서 많이 섭취하기 쉽다고 한다. 물론 이 주장은 과학적으로 완전히 검증된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는 설탕보다 HFCS가 해롭다는 인식이 꽤 널리 퍼져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에 대한 논란 자체가 별로 없는 실정이다.

미국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코카콜라가 미국에서 설탕(cane sugar)를 넣은 콜라를 출시하기로 했다"고 말한 일이 있다. 그러나 정부와 기업 간의 합의나 법적 약속은 확인되지 않았다. 국민 건강을 목표로 한 발언이라고 해도 이를 현실화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미 기반이 잘 갖추어진 미국내 옥수수 재배 농가와 HFCS 제조 기업의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하다. 게다가 트럼프 1기 당시에 멕시코산 설탕에 대한 수입 장벽을 마련해 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국내 설탕 산업 경쟁력을 위해 추가적으로 관세 장벽을 강화한다는 것도 쉽지는 않다.

원래 자연에서 단맛은 과일이나 벌꿀과 같이 매우 제한적으로 존재했으며, 긴 진화 과정을 통해 인류가 단맛을 선호하게 된 것은 분명히 생존을 유리하게 하는 이점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대에는 쉽게 구할 수 있는 정제당이 넘쳐나면서 이 본능이 오히려 건강을 위협하게 되었다. 혀와 뇌를 달콤한 맛으로 만족시키면서 몸에도 좋은 그런 것은 없다. 단 것을 통한 칼로리 섭취를 엄격히 제한하고 꾸준히 운동을 하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열쇠이다. 식품 산업과 인터넷이 만들어 내는 가짜 정보를 경계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댓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