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풍기를 켠 채로 자면 죽는다'는 속설이 한국에서만 유행했던 적이 있다. 이런 미신을 비꼬는 듯한 영문 웹사이트 'FanDeath'라는 것이 있었다. 그 웹사이트를 방문하였던 기억은 지금도 선명하다. 최상위 도메인이 com인지 org인지는 모르겠다.
특히 그 사망의 원인으로서 '질식'이 늘 꼽혔는데, 선풍기 바람에 호흡 장애가 일어나거나 질식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나는 선풍기의 작동 소음이 싫고, 특히 잠을 잘 때에는 몸에 차갑게 바람이 닿는 것을 싫어한다. 그래서 타이머가 꺼지고 나서야 비로소 잠이 들 때가 많다.
어제 세종시에 있는 어떤 회의장에 갔다가 화장실에서 재미있는 안내문을 보았다. 본 화장실에 비치된 휴지는 물에 풀어지지 않기 때문에 변기에 넣지 말고 반드시 옆에 놓인 휴지통에 넣으라는 것이다.
국내에서 팔리는 화장실용 휴지는 국가기술표준원에서 정한 규격과 KS 인증을 통과해야만 한다. 그런데 그 화장실은 그 규격을 통과하지 못하는 훨씬 질긴 것을 구입하여 비치한단 말인가? 왜? 사용 중에 찢어질 것을 우려하여?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주변에서 흔히 보는 두루마리 하나를 그대로 변기에 넣지 않는 이상 상식적인 사용량 수준에서는 막히는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 대나무 펄프로 만든 휴지는 질긴 편이라고 하는데, 그렇다고 하여 변기를 막을 수준은 아닐 것이다.
물론 세상은 상식적인 사람만으로 채워지지는 않는다. 미국 여행 중 패스트푸드점의 소변기에서 볼일을 보고 허리 높이의 레버를 발로 차듯이 밀어서 물을 내리는 사람을 본 일이 있었으니까 말이다. 심지어 좌변기의 레버를 손으로 누르냐 발로 누르냐에 대한 논쟁이 벌어진 일도 있었다.
"공중 화장실 변기 레버는 바닥에 설치돼있지 않는 이상 손으로 누르는 것이 맞다"(링크)
페이셜 티슈('크리넥스')나 냅킨 종류는 질긴 편이라서 화장실에서 쓰기에는 적합하지 않으니 예외로 하자.
공중 장소의 화장실에서 흔히 보는 또 다른 안내문 중에는 이런 것이 있다. 수압이 약하여 자주 막히니 사용한 휴지는 별도의 휴지통에 넣어 달라는 것. 표준 양변기의 물탱크 용량은 6~10리터라고 한다. 채워진 물의 부피를 줄이기 위해 일부러 벽돌을 몇 장 넣지 않고서는 수압이 약할 수가 없다. 결국 화장실용 휴지를 변기에 넣으면 막힌다는 것은 선풍기를 켜고 자면 죽는다는 'K-미신'과 다를 바가 없다.
변기가 막히는 가장 큰 원인은 변기에 넣어서는 안 되는 물건을 넣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물티슈이다. 용케 변기를 막지 않고 흘러 나간다 하더라도 하수처리장까지 가서 모이면 문제를 일으킨다.
사용한 화장실용 휴지가 갈 곳은 변기밖에 없다. '변기에 넣지 말고 제발 휴지통에 넣어 주세요'라는 경고물을 제발 더 이상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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