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10일 화요일

수운교 도솔천(水雲敎兜率天)에 가다

수운교란 1923년 세워진 동학 계열의 신종교이다. '수운'이란 동학을 창시한 최제우(1824~1864)의 호이다. 동학에서 발전하여 생겨난 천도교와 수운교는 같지 않다. 다들 아다시피 동학이란 서학(천주교)에 대항하여 생긴 종교이다. 수운교에 대한 정보는 공식 웹사이트 또는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을 참고하라. 이 계열의 종교에서 최제우는 '하늘님'을 대신하는 천사(혹은 예수나 무함마드?)와 같은 존재인 것 같다. 그리고 하늘님을 일컫는 말은 정말 여러 종류가 있다.

하늘님/하느님/하날님/하나님/한을님/한우님/한울님 - 작성자: 탁암 

대전 유성구의 자운대라는 동네는 1990년대부터 군사 학교와 시설이 모인 곳이다. 흔히들 신성동이라는 행정동 이름으로 한꺼번에 부르지만, 자운대가 자리잡고 있는 곳은 법정동인 자운동과 추목동 등지이다. 자운대 지역으로 들어갈 때 거쳐가야 했던 검문소는 이제 없어졌다. 이곳을 찾은 일요일 오전, 군사 학교 등이 좌우로 펼쳐진 너른 길에서 달리기를 하는 사람 두어 명을 보았다. 사거리에서 2km 넘게 직진하여 들어간 뒤 좌회전하여 공동주택단지 사이로 접어들면 수운교 도솔천으로 가는 입구가 나타난다.

도솔천을 마지막으로 찾았던 것이 아마 십오륙년 전일 것이다. 숲길을 들어서니 평온하고 시원한 공기가 우리를 감싼다.

도솔천이란 불교의 천계 중 욕계에 속하는 네 번째 하늘이며, 미륵보살이 머무는 것이다.

수운교 도솔천은 1929년에 지어진 건물로서 대전광역시 유형문화유산이다. 절로 치자면 대웅보전과 같은 곳이다. 지붕 위에 잡상을 올린 것은 마치 조선시대 궁궐을 보는 것만 같다. 수운교의 창시자 이상룡이 설계하고, 조선 말기 경복궁을 중건한 최원식이 지었다고 한다.



바닥에 돌을 박아 교기(敎旗)인 궁을기(弓乙旗)를 새겼다. 수운교 공식 웹사이트에 의하면 "궁은 선(仙)이요, 을은 불(佛)이니 선불합덕이다. 하늘과 땅이 열리고 닫히는 조화의 문이며, 음양이 출입하는 길이요, 만물이 생성하는 기틀이다."라고 하였다. 중앙에 점을 찍으면 천도교의 궁을기와 같은 모양이 된다.



도솔천은 하늘님을 모신 천단이다. 마침 옆문이 열려 있어서 여기까지 접근할 수 있었다.

돌로 두드리면 쇠소리가 난다는 석종. 도솔천 서쪽에 있다.

수운교의 세계관을 그린 삼천대천세계도는 올해 국가등록문화유산이 되었다(기사 링크).

도시락을 싸 들고 가서 울창한 나무 그늘 사이에서 한가롭게 거닐고 싶은 곳이다. 비록 동학의 기본 정신을 받아들이지는 않더라도. 실은 요즈음 이중표의 <윤회와 해탈>을 읽고 있는 중이다. 나 자신은 현재 종교를 갖고 있지 않은 상태가 되었지만, 어떤 종교든지 그 탄생 배경을 이해하고 약간은 깊이 있게 공부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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