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12일 목요일

ChatGPT를 보다 능률적으로 쓰는 방법 - 중간 단계마다 저장한 파일을 활용하기

ChatGPT에서 하나의 주제로 대화창을 만들어서 몇 달에 걸쳐서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방법은 시간이 지날수록 효율이 떨어진다. 문답을 주고받으며 발전해 나가는 전체 대화를 기억해 주는 것은 매우 고마운 일이지만, 기억할 정보의 분량이 많아지면서 점점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하루에도 몇 개의 새로운 대화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과거의 대화에서 내가 원하는 정보를 다시 찾아내는 일도 매우 번거롭다.

그래서 효율화를 위해 하나의 꼼수를 생각해 냈다. 예를 들어 아두이노 나노를 이용한 MIDI 컨트롤러(EZ Ardule MIDI Controller)를 설계하는 대화는 너무 길어져서 새로운 기능을 제안하여 구현 가능성을 평가하고 회로와 코드를 설계하는 데에도 많은 시간이 걸린다. 이에 따라서 지금까지의 결론을 종합하여 문서로 정리하여 보관한 뒤, 다음번 세션에서는 이 파일을 새 창에 로드한 뒤 추가적인 변경 사항을 적용해 나가는 것이다.

어설픈 개념을 실증하는 물건 하나를 만드는 단순한 일이지만 실제로 해 보니 핀 배치나 코드 작성보다 메뉴 및 작동법을 설계하는 것이 더 어렵다. 몇 개 되지 않는 버튼과 인코더를 이용하여 능률적이면서도 직관적인 조작 인터페이스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니 진짜 양산용 신시사이저를 만들 때에는 얼마나 많은 실행 착오가 있었겠는가? 실제 DIY 과정에서는 케이스 가공이 또 발목을 잡을 것이다. CAD 가공을 하기 어려운 재활용품 수준의 알루미늄 섀시에 LCD를 위한 네모진 구멍을 어떻게 뚫는단 말인가? 어쨌든 ChatGPT 덕분에 직접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단계별로 실증해 나가면서 진행하지 않고 오로지 컴퓨터와 대화하면서 시행착오를 줄여 나가고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참 고마운 일이다. 브레드보드에 부품을 올려서 작동해 보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점이 또 발견될 것이다.

EZ Ardule의 조작 및 디스플레이부 시안. 앞으로도 계속 바뀔 것이다. 몇 개 되지 않는 버튼 스위치와 다이얼로 효율과 일관성을 유지하기가 참 어렵다. 뒤에서 이를 구동하는 코드를 짜는 것은 또 얼마나 어렵겠는가?


중간 과정마다 파일로 저장하여 다시 로드하는 방법이 모든 종류의 대화에 어울리지는 않을 것이며, 단점도 갖고 있다. 각 단계에서 저장된 파일을 잘 관리해야 하고, 중간에 바뀐 것을 나중에 음미하고자 할 때 원본 자료를 찾기가 약간 난해하다. 즉, 매번 파일로 저장한 것이 최선이고 다시 과거로 돌아갈 일이 없다고 가정한다면 가장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런 용도의 중간 저장본은 PDF보다는 Word 파일이 더 낫다. 파일을 다운로드하여 나름대로 생각한 수정사항을 반영하여 편집한 뒤, 다시 업로드하여 후속 작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PDF는 수정할 일이 없는 최후 버전을 미려하게 만들 때 유용하다. 단, 글꼴을 별도로 업로드하고 포맷도 상세하게 지정해 줘야 실수를 하지 않는다. 오죽하면 한글 PDF 출력용 텍스트 생성 가이드 템플릿을 별도로 만들었겠는가(관련 글 링크). 글꼴은 나눔고딕(NanumGothic.ttf, NanumGothicBold.ttf)을 추천한다. ChatGPT는 용지 밖으로 글이 길게 튀어나가도록 자꾸 실수를 하기 때문에 제발 이러지 말라고 명시적으로 지시해 줘야 한다.

이 텍스트를 A4 크기의 한글 PDF로 출력 가능한 형태로 정리해 줘.

- 줄바꿈이 잘 되도록 문단을 정돈해 줘.
- 여백은 좌우 20mm, 위아래 20mm로 맞춰 줘.
- 줄간격은 약 1.4배로 해 줘.
- 본문 글꼴은 '나눔고딕(NanumGothic)'을, 제목에는 '나눔고딕 Bold'를 사용해 줘.
- 글꼴 파일은 내가 업로드할 테니 그걸 적용해 줘.
- 용지 밖으로 문장이 튀어나가지 않게 해 줘.
- 단락마다 적당한 줄 간격(공백)도 넣어 줘.

최종적으로는 PDF 파일로 만들어 줘.

어떤 주제에 대해서 보고서를 자동 생성하게 하면 검증이 필요함을 몇 번의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 예를 들어 존재하지도 않는 「바이오경제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바이오혁신법)이 2024년부터 시행된다고 하는 것 말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만든 「그린바이오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이라는 것은 그 존재를 확인하였다. 모든 분야를 통틀어서 '바이오산업'이란 용어가 들어간 법령은 이게 유일한 것 같다. 상당히 발빠른 행보가 아닐 수 없다. 

ChatGPT가 만든 결과물을 전부 믿을 수는 없지만, 문서 파일을 입수하여 업로드한 뒤 그 범위 안에서만 번역·요약하고 시사점을 도출하게 지시하면 꽤나 만족스런 결과물이 나온다. 이건 인간 지능의 몫인데... 시간은 부족하고 검토할 자료는 많으니 기계의 힘을 빌릴 수밖에.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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