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30일 화요일

다이나텍 오메가(Dynatec Omega) 마이크로폰 구입

전용 가방에 홀더까지 갖춘 국산 다이나믹 마이크로폰이 하나에 1만원도 되지 않는 가격에 팔린다면? '국민 마이크'로 여겨지는 Shure SM58을 선뜻 구입하기 어려운 방구석 음악인에게는 정말 은총과 같은 제품이 아닐 수 없다. 제조사인 KD Sound는 어떤 사연으로 이렇게 싼 가격에 처분을 해야 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재고가 전부 소진되기 전에 얼른 구입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별 주저함 없이 주문을 하였고, 짧은 여름 휴가를 마치고 돌아오니 문 앞에는 작은 상자가 하나 놓여 있었다.

하나가 아니고 두 개! 조금 비싼 점심 먹었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본체의 무게는 310그람이나 되어 상당히 묵직하다. 내가 소유한 카날스 BKD-101(280그람)보다 무겁다.

이 마이크로폰에는 두 개의 스위치가 달려 있다. 오른쪽 것은 일반적인 ON/OFF 스위치이고, 왼쪽('HP')은 주파수 특성을 바꾸는 스위치이다. 아래로 내린 상태에서는 저음이 두툼하게 들려서 노래를 부를 때 어울리고, 위로 올리면 저음이 저감되어 스피치에 어울린다고 한다.


주파수 특성 그래프에서 왼쪽 스위치(HP)를 위로 올렸을 때에는 점선과 같은 모양, 즉 저음이 줄어든 효과를 나타낸다. 감도는 -72 dB ± 3 dB이다. 내가 갖고 있는 또 다른 마이크로폰인 카날스 KBD-101은 -55 dB. 슈어 SM58은 -54.5 dB이다. 따라서 이 마이크로폰의 감도는 낮은 편이다.

마이크로폰을 쥔 엄지손가락에 의해 스위치 설정 상태를 건드리지 않도록 일부러 이런 부품을 쓴 것 같다. Behringer U-Phoria UM2 오디오 인터페이스에 연결한 뒤 Audacity로 녹음 테스트를 실시해 보았다. 마침 집에 있는 케이블은 XLR-TS(unbalanced)뿐이라서 좋은 음질로 녹음하기는 틀렸다.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XLR-TS(1/4인치 = 6.35mm) 케이블.

잡음을 줄이기 위해서 게인 노브는 3시 방향에 두었다. 음량이 다소 낮게 녹음이 되어서 Audacity에서 음량을 6 dB 올렸다. 소리 특성이 현격하게 바뀜을 알 수 있다.


부록 1 - XLR(balanced) 커넥터를 TS(unbalanced) 커넥터로 연결하는 방법

구글을 검색해 보면 연결 방법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나는 직접 커넥터를 열어서 확인해 보기로 했다. 마이크로폰에 연결되는 XLR female 커넥터를 직접 눈으로 살펴보자. 구멍 옆에 숫자가 새겨져 있다.  밸런스 접속을 하려면 1번은 그라운드, 2번은 핫(즉 포지티브), 3번은 콜드(즉 네거티브)로 연결한다. 


커넥터 안쪽에서는 2번과 3번 핀을 케이블의 그라운드에 한꺼번에 납땜해 놓았다. 겉에서 보이는 핀은 3개이지만 커넥터 안쪽에는 4개의 단자가 있었다. 숫자가 새겨져 있지 않는 또 하나의 단자는 커넥터의 전도성 본체와 연결된 상태였으며, 2번과 3번핀은 여기에도 납땜이 되어 있었다.


접속 상태를 설명하는 짧은 나래이션을 넣어 녹음했다가 마음에 영 들지 않아서 오디오는 전부 지웠다. 특별히 프롬프터 같은 것을 쓰고 있지도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대사를 처리하는 유튜버나 방송인들의 능력이 부럽다.


부록 2 - 같은 채널을 차지하고 있다 하더라도 XLR 단자와 1/4인치 TRS 단자는 동등하지 않을 수 있다(2024년 7월 31일 업데이트)

열흘 전에 쓴 글(올바른 케이블(커넥터)의 선택 - 합주 연습을 하는데 왜 베이스의 소리가 작을까?)에서 보였듯이 동일 채널 스트립에 존재하는 XLR 단자와 TRS 단자는 장비에 따라서 동등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되도록이면 XLR-XLR 케이블을 쓰는 것이 신호의 손실을 줄일 수 있다. 1/4인치 TRS 단자는 기기 내부에 PAD(pre-attenuation device)가 들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믹서나 PA용 액티브 스피커 또는 오디오 인터페이스 등에서 종종 보이는 XLR/TRS 단자는 어떨까?


Quick Start Guide에 실린 'Specifications'를 보면 max. input level은 Mic: +2 dBu/Line: +22 dBu / Instrument: +2 dBu라고 하였다. 즉 위에 보인 XLR/TRS 콤보 잭(잭'jack'은 암 수 커넥터 모두에 쓰일 수 있는 표현이지만 주로 고정되어 있거나 패널에 장착되는 쪽을 말한다)은 어떤 종류의 케이블을 꽂느냐에 따라서 수용할 수 있는 신호의 범위가 크게 다른 것이다. 무려 10 dBu의 차이가 난다. 이렇게 하려면 line input, 즉 중앙의 TRS 커넥터에 attenuator를 넣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 나는 뭐하러 XLR-TRS 케이블을 샀단 말인가... 정말 쓸 곳이라고는 없는 물건이었다. TRS 플러그 쪽을 뚝 잘라서 XLR male 커넥터를 연결해 버리고 싶다.

이번의 '가장 적합한 케이블을 고르는 수업'은 너무 길었다. 오른쪽 케이블(XLR to 1/4" TRS)는 마이크로폰을 연결하기에 적절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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