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7일 금요일

손목시계의 배터리를 일 년 만에 바꾼다는 것은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뜻이다

빅토리녹스 매버릭(Victorinox Swiss Army Classic Maverick GS Dual Time 241441)은 시계에 한참 관심을 갖게 되었던 2017년 블랙프라이데이 세일 때 Ashford에서 구입했던 물건이다. 다이버워치에 대한 호기심을 채우기에 충분한 시계로서 매우 튼튼하고 묵직한 위용을 자랑하였다. 또한 dual time이라서 국외 출장 때 좋은 동반자가 되었었다. 정확히 몇 년도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으나 대전의 한빛 시계수리 전문점이 서구 둔산3동에 있던 시절에 이 손목시계의 배터리를 교체한 일이 있었다. 가장 최근의 교체 기억은 바로 작년 4월이었다. 이에 대한 기록은 손목시계 배터리 교체하려다 '멍청비용' 제대로 치르다에 남겼다. 당시 작업 환경이 좋지 못한 남대문의 노점에서 마지못해 배터리를 교체하면서 찜찜한 구석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며칠 전 이 매버릭을 차려고 했더니 초침이 4초에 한번씩 움직이고 있었다. 배터리 교체 시기를 알려주는 EOL(end of life) 기능이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겨우 일 년 전에 배터리를 갈았는데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보통 4년 정도는 무난히 작동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예를 들어 2019년 8월에 신품으로 구입했던 카시오 에디피스(구입 당시 쓴 글 링크)는 5년이 지난 이번 봄에 한빛아파트 입구의 시계방에서 배터리를 교체했었다. 

혹시 시계 자체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기도 하였다. 아마존에서 찾은 이 제품의 top critical review에는 'This watch have problems with the battery, I tool it the store twice for the same problem.'이라고 하였다(링크). 

현충일을 맞은 휴일(어제), 마침 종로 3가를 지날 일이 있어서 시계줄질의 성지 '신화사' 지하에 위치한 수리점을 방문하였다. 일이 있을 때마다 아내와 같이 간 일이 몇 번 있어서 기술자께서도 우리를 알아보았다.

손목시계에는 버튼형 산화은 전지를 써야 하는데 간혹 알칼라인 전지를 넣어서 몇 달 쓰지 못하고 작동이 멈추는 일이 있다고 하였다. 이번의 경우는 어떠한 상황이었는지 모르겠다. 분명 배터리는 소모된 상태였다고 한다.

교체를 마치고 뒷뚜껑을 닫은 뒤 시간을 맞추기 위해 마지막 점검을 하는데 기술자께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다시 뚜껑을 열고 시계 작업용 현미경으로 가져가시는 것이 아닌가? 이전 작업에서 배터리 접촉 부분의 부속을 잘못 끼워 놓아서 그런 것 같다고 한다. 공구를 이용하여 한참 뭔가를 펴듯이 조정하더니 작업이 끝났다.

일 년 전의 상황이 떠올랐다. 애초에 노점에서 시계 배터리를 가는 것이 아니었다. 제대로 된 공구도 없이 먼지가 휘날리는 길가에서 시계 뒷뚜껑을 열고 작업을 하는 모습에 신뢰가 가지 않았었다. 결국 어려움에 봉착해서는 나를 좀 기다리라고 하더니 근처 시계방으로 들고 가서 알지 못할 처리를 하고 돌아오지 않았었던가?

어쩌면 이때에 부품을 비정상적으로 끼워 놓아서 배터리와 직접 닿는 전도성 부품과 다른 부품 사이에 비정상적 접촉이 일어나 빨리 소모되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앞으로는 서비스 요금이 조금 더 들더라도 절대로 길거리 노점에서는 손목시계와 관련된 서비스를 절대로 받지 않을 것임을 다짐하였다. 그리고 앞으로 2년 내에 배터리 문제가 또 발생한다면, 그때는 시계 자체의 문제라 인정하고 더 이상 미련을 갖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배터리 교체를 마치고 종로3가 뒷골목(돈화문로6길)을 지나면서. 함께 갔던 아내의 뒷모습이 찍혔다.  


오랜만에 찾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고대 중국의 한 백과사전에 수록된 동물 분류법. 보르헤스가 인용하고 미셸 푸코가 재인용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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