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13일 목요일

스피커의 정격 출력에 못 미치는 앰프를 연결하여 구동하면 스피커가 망가진다?

엊그제 구입한 PA 스피커(12인치 우퍼)의 연속 허용 입력은 250와트인데 반하여 이를 구동하는 파워앰프(인터엠 R150 PLUS)의 출력은 8옴 임피던스 기준으로 채널 당 50와트(THD 0.5%), bridged mono 모드에서는 170와트(THD 0.05%)이다. THD는 total harmonic distortion(전고조파 왜율)을 의미한다. 출력이 낮다고 하여 소리가 작은가? 그렇지는 않다. Sensitivity는 1와트에 대하여 96 dB/m이기 때문이다. 물론 공연장을 쩌렁쩌렁 울리는 수준은 되지 않을 것이다. 앰프와 스피커의 파워 매칭에 대해 알아보기 전에 먼저 THD(전고조파 왜율)의 의미를 설명한 자료부터 링크하겠다. 전자공학 측면에서 '건조하게' 정의한 THD는 낮을 수록 좋은 앰프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지만, 음악의 측면에서는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것. 실용적으로 1% 미만의 THD라면 이를 알아챌 수 있는 황금귀는 거의 없다고 한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스피커의 정격보다 낮은 출력의 앰프를 물린 뒤 과도하게 앰프의 출력을 높여서 클리핑이 발생한 상태로 오랫동안 사용하면 트위터가 망가질 수 있다는 경고성 글이 제법 보인다. 클리핑이란 신호 레벨이 너무 높아서 여기에 연결된 장비(예: 앰프)에서 신호의 높은 부분이 잘리는 것을 의미한다. 클리핑이 일어나면 네모파(사각파)와 비슷한 모양이 되므로 과도한 고조파(하모닉스; 음악 분야에서는 배음이라고도 부르지만 두 용어는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음)이 생겨서 트위터에 무리가 간다는 것이다. 파형에 따르는 고조파의 구조는 이 웹사이트를 참고하라. 배음은 결과적으로 높은 주파수의 소리이니, 트위터에 부담을 주는 일이 이론적으로는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클리핑이 생기면 일단 소리가 이상해지니 오디오 경력이 좀 되는 사람이라면 알 수 있다. 실제로 이런 이유 때문에 소중한 스피커 시스템을 망가뜨린 사람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게다가 공연용 대출력 파워 앰프는 클리핑이 일어날 때 경고등이 들어오며, 스피커 단락이나 앰프의 과열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보호 장치가 잘 마련되어 있지 않은가.

어떤 글에서는 클리핑이 일어나는 경우, 즉 신호가 잘리는 동안 앰프의 모든 입력 전압이 열로 변환되어 스피커의 보이스 코일이 손상될 수 있다고 한다. 이 글 아래에서 소개한 Crown Audio의 웹사이트에서도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If you use much more power, you are likely to damage the speaker by forcing the speaker cone to its limits. If you use much less power, you'll probably turn up the amp until it clips, trying to make the speaker loud enough. Clipping can damage speakers due to overheating. So stay with 1.6 to 2.5 times the speaker's continuous power rating.

클리핑이 스피커에 무리를 주는 원리를 완벽하게는 이해하기 어렵다. 그저 달달 암기한 상태에서 남에게 이야기할 수는 있지만... 낮은 출력의 앰프라 해도 능률이 좋은 큰 스피커를 클리핑이 일어나지 않는 상태로 구동해도 현실적으로는 별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1~3와트 수준의 출력에 불과한 진공관 앰프로 음악 감상을 한 것이 벌써 10년이 다 되어 가지만 아무런 일도 생기지 않았다. 또한 진공관 앰프는 매우 부드러운 클리핑이 발생하므로 이런 문제가 훨씬 적을 것이다.

그러면 정해진 사양의 앰프와 스피커를 사용하는 조건에서 과연 얼마나 멀리 떨어진 거리까지 적정한 수준의 소리를 전달할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작업 및 감상 청취 레벨은 85 dbSPL이다. 귀가 85 dB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영구적인 청각 손실을 입을 수 있으며, 매우 시끄러운 댄스 클럽이 90 dB 정도이다.

포인트 소스에서 소리가 나는 경우 거리의 제곱에 비례하여 음압이 떨어진다. 거리가 2배로 늘어나면, -6 dB의 감쇠가 일어난다. 자, 그러면 벽이나 천장, 바닥에서 음의 반사가 일어나지 않는 가상의 공연 현장을 예로 들어 계산을 해 보자. 내가 보유한 장비를 기준으로 50와트 파워앰프에 96 dB 스피커를 물렸을 경우, 85 dB까지 음압이 떨어지는 거리는 얼마나 될까?

홈레코딩 위키의 앰프 매칭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계산기에 수치를 넣어 보면 그 답을 알 수 있다. Watt to dbSPL 항목에서 앰프의 출력과 스피커의 sensitivity를 입력하면 1 미터 거리에서 느껴지는 음압은 113 dB로 계산된다. 113 dB와 85 dB의 차이는 28 dB이다. 따라서 -28 dB(0.001736배)까지 음압이 떨어지는 거리를 Inverse Square Law 항목에서 계산해 보면 기준 거리인 1미터의 24배가 된다. 즉, 24미터 떨어진 곳에서는 비로소 85 dB로 들린다는 것이다. 대충 테니스 코트의 크기(복식 라인 기준 23.77440 m x 10.9728 m)의 실내 공연장을 채운 청중을 만족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여기에 몇 가지 고려해 넣어야 할 요인이 있다.

앰프를 항상 최대 출력으로 작동시키면 좋지 못하니, -3 dB 정도(1/2 파워)로 사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러면 기준 거리의 음압은 113 - 3 = 110 (dB)가 되고 도달 거리도 바뀌어야 한다. 하지만 더 좋은 일이 있다. 지금까지의 계산은 단일 채널에 대한 것이다. 내 파워 앰프는 2 채널이고, 엊그제 구입한 스피커 CX12 역시 두 개가 있다. 따라서 파워 앰프를 -3 dB 수준으로 구동하여도 결국 2배, 즉 +3 dB의 효과가 있으니 처음 계산한 거리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실제로는 벽에 의한 반사가 있으니 24미터보다 좀 더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85 dB를 맞출 수 있다. 단, 스피커 바로 앞에 있는 사람은 과도한 음압에 노출되므로 상당히 귀가 아플 것이다. 

지금까지 안내한 방법은 절대로 완벽하지 않다. 헤드룸을 특별히 고려하지 않았고, 재생되는음악의 장르에 따라서도 실은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옳기 때문이다. 보다 자세한 것은 다음의 웹사이트를 참조하라.

[Crown Audio] How much amplifier power do I need?

그리고 크레스트 팩터(crest factor, 어떤 소리 파형의 RMS에 대한 peak의 비율)에 대해서도 잘 공부해 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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