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12일 화요일

새로 구입한 프리앰프 보드로도 6V6 진공관 앰프의 잡음을 없애지 못했다

예상보다 빠르게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주문한 진공관 프리앰프 보드가 배송되었다.

신발 모양의 기판 지지대와 JST XH 3핀 하네스 커넥터는 원래 갖고 있던 것이다.

밤 10시가 넘은 늦은 시간이었지만 큰 기대를 갖고 12DT8을 소켓에 꽂은 뒤 6V6 앰프에 연결해 보았다. 그러나... '꾸르륵 꾸르륵' 거리는 잡음이 완벽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이는 스피커에 귀를 약 30 cm 이내로 가까이 대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미약한 잡음이다. 실제 음악 감상을 하는 자리에서는 들리지 않으니 별 문제가 없다고 여겨도 된다. 그러나 대다수의 자작인들이 볼륨 포텐셔미터를 끝까지 돌려도 잡음이 일절 나지 않는 싱글 엔디드 진공관 앰프를 만든다. 나만 빼고!

MOSFET을 사용한 필터 회로를 전원부에 채용했음에도 불구하고 험(hum)이 들리는 것도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전원 트랜스포머가 '징~' 하고 소리를 내며 우는 것도 그동안 미처 눈치채지 못했었다. 일반적인 용도로 쓰이는 50 VA급의 220 V: 220 V 트랜스포머로는 다소 용량이 부족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만드는 소출력 진공관 앰프의 전원회로에 관한 원칙은 범용 절연용 트랜스포머, MOSFET 리플 필터, 그리고 SMPS(히터 전원용)를 쓴다는 것이 었는데, 가장 최근에 많은 공을 들였던 6V6 싱글 엔디드 앰프 제작 프로젝트에서는 이 원칙을 충실히 따랐음에도 불구하고 잡음이 없는 앰프 제작이라는 측면에서는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 

앞서 작성한 몇 편의 글에서도 밝혔듯이 여러가지 사연을 갖고 장만한 여분의 부품을 활용한다는 핑계로 늘 새로운 앰프 자작 프로젝트를 벌이고는 하였다. 결과만 놓고 보면 그럴 필요도 없었는데 교체용 진공관을 너무 많이 사 놓은 다음 이를 활용해 보자고 욕심을 낸다든가, R-코어 출력 트랜스포머를 한번 경험해 본답시고 직접 권선기까지 만들어 가면서 코일을 감고(총 두 차례), 그 결과물과 짝을 맞추기 위해 총 세 차례에 걸쳐 앰프를 만들어 본다든가...  그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남기기는 하였지만, 총체적으로는 성공도 실패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로 끝났다. 결국 음질과 귀를 울리는 만족감으로 성과를 삼아야 하는데 그게 아니었단 이야기이다.

'그런 소소한 잡음은 어차피 실제 감상 위치에서는 들리지 않는다. 약간의 잡음은 자작 진공관 앰프의 운명이기도 하다. 진공관 앰프가 내는 소리의 우월성은 잡음을 뛰어넘는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라고 스스로를 위안하고 싶다.  그러나 잡음이 있는 앰프는 '기본이 덜 된 앰프'가 아니던가? 

출력 트랜스포머의 제작부터 헤아린다면 이번의 6V6 싱글 앰프 제작 프로젝트는 2022년부터 시작되었다(당시 작성한 글 중 하나 - 진공관 앰프용  R코어 출력 트랜스포머를 감을 준비를 하다). (1)괜한 일에 시간과 정성을 들이면서 재활용도 어려운 쓰레기를 계속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닌지 문득 후회가 들 때도 있고, (2)기왕 여기까지 왔으니 더 공부하고 노력하여 완성도를 높여 보자는 욕심이 들기도 한다. 두 개의 자세 중 어느 것이 옳은지는 아직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 어쩌면 철학적 고민이 필요한 순간인지도 모른다. 

중국제(왼쪽 끝)와 구 소련제 6V6GT 호환관. 전체를 유리로 만든 날렵한 MT관과 비교하면 이런 고전적인 진공관이 외형적으로 더 매력이 있다.


지금은 (1)의 심리 상태에 좀 더 가깝다. 가뜩이나 좁은 집구석에 자꾸 물건을 사들여서 늘여 놓는다는 것에 대해 점점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것도 아니지만 책을 비롯하여 독립한 아이들의 짐을 조금씩 정리하면서 '단순하고 간결한 삶'을 추구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과거보다는 더 많이 하게 되었다. 만약 이러한 생각이 확고해진다면, 카메라+렌즈, 망원경, 그리고 그동안 사 모은 악기까지 정리 대상으로 삼게 될지도 모른다. 실행에 옮기게 될 경우 많은 주저함이 따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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