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10일 토요일

하루에 위 내시경 검사 두 번 받은 사연

건강이 좋지 않으셨던 아버지께서는 정기적인 위 내시경 검사를 무척 싫어하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검사일이 다가오면 며칠 전부터 몹시 신경을 쓰시고 힘들어 하셨다. 그 모습을 봐 왔던 나는 직장에서 처음 내시경 검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수면 내시경 검사를 선택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일반 내시경을 처음으로 받게 된 일이 생겼으니 사연은 이러하다. 가벼운 위궤양 증세가 있다고 하여 약 처방을 받고 2주 정도의 투약 치료가 끝난 뒤 재검을 하기로 했는데 담당자는 아주 간단하게 '일반 내시경 하실 거죠?'하면서 접수를 해 버렸다.

이런, 드디어 내가 일반 내시경을 하는구나. 

무척 긴장을 하고 검사대에 올랐는데 생각보다 많이 힘들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 이후로는 계속 일반 내시경으로만 검사를 받았다. 3년 전에는 대장 내시경을 같이 하느라 수면 내시경 검사를 했고, 2년 전에는 일반 검사를 받는데 십이지장쪽을 검사하는데 구역질을 좀 많이 했다. 그래서 작년에는 오랜만에 편하게 받아보자고 수면 검사를 택했다. 

일년에 한 번, 마치 숙제를 제출하듯 올해에도 건강검진 날짜는 다가왔다. 이번에는 또 무슨 방식으로 할까? 간편하게 빨리 끝나고 검사 후 맘대로 운전을 해도 되는 일반 방식이냐, 돈이 좀 들지만 편하게 치를 수 있는 수면 방식이냐. 일단 일반 방식으로 접수를 하고 당일날 마음이 바뀌면 수면 방식으로 하겠다고 이야기를 해 두었다.

검사날(오늘)이 되어 아침 일곱시 반도 되기 전에 병원에 도착하였다. 일반 내시경으로 접수를 했지만 수면 내시경으로 하고 싶다고 했더니 일단 변경이 되는지 알아보겠다면서 접수 직원은 검사실로 전화를 돌렸다. 추가로 내야 하는 비용은 4만원. 적은 금액은 아니었다. 그런데 검사실에서는 아직 전화를 받지 않았고, 일반 내시경으로 해야 빨리 끝나기 때문에 아침 일찍 오시라고 연락을 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일반 내시경으로 하지 뭐.

원래 접수했던 방식으로 검사를 받겠다고 했더니, 접수창구 직원은 내시경을 제일 먼저 하는게 어떻겠냐고 했다. 뭐라고? 지금까지 십수 년 건강검진을 받으면서 내시경은 항상 마지막 코스였다. 검사 항목 중에서 가장 힘든 것이니 그렇게 배치를 하는 것이 자연스럽기도 했고, 위 내시경을 먼저 받으라고 권장을 받은 적도 내 기억으로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에라, 모르겠다. 뭐 그렇게 하지요.

그래서 옷을 갈아입고 내시경 검사실로 행햤다. 시각은 오전 8시가 갓 넘었고, 검사실에서는 8시 15분쯤에 검사가 시작되므로 다른 항목부터 먼저 받고 계시면 부르겠다고 하였다. 그래서 한 층 아래로 내려가 다른 검사를 먼저 받았다.

곧 호출을 받고 내시경 검사실로 향했다. 깨끗하게 소독된 기구를 오늘 내가 처음 쓰는 사람이구나! 가스가 빠지는 약을 받아 삼키고 검사실로 들어갔다. 목 마취용 약을 뿌리고 검사대에 누웠다. 오래 전에는 목 마취용 약을 입에 머금고 10분 이상을 기다리게 하였었다. 그러고는 약을 삼킨 다음 별도의 마취제를 또 검사 직전에 목에 뿌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는 약을 입 안에 물고서 이리저리 움직이면 혀까지 마비가 되어서 검사가 다 끝나고도 한참 동안 감각이 돌아오지 않아서 식사를 하기 힘들었었는데, 언젠부턴가는 마취약을 목에 뿌린 즉시 검사를 하니 세상이 참 편해지긴 했다.

검사는 생각보다 매우 수월하게 끝났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매우 편안했고, 의사도 너무 잘 받는다고 칭찬(?)을 하면서 계속 사진을 찍었다. 별 문제가 될 소견은 없다면서 검사를 끝낸 뒤 찍은 사진을 보여주려는 찰나, 모니터에는 보이는 이미지가 없다. 내시경 카메라를 입 속에 넣기 전에 찍힌 것 하나만 덜렁 남아 있는 것이 아닌가.

'어머, 사진이 왜 안 넘어왔지?'

이런 일이 생기기도 하는구나. 별 이상이 없으니 그냥 이대로 마칠 것인가? 그래도 기록은 남겨야 하지 않는가? 결론은 내시경을 다시 한 번 더 받는 것으로 모아졌고 - 잘 참는다고 칭찬을 받은 것이 잘못이다! - 담당 직원들은 매우 미안해했다. 나도 별 불만을 제기하기 않고 그러라고 했다. 목 마취는 다시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다시 입에 기구를 끼우고 검사대에 옆으로 누웠다. 오, 이런...

두번째 검사는 조금 더 힘들었다. 이미 한 번 훑어 보았으니 담당 의사도 먼젓번보다는 신속하게 검사를 끝냈다. 거듭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이런 일을 겪는 것이 내가 처음이냐고 물었는데 그건 아니라고 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채혈을 위해 주삿바늘을 찔렀는데 혈관이 잘 잡히질 않아서 다른 곳을 또 찌르는 것보다 더 힘들지는 않은 정도라고나 할까? 폐암이라고 해서 왼쪽 폐를 절제했는데 나중에 수술을 마치고 났더니 실제 잘라내야 할 폐는 오른쪽인 것을 나중에 알게 된 것에 비하면 덜 황당무계한 일 아니겠는가?

내 자신이 별로 힘들지 않았고, 대단한 일이라 생각하지 않았기에 문제를 제기하지는 않았다. 어찌보면 두 번 겪기 힘든 경험 아닌가. 하지만 위 내시경 검사를 매번 할 때마다 봅시 힘들어하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아마 몹시 화를 내고 다시 하지 않겠다고 할 것이다.

아마 내년부터는 위 내시경 검사를 하기 직전에 항상 카메라 작동이 잘 되냐고 묻는 버릇이 생길 것 같다. 그리고 일반 내시경으로 할지 혹은 수면 내시경으로 할지 망설이는 일도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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