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쯤 아내 것과 함께 구입한 돌체 시계의 3시 방향 인덱스가 떨어져 나갔다. 시계를 찬 채로 유리가 깔린 사무용 책상 위에서 너무 오랫동안 일을 해 와서 시계줄의 상태도 매우 좋지 않다. 바닥에 닿았던 쪽의 시계줄은 마치 사포로 갈아낸 듯이 평평하게 닳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유행이 많이 지나서 요즘 기준으로는 직경이 매우 작은 편이다. 그래서 만약 시계가 멈추게 되면 소모된 배터리를 빼 버릴 생각도 하고 있었다. 쉽게 말해서 퇴출의 위기를 겪은 셈이다.
그래도 가끔 이 시계를 차고 있으면 매우 가볍고 시인성도 좋은 편이라서 수선을 하기로 결심을 하였다. 이번에는 인터넷 조사를 통해서 기술력과 친절도 모두 좋은 평을 받고 있는 한빛 시계수리 전문점을 찾기로 하였다. 내비게이션으로 상호를 찍고 찾아가 보니 바로 앞에 큰 공영 주차장이 있어서 매우 편리하였다. 먼저 온 손님이 가족들의 시계를 전부 가지고 왔는지 대여섯개의 시계를 놓고 수리가 진행 중이었다. 내부에는 각종 기능경기대회에서 수상한 상장이 즐비하게 붙어 있었다. 자전거 타기를 매우 즐기시는지 전국 일주 및 4대강 일주 인증서도 전시되어 있었다.
떨어진 인덱스만 붙이면 될 것으로 생각하였는데 숫자판 자체가 떨어져서 흔들리는 상태였고 본드가 오래되어 세척을 하는 도중에 유리가 떨어지고 말았기에 이를 전부 수선하였다. 뒷뚜껑 안쪽에는 동네 시계점에서 2016년 봄에 전지를 교체하였음을 기록해 놓았기에 전지는 그대로 두었다. 오후 5시 반을 알리는 괘종시계의 '땡' 소리가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는 듯하였다. 요즘 기계식 손목시계에 조금씩 관심을 갖게 되면서 그런 물건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은 와인더의 실물을 오늘 처음 보게 되었다.
예상보다 수리할 것이 많아서 기다리는 동안 시계에 관한 이런저런 대화가 오고갔다. 간혹 어떤 시계점에서는 본인의 기술력을 지나치게 자랑하는 사람도 있지만 한빛 시계수리 전문점의 김정중 사장께서는 고객을 아주 편안하게 대해 주셨다. 수리 비용도 생각보다 매우 저렴하였다. 적극적인 자기 자랑이 없이도 결국 고객들의 입소문에 의해서 대전 시민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수리 의뢰가 들어오는 것 아니겠는가. 오늘 수리한 돌체 시계는 아직 무브먼트가 원활히 공급되는 것이라서 교체가 가능하다고 하였다.
오늘 수리를 마친 시계와 명함을 같이 놓고 사진을 찍었다. 아직 이 시계는 좀 더 오랫동안 내 손목 위에 머물러야 할 운명인 모양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