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에 최초의 오토매틱 시계를 구입한지 약 3주가 지났다. 하루 종일 차고 퇴근하여 풀어 놓으면 그 다음날 아침까지 제대로 작동한다. 그러면 또 차고 나가면 태엽이 감기고... 시계를 하나만 쓰는 사람에게는 별 문제가 없다. 물론 주말이라는 변수는 있다. 그런데 하루쯤 다른 시계를 차고 나가면 어떻게 될까? 예를 들어 월요일에는 오토매틱 시계를 차고 근무를 하고, 화요일에는 이를 풀어놓고 다른 시계를 착용하였다고 가정하자. 나의 경우는 수요일 새벽에 시계가 멈춘 것을 발견하였다. 즉 월요일 저녁부터 그대로 놓아 둔 오토매틱 시계가 이틀 후 새벽 3-5시까지 작동했다는 뜻이다.
월요일 저녁에 시계를 손목에서 풀 때 태엽이 완전히 감긴 상태는 아닐 것이다. 대충 계산하면 시계 착용을 멈춘 뒤 약 30여 시간이 흐른 뒤 동작을 멈춘 셈이다. 고급 시계에는 남은 동력 상태를 알려주는 power reserve indicator가 장착된 것도 있다. 무브먼트마다 다르겠지만 보통 완전히 감긴 상태에서 35~40시간 정도를 작동한다고 한다.
오늘은 다른 실험을 해 보았다. 완전히 멈춘 시계를 손에 쥐고 맷돌을 돌리듯 시계 방향으로 30회 돌린 뒤 얼마나 작동하는지를 체크한 것이다. 약 한 시간 23분 가량 작동하였다. 만약 꼼짝도 하지 않고 책을 읽거나, 컴퓨터 작업을 하거나 - 오른손은 마우스 작동을 위해 비교적 먼 거리를 움직이지만 왼손은 그럴 기회가 없다 - 혹은 차량으로 이동을 하는 중이라면 오토매틱 시계로서는 동력을 충전할 기회가 없는 셈이다. 다행히 내 시계는 용두를 돌려서 태엽을 감는 것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것이 시계에 무리를 준다는 의견도 많다. 공급처에서 보낸 설명서에는 10회 이상으로만 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였다.
완전 기계식 시게는 태엽이 감기면서 용두가 잘 돌아가지 않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를 넘어서 돌리면 태엽이 파손된다. 그런데 manual winding이 가능한 오토매틱 시계도 그러한가? 다 감긴 후에는 용두가 헛돌게 만들어진 보호 메카니즘이 모든 오토매틱 시계에 채용된 것인지 혹은 일부의 고급 제품에만 채용된 것인지를 나는 알지 못한다.
지금 사용 중인 초저가 오토매틱 시계는 어쩌다보니 매뉴얼 와인딩이 되는 제품이지만, 두번째의 오토매틱 시계(이것을 노리고 있는 것은 사치일지도 모른다!)로 눈여겨보는 역시 저가의 시계들은 매뉴얼 와인딩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니 내 생활 습관이 오토매틱 시계를 허용하지 않는 매우 정적인 것임을 솔직하게 시인하고 더 이상의 오토매틱 시계에 대한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이 현명할지도 모른다. 첫 시계를 저가품으로(말하자면 싸구려 제품) 구입한 것도 이러한 초기 탐색 목적으로서 지나친 비용을 투자하지 않기 위함이었다. 많은 경험자들은 찔끔찔끔 싼 거 여러개 사지 말고 한방에 가는 것이 정답이라고 하지만 말이다.
수동 감기를 하지 않은 날, 아침에 맞추었던 시계가 오후에 한 시간 혹은 그 이상 늦게 가는 것을 발견하기도 하였다. 아마 태엽이 다 풀려서 멈추었다가 손목 움직임에 의해 다시 돌아가고 있는 것이었는지도... 이렇게 불편한 것이 오토매틱 시계의 속성이지만, 사람과 기계 사이의 매우 밀접한 상호작용에 의해서 스스로 작동된다는 것이 매력으로 느껴진다. 시원한 푸른색 다이얼과 반짝거리는 동전 테두리 모양 베젤도 마음에 든다. 그래서 소위 '다이버 워치' 디자인이 오랜동안 사랑을 받는가 보다.
타이맥스 전자시계를 제외하면 이미 나의 손목시게는 네 개이다. 아들에게 잠시 넘긴 포체 제품까지 포함하면 다섯 개. 만약 시계를 하나 더 들이면 이들에게 돌아갈 관심은 당연히 줄어들 것이다.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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