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 12일 목요일

디자인의 카피와 오마주 사이에서

현재의 전기 기타(electric guitar)는 다음의 두 제품의 형태, 즉 펜더의 스트라토캐스터 또는 깁슨의 레스폴을 따르는 것이 대단히 많다. 전부 1950년대 초반에 처음 나온 것이다.

기본적인 외형은 이를 따른다 하더라도, 헤드(줄감개가 있는 곳)의 디자인은 각 회사마다 조금씩 다르게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타 회사의 기타를 보통 '카피'라고는 하지 않는다. 이제는 워낙 흔히 보이는 대중적인 기타의 외형이 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원래 오마주라는 용어는 존경 혹은 존중을 의미하는 프랑스어이다. 요즘은 예술과 문학(특히 영화)에서 존경하는 작가와 작품을 원작 그대로 본떠 표현하는 것을 일컫는데 주로 쓰인다. 하지만 위에서 보인 엇비슷한 기타 디자인을 이야기할 때 오마주라는 표현을 쓰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국산 기타 제조사인 덱스터, 스윙, 크라켄 등의 특정 기타 모델을 가리켜서 펜더 스트라토캐스터의 오마주라고는 아무도 하지 않는다.

자, 그러면 시계는 어떠한가? 다음은 잠수부 시계(꼭 다이버 워치라고 해야 하는가)의 대명사인 롤렉스의 submariner이다. 단, 내가 인터넷에서 구한 이 사진은 진품인지 짝퉁인지는 알 수 없다. 국내 시계 애호가들은 이를 줄여서 '섭마'라고 부른다.


섭마 역시 전기 기타로 말하자면 스트라토캐스터와 비슷한 상황이다. 이것과 유사한 형태의 시계가 롤렉스 이외의 제조사에서 얼마든지 만들어진다. 단, 롤렉스의 외형을 100% 흉내낸 모조품(레플리카, 짝퉁, 짭 등으로 불리는)은 논외로 하자. 서브마리너와 유사한 다른 시계 제조사의 제품을 전부 모조품이나 카피라고 할 필요는 없다. 일렉트릭 기타도 그러했었고, 산업 디자인에서 이러한 사례를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유독 시계에서만 서브마리너 오마주니 블랑팡 오마주니 하는 글들이 많이 보인다. 이건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예술가 혹은 창작가가 정성을 들여서 하나 만들어내는 작품에 대해서 누구의 무슨 작품을 오마주했다고 하면 이해가 간다. 하지만 공장에서 대량생산하는 '제품'이 무슨 오마주란 말인가. 세상 그 누구도 펜더 스트라토캐스터를 오마주한 기타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그저 (롤렉스) 서브마리너 스타일의 시계라고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럼 이제부터 본론에 들어가겠다. 관심도 유한한 자원이다. 이 말은 한번에 너무 많은 것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현실은 남자에게 이 자원은 좀처럼 소모되질 않는다. 다만 관심의 대상이 바뀔 뿐이다. 매일 휴대폰이나 컴퓨터를 붙들고 뭔가를 검색하게 만들고 뭔가를 구입하게 만드는 '관심'은 원하던 바로 그것을 구입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다만 대상을 바꾸어 새로운 것에 대한 관심으로 전환된다. 나에게는 카메라, 자전거, 오디오가 그러했었다. 가장 최근까지는 오디오 - 중국에서 값싼 키트나 조립된 기판을 구입하여 납땜하는 수준의 - 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다가, 이제는 슬슬 손목시계로 그 대상이 옮겨가는 중이다. 

열흘 정도 궁리를 했을까? 착용 시 손목의 움직임에 의해 스스로 태엽이 감긴다는 오토매틱 시계를 하나 갖고 싶다는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첫번째 물건은 바로 서브마리너 스타일의 중국제 시계였다. 인터넷으로도 검색을 하고 백화점 매장을 둘러보기도 하였으나 가격이 너무 비싸서 간단히 체험만 해 볼 요량으로 고른 것이다. 이 제품은 Winner라는 브랜드의 것으로 석와치스에서 구입하여 지금 삼일째를 맞고 있다. 해외 직구를 했으면 아마도 상상하기 어려운 훨씬 싼 가격에 구입했을 것이다. 알리익스프레스에서는 검정색 모델이 $17.30(배송비 무료)에 팔린다. 시계줄은 종이클립과 플라이어를 사용하여 손수 네 마디를 줄였다. 외경은 40 mm 정도라서 요즘 유행하는 시계처럼 크지는 않다. 이 점은 매우 마음에 든다.


가격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회전식 테두리의 12시 방향에 있던 야광 표식이 배송 당일날 떨어져나가서 비슷한 색깔의 매니큐어로 칠해버렸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시계바늘(왜 시계 애호가들은 핸즈 - hands - 라고 하는 것일까? 그냥 시계바늘이라고 하지...)과 각 시마다 찍힌 도료는 실제 확인해 보니 전혀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하지 못하였다.


시계줄은 소위 '깡통줄'이라서 매우 가볍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버클의 품질이다. 손목에 찬 뒤 버클를 꾹 누르는 것만으로는 도저히 잠기질 않는다. 그래서 잠금버튼(아래 그림의 화살표; 실제노는 반대편에 위치한 것)을 누르면서 채워야 비로소 잠긴다.


전반적인 마감과 부품의 품질에 대해서 큰 점수를 주기는 어렵다. 하지만 가격이 모든 것을 설명하지 않겠는가? 투명한 뒷뚜껑을 통해서 오토매틱 무브먼트의 작동 모습을 감상하자. 일오차를 특별히 측정하지는 않았는데 실용상으로는 큰 문제가 있는 수준은 아니다.


평생 전지를 갈 필요가 없다는 것은 오토매틱 시계를 판매하는 좋은 전술이 못된다. 기계적 충격에 취약하고 관리가 까다로우며 정기적인 분해 및 점검(오버홀)이 필요하기 떄문이다. 이러한 어려움을 감수하면서 아날로그의 감성을 느끼고 싶어서 오토매틱 시계를 쓰는 것 아니겠는가? 이번에 구입한 시계는 워낙 저가라서 오버홀을 할 생각은 없다. 일단은 망가지기 전까지 사용해 보면서 '오토매틱 시계란 이런 것이구나'하고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리는 것이 목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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