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19일 토요일

대전시립무용단 기획공연 <젊은 춤꾼들의 무대>를 관람하다

매번 대전시향의 공연만 다니다가 우연한 기회에 대전시립연정국악원에서 열린 대전시립무용단의 공연(2016.3.17)을 보게 되었다. 둔산대공원 동측에 자리잡은 연정국악원이 건립되는 과정을 지나다니면서 보기만 하다가 실제 관객으로 입장하게 된 것도 처음이었다. 대전문화예술의 전당은 마치 면류관과 같은 모습이라면, 연정국악원은 잘 씌여진 한자 또는 한글을 보는 느낌이랄까? 어둠이 내리는 연정국악원 앞에서 아내를 휴대폰에 담았다.


무용은 평소에 잘 보러 다니지 않아서 작품 설명이 없으면 무엇을 표현하는지 알기 어려울 것이라는 편견이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편견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가사가 있는 노래를 배경음악으로 사용함으로써 무용수들의 춤사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가 직접적으로 와 닿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공연장을 찾은 외국인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었겠지만 말이다.



세번째 작품인 <지나가다>는 남녀간의 이별과 회상을 그린 것인데 마지막을 장식한 장범준의 <회상>이 너무나 멋들어지게 춤과 어울리면서 가슴을 뭉클하게 하더니, 마지막의 <반딧불의 묘>에서 보여준 퍼포먼스와 음악은 정말 충격적이고 감동적이었다. 잘 알려진 동명의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1945년 9월, 나는 죽었다'와 함께 등장한 세 명의 무용수는 각설이처럼 분장을 하고 나와서 코믹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너무나 장중하고 애절한 노랫말의 음악이 나오면서 나는 점점 무용에 빠져들고 말았다. 세계 각지에서 전쟁으로 고통을 겪는 아이들을 그린 모습, 특히 얼굴 모양이 그려진 바가지를 들고서 흐느끼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말았다.

이렇게 무용에 몰입하게 만든 음악은 도대체 누가 연주한 것인가? 작품 해설집에서 한승석, 정재일(해설집에는 '정대일'로 잘못 인쇄됨)의 <바리 abandoned>라는 2014년도 앨범을 찾아 노래를 들어보았다. 판소리를 중심으로 한 일종의 크로스오버 쟝르의 음악이라 할 수 있다. 상세한 설명은 당시의 뉴스 기사에서 찾아보자. 다음은 유튜브에서 찾은 연주 링크이다.


오구굿으로 전승되는 바리공주 설화를 모티프로 한 이 앨범은 한국에 온지 5개월만에 과로로 숨진 네팔인 노동자에 관한 노래를 담고 있기도 하다. 아버지를 구할 약을 찾아 서천으로 가는 바리공주의 모습과 무거운 삶의 무게를 지고 생존을 위해 고향을 떠난 어린 아이들을 같은 시선으로 바라본 것이다. 음악을 좋아하면서 이런 음악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니... 부끄럽다.

진정한 치유를 경험한 공연 관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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