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1992년쯤 대전 엑스포를 직전에 두고 세워졌다. 중간에 최소한 한번 정도는 리모델링을 거쳐야 할 시간이 흘렀다. 우리 가족이 약 10여년 전에 이사를 들어오면서 비교적 소박한 규모의 수리를 했었다. 단 침실의 화장실은 시공 상태 그대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오늘은 이곳의 변기 물탱크 부속을 교체한 이야기를 해 보려 한다. 아래의 사진은 오늘 교체하고 빼낸 이전 부속들이다. 최신 부속은 플라스틱을 사용하여 매우 가볍게 만들어져 있지만 예전 것은 스테인레스와 황동으로 견고하게 제작되었다.
이 업계에 종사하시거나 DIY 수리를 해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위에서 보인 사진에는 물을 공급하는 쪽의 부속, 즉 뜨개(정확한 명칭인지는 모르겠다)와 연관된 밸브 뭉치가 보이지 않는다. 이는 이미 수년 전에 부속 일체를 구입해 놓고 별 어려움 없이 교체를 해 놓았었다. 그 당시의 문제는 공급밸브가 제대로 차단되지 않아서 물탱크의 수위가 적정에 이르렀지만 계속 물이 흘러나왔던 것이다. 왜 그때 수리를 하는 김에 출수구쪽 밸브를 포함한 전체 부속을 갈지 못했을까? 바로 볼트를 풀지 못했기에! 출수구쪽 볼트가 얼마나 세게 잠겨있는지 내 힘으로는 도저히 풀리지가 않아서 일단 보류하였다. 그러나 남은 문제가 있었으니, 바로 출수구의 밸브(위의 사진에서 반구형의 시커먼 고무 부속)이었다. 탄성이 없어지고 유격이 생기면서 이 밸브 - 단순한 마개 정도의 기능 - 가 제 위치에 안착하지 않아서 출수구로 물이 줄줄 새는 것이었다. 따라서 물을 내리고 나서 제대로 막혔는지 늘 신경을 써야 했고, 심하게는 수시간씩 물이 흘러나가는 것을 모르고 외출을 하는 일도 있었다. 며칠에 한번씩 물탱크 뚜껑을 열고 밸브를 제위치에 놓는 것도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었다.
도저히 이런 상태로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니, 주말을 맞이하여 나머지 부속을 교체하기로 마음먹었다. 손에 고무장갑을 끼고 긴 드라이버를 이용하여 죽을 힘(?)을 다하여 기필코 볼트를 풀고 말았다. 손목에 약간의 무리가 가는 느낌은 있었지만. 탈거한 부속에 포함된 고무 패킹은 전부 노후되어 부스러지기 직전의 상태라서 매우 적절한 시기에 교환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용도에 맞는 공구, 결코 무리한 힘을 가하지 않는 볼트 체결, 그리고 불편한 상태를 너무 오래 방치하지 않는 부지런한 마음이 필요하다. 이러한 상태를 얼마나 오래 두고 그대로 지내왔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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