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진공관 앰프는 휴가를 보내고 있다. 대신 어제 택배로 받은 케이벨 KB20W 초소형 앰프가 하루 내내 귀를 즐겁게 하였다. 처음에는 작은 칩 하나가 들어있고 필요로하는 전원용량도 크지 않아서 요즘 인기를 끄는 class D 앰프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간이 방열판 역할을 하는 얇은 금속판 아래 가려진 칩 표면을 들여다보니 TDA7266D라는 형번이 보였다. 이 칩은 class D와는 관계가 없다. 기판에 low-pass filter에 해당하는 것도 보이지 않았다.
TDA7266D 5W+5W dual bridge amplifier (...is a dual bridge amplifer specially designed for LCD TV/Monitor, PC Motherboard, TV and Portable Audio applications)
어라? 대단히 소박한 용도의 오디오 앰프 칩이고, 출력은 채널 당 5W(8옴)이다. KB20W 제품 소개 페이지에 가 보았다. 채널 당 10W 출력이란 것은 임피던스 4옴짜리 스피커에 대한 것이었다. 그럼 겨우 5W 출력으로 SH-950 스피커를 이렇게 쾅쾅 울렸단 말인가? class D 증폭기가 아닌 것을 알고서는 조금 실망을 하였다. 조금이라도 더 최근의 기술을 내가 즐기는 중이라고 믿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LM1875 20W audio power amplifer (...is a monolithic power amplifier offering very low distortion and high quality performance for consumer audio applications)
TDA2030A 18W Hi-Fi amplifier and 35W driver (...intended for use as low frequency class AB amplifier... provides high output current and has very low harmonic and cross-over distortion)
TPA3116D2 50W stereo class-D audio amp w/ SpeakerGuard
TDA7266D는 이런 칩 설명에 딸려있는 미사여구는 하나도 붙어있지 않다.
요즘은 최소한도의 부속품을 사용하여 큰 출력의 앰프를 만들 수 있는 audio amplifier IC가 많이 생산되고 있어서 DIY mania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다. 가장 유명한 것은 내셔날 세미컨덕터의 Overture 시리즈를 이용한 앰프인 게인클론(Gainclone)일 것이다. 주로 쓰이는 칩은 LM1875, LM3875, LM3886 등이다. Gainclone이라는 이름은 47 Labs에서 나온 제품인 Gaincard를 흉내내어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있다.
AliExpress에서 Gainclone에 해당하는 물건들을 몇가지 찾아보았다. 출력이 높은만큼 25 VAC의 양전원이 있어야 한다. 새털같이 가벼운 앰프를 한번 경험해 보니 이젠 무거운 전원 트랜스도 보기 싫다! 만약 이런 타입의 앰프를 또 경험한다면(단순히 chipamp라고 부르고 싶지만, 위키피디아에 의하면 chipamp는 Gainclone의 동의어인 것처럼 기술하고 있다) 완성품 형태의 class D 앰프를 선택하고 싶다.
약간 더 정성을 들여서 KB20W와 볼륨 콘트롤을 케이스에 넣고 싶으나,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 하다못해 볼륨 혹은 RCA 단자를 위한 구멍 가공조차 쉽지가 않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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