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2일 월요일

경록회의 추억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과 청량리동 석관동에 걸쳐있는 야트막한 산의 공식 명칭은 천장산( 天藏山)이다. 이 산기슭에 자리잡고 있는 경희학원에서는 이 산을 고황산(高凰山)이라 부르는데, 이는 교가에도 나타나 있다.

"고황산 맑은정기 우리의 예지되고~"

천장산이라는 이름을 비로소 접하게 된 것은 도로명 주소 덕분이다. 동대문구 이문동에 40X 번지에 있는 고향집 주소가 '천장산로'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경희고등학교에서는 경황제라는 이름의 행사를 치르는데, 매년 발간되는 교지의 명칭도 경황이다. 반면 경희여고에서는 '녹황'이라는 명칭을 쓴다. 경희고와 여고 졸업생의 연합 동문회 성격의 모임이 있었는데 이것이 바로 "경록회"이다. 이 이름은 경황과 녹황에서 각각 한 자씩을 딴 것으로 알고 있다. 모임이 있었다고 표현한 것은 현재도 이 모임이 신입회원을 받으면서 명맥을 이어 나가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80년대 후반, 내가 이 모임을 나가던 당시에는 매주(격주?) 토요일 오후에 모여서 인문학적 토론과 사회 참여 등을 논하면서 라면 안주에 막걸리잔을 기울이기도 하였다. 정규 모임 장소는 돈화문 앞의 경희한방병원(?)이었고, 항상 성대앞의 허름한 분식점 '미소'에서 뒷풀이 모임을 가졌였다. 내가 이 모임을 나가던 당시에는 경희고 문예반 출신 동문들이 회원으로 많이 활동했었다. 지금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경록회가(歌)가 있을 정도로 나름대로 짜임새가 있고 외형을 갖춘 모임이었다. 연합 동문회의 성격을 띠고 있지만 사실상 친목 모임이라는 성격이 더 강했다고 보는 것이 옳을지 모르겠다. 이 모임을 통해 결혼에 골인한 경우도 있다고 들었으니.

요즘도 이 모임이 이어지는지는 알 도리가 없다. 구글을 뒤져봐도 경록회라는 키워드로 전혀 검색이 되지 않는 것을 보면 아마 명맥이 끊어진 모양이다. 지난 금요일 서울에서 22년만에 만난 친구를 통해서 경록회 동기들이 가끔 모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네이버 앱 "밴드"를 통해 다시 만난 친구들과 오프라인 혹은 온라인에서 종종 수다를 떨면서 잠시나마 당시의 추억에 젖어 보았다.

87년 어느 여름날, 청량리에서 중앙선을 타고 간현 옆의 '판대'라는 곳에서 야유회를 가서 모두 옷은 그냥 입은 채로 물 속에 주저앉아 게임을 하덕 추억, 다시 청량리로 돌아와 어느 중국집에서 가진 뒷풀이 자리에서 다들 과음을 하여(나는 빼고) 정신을 차리지 못하던 기억 등...

이제 누군가 구글에서 "경록회"를 치면 이 글 하나는 건질 수 있을 것이다.

댓글 1개:

MB.K :

반갑습니다.우연히 보게 되어 한줄 인사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