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에 교통사고를 겪은 후 자동차에서 잡소리가 많이 늘었다. 있을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고 그냥 참고 지내고 있다. 그 원인을 도무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 잡소리를 그냥 참아야 하는 가장 큰 이유가 된다.
잡소리 중 하나는 엔진오일 교체를 위해 차체를 들어올린 뒤 비로소 원인을 알게 되었다. 라디에이터 바로 아래에 이물질 유입을 막기 위한 용도로 보이는 검정색 플라스틱판이 길게 덧대어 있는데, 이를 차체에 고정하는 구멍 부분이 부러져서 유격이 생겼고 이로 인해 판 자체가 움직이면서 '삐그덕' 소리가 나는 것이었다.
또 하나의 잡소리는 조수석 아래에서 난다. 출발할 때와 정지 시 관성에 의해 무슨 물체가 움직이거나 멈추면서 부딛히는 듯한 '턱' 소리가 나고 있다. 처음에는 조수석을 앞뒤로 이동시키는 장치가 헐거워졌거나 혹은 차체 바닥쪽에서 어떤 고정장치가 풀린 것이 아닌가 생각하였다. 그러나 의심이 되는 부위를 아무리 더듬어 보아도 헐거워지거나 풀린 부속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뒷자리에 앉아있던 아들이 말했다. 뒷좌석쪽에 있던 재떨이가 안보인다고. 아들이 가끔 쓰레기통 대용으로 쓰던 재떨이가 제자리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 이것이 빠져서 굴러다니고 있는 것일까? 이것이 괴 소음의 정체일까?
바로 어제, 회의 참석을 위해 유성 인터시티 호텔 지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는 아예 마음을 먹고 원인을 찾기로 했다. 조수석 밑으로 손을 넣어서 더듬기 시작. 아하! 텀블러가 하나 나왔다. 이것이 출발 혹은 정차 시 구르면서 조수석 지지대에 부딛혀 소리가 난 것이로구나~
지난주에 손세차를 맡겼었는데, 세심하게 작업을 했다면 이것 정도는 찾아내서 좌석 위에 얹어 둘 수 있지 않았었을까? 그건 그렇다 해도 뒷자리의 재떨이는 어디로 간 것일까?
텀블러를 꺼낸 이후로 두번째의 잡소리는 더 이상 나지 않는다. 좀 더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러 하지 않고 몇 달을 그냥 지낸 내가 한심하다. 오늘따라 앞유리에 선명하게 나 있는 고양이들 발자국이 볼썽 사납다. 이녀석들은 지하 주차장에서 자동차를 놀이터 삼아 미끄럼을 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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