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13일 토요일

동학사 벚꽃축제를 둘러싼 갈등

금요일 저녁, 아내와 함께 계룡산 동학사 입구로 향하였다. 주말에 사무실 물청소를 한다고 해서 모든 집기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 일찍 퇴근을 하여 시간이 남기도 했고, 늦게까지 이어진 추위에 예년보다 늦게 핀 벚꽃이 어느 정도나 자태를 뽐내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동학사 입구의 벚꽃은 항상 시내보다는 늦게 핀다. 활짝 핀 나무도 있지만, 풀린 날씨가 며칠은 지속되어야 다 필 것 같은 모습이었다. 특별히 한파가 없다면 이번 주말과 다음주가 절정이 될 것 같았다. 찾는 사람은 많지 않은데, 길 양편의 노점상은 자리를 가득 늘어놓고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하는 중이었다.

한가지 이상한 점은 경찰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었다. 불법주차 단속을 하러 온 것인가? 길거리와 골목 어귀마다 배치된 경찰을 수십명은 본 듯하다. 이 궁금증은 집에 와서 신문을 보고 나서 풀렸다. 노점상만 먹여살리는 동학사 벚꽃축제를 올해에는 열지 않겠다고 상가번영회에서 포기서를 제출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노점상에 터를 빌려주는 인근 지주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열고 자체적으로 축제를 개최하기로 했다는 것. 아마도 경찰은 불법 노점상을 단속하고 불필요한 충돌을 막기 위해 배치된 것으로 보인다.

가끔 이 계절에 동학사 벚꽃길을 찾을 때마다, 보행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노점상이 판을 치고 각설이 타령을 틀어대며 온갖 냄새를 풍기는 기업형 포장마차를 보는 것이 매우 불편하였다. 약간의 볼거리와 먹을거리도 필요하지만, 마치 70년대 유원지를 보듯 조용히 풍경을 둘러볼 기회까지 빼앗긴채 먹고 마시는 못습 속에 정신을 놓고 싶지는 않다.

생계를 위해 조그만 좌판을 놓고 손님을 끄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수백석의 좌석을 놓고 공연을 빙자한 시끄러운 음악을 트는 기업형 노점상은 반갑지 않다. 축제를 반납하기로 한 상가번영회의 결정에도 수긍이 간다. 외부 노점상에 돈을 받고 자리를 빌려주는 땅 주인은 행사가 축소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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