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광등 안정기를 몇 달 간에 걸쳐서 전자식 안정기로 바꾸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2004년에 입주하면서 리모델링을 하였는데, 수도나 전기 등 손을 보아야 할 곳이 하나 둘 눈에 뜨이고 있다.
2004년 돌아가신 나의 아버지는 집안 구석구석을 점검하고 수선하는 데에는 탁월한 실력을 갖춘 분이었다. 페인트칠, 모르타르 바르기, 개집 만들기, 화장실 고치기, 연탄난로 설치하고 해체하기, 게다가 옷 수선까지. 요즘은 재봉틀을 갖고 있는 가정이 그렇게 많지 않는데, 당시 우리집에는 발로 돌리는 재봉틀이 있었다. 허리가 맞지 않게 된 바지를 곧잘 수선하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떠오른다.
1980년인가 81년도였던가? 우리집은 평범한 단층 양옥 단독주택이었고 테라스에는 사각 기둥이 하나 있고 그 위에 비바람을 막는 물결무늬의 처마 같은 것이 있었다. 일요일에 교회를 다녀와 보니 이것이 무너져 있는 것이 아닌가. 수선을 하러 아버지께서 그 위에 올라가셨다가 하중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 내린 것이다. 아버지는 떨어지면서 갈비뼈에 금이 가서 한양대 병원에 한동안 입원을 하셔야만 했다.
나는 전기쪽에 좀 더 관심이 많고, 간단한 납땜질 정도는 할 줄 안다는 면에서 아버지보다는 좀 더 다양한 분야에서 집안 수선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은 들지만, 일거리가 생기면 즉시 해결하시는 측면에서는 당할 재간이 없다. 나는 뻔히 고장난 것들을 몇달에서 길게는 해가 넘기도록 방치하는 경우가 많으니 말이다.
2등용 전자식 안정기가 1등용과 겨우 몇백원 차이라는 것을 왜 교체한 다음에야 알았을까. 결국 아들 방의 2등용 형광등 기구는 하나만 전자식으로 교체하고 말았다. 전원을 넣으니 전자식쪽은 즉시 불이 들어오지만 일반안정기쪽은 몇 초 뒤에 들어온다. 요즘에는 전기 절감 효과도 있고 수명도 긴 전자식 안정기를 많이 쓰는 추세이므로, 남들보다 센스가 한발 늦은 사람을 가르키던 '형광등'이란 별명을 요즘 아이들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마트에서 사다 놓은 4개 들이 FPL 형광등(36와트)를 하나 꺼내어 꽂아 보았다. 오~ 이런! 주광색이 아니고 전구색이다! 망했다...
세면대용 수전 부속을 교체한 이야기로 이번 글을 맺을까 한다. 우진 코리아라는 국내 제조사의 수전을 지난 9월 경에 신성동의 철물점에서 구입하여 사용해 왔는데, 며칠 전부터 갑자기 물이 새기 시작하였다. 제조사에 전화를 해 보니 대전에 있는 대리점에서 구입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오정동에 있는 우진상사라는 곳의 전화번호를 알려 주었다.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입력하여 찾아가 보니 일반적인 상가가 아니라 주택에 사무실과 창고를 두고 영업을 하는 곳이었다. 구입 후 1년 이내의 하자는 무상 수리라고 제품 포장에 인쇄되어 있었는데, 일체형으로 교체할 수 있는 패킹 뭉치를 무료로 받아 올 수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전원 스위치가 고장난 필립스 헤어 드라이어를 갖고 서비스 센터를 찾았다. 보증 기간 내의 하자인데 단종되어 부품이 나오지 않으니 신품으로 교체해 준다는 것이 아닌가. 이래저래 기분이 좋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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