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22일 일요일

[뉴욕 여행기 1] 뉴욕 우드사이드에 도착하다

우드사이드(Woodside)는 뉴욕시 퀸스 지역에 위치한 동네로서 뉴욕 중심가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딸아이가 집을 얻어서 생활하고 있는 곳이다(3월 20일에 작성한 딸아이의 출국날 참조). 추석 연휴에 주말 및 여름에 거의 쓰지 않은 휴가를 덧붙여서 딸을 만나기 위해 아내와 함께 먼 길을 떠나 왔다. 직장에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이번 추석에는 오래 자리를 비울 예정이라고 광고를 해 놓았었다.

이번 여행은 모든 면에서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하였다. 우선 대전에서 인천국제공항까지 가는 여정부터 예전과는 달랐다. 미국에 가져갈 짐이 많아서 새벽에 일반적인 택시를 불러서 도룡동 공항버스 승차장까지 무사히 갈 수 있을지 확신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직접 차를 몰고 공항 제2터미널 장기주차장에 가서 차 안에서 대충 잠을 잔 뒤 셔틀을 타고 터미널로 가기로 하였다. 출발 시각은 전날 밤 10시 정도.

당연히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하여 대전을 나설 것으로 기대했는데 내비게이션은 계속 국도를 따라서 가게 하였다. 무료도로 위주로 안내하라고 설정을 하지도 않았는데 왜 그런 것인지 이 이해하기 어려웠다. 대체로 제한 속도가 90km/h인 길이었고 차량 통행도 적어서 나쁜 선택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휴게소가 없어서 화장실을 찾느라 애를 먹었다. 잠깐 바깥으로 나가서 편의점에서 마실 물을 사면서 겨우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었다. 평택에 이르러서 비로소 고속도로로 진입하였다. 정확히 복기하기도 어려운 경로를 따라서 간 셈이다.

새벽 1시 근처에 도착한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의 장기주차장에는 거의 빈 자리가 없을 지경이었다. 주차장 혼잡도 실시간 안내에 의하면 주차 가능 대수가 5,300대 정도라고 하였는데 도대체 어디에 빈 자리가 있어서 몇 천 대의 차량이 더 주차를 할 수 있다는 것인가? 셔틀버스 탑승장 A 바로 앞에 겨우 차를 대고 눈을 붙여 보려 시도하였으나 잠이 잘 오지 않는다. 비가 계속 오니 창문을 열지 못해 차 안은 약간 후텁지근하고, 가로등 때문에 주변은 너무 밝고, 게다가 무슨 중장비가 지나가는지 시끄러운 기계음이 간혹 들려서 가뜩이나 불편한 자동차 안에서 잠을 청하기는 거의 불가능이었다.

주차 건물 안에 들어갔다면 너무 밝아서 잠을 청하기가 더 어려웠을 것이다.

장기 주차장 안에는 총 5개의 셔틀버스 승차장이 있다. 제2여객터미널로 향하는 버스가 24시간 운행된다. 


새벽 5시가 되어 짐을 끌고 셔틀버스에 올랐다.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고, 마지막 승차장에서는 짐과 사람으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여객 터미널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탑승시간 3시간 + 알파 전에 여객 터미널에 왔는데도 불구하고 셀프 체크인(입력할 정보가 왜 이렇게 많아!), 보안검색(이렇게 사람 많은 것은 처음 봄)을 마치고 나니 여유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연휴를 맞아 해외로 나가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인천공항의 모습을 보여주는 뉴스 화면 정도는 아니었지만, 연휴 당일이나 토요일도 아닌 금요일 새벽이 이렇게 복잡할 줄은 몰랐다.

항공권을 예약한 것은 7월 초였다. 뉴욕까지 직항으로 왕복하는 국내 항공사의 표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서 편도로 각각 표를 구매하였다. 귀국편은 직항이 있었지만 출국편은 보스톤에서 환승을 해야 했다. 보스턴 로건 국제공항 E 터미널에 도착하여 입국 수속(한 시간도 넘게 걸림) 뒤 짐을 전부 찾아서 A 터미널까지 이동하는 것도 매우 큰 일이었다. 터미널 바깥으로 나가서 셔틀 버스를 타야 하나? 검색을 해 보니 4층으로 올라가면 터미널 사이를 이동할 수 있는 통로가 있었다. 카트도 쓰지 않고 캐리어 몇 개를 포개어 터덜터덜 걸었다. 

터미널 A에 와서는 환승 절차를 몰라서 애를 많이 먹었다. 여기는 델타항공의 전용 터미널이라 할 수 있는데, 현지인들은 대부분 휴대폰 앱으로 예약한 뒤 셀프 체크인 키오스크에서 발권을 한 뒤 짐을 부치고 있었다. 우리 부부는 인천공항->보스턴->뉴욕(JFK) 항공권을 트립닷컴에서 델타항공으로 것으로 구입하였고, 인천공항->보스턴 구간은 실제 대항항공 KE091을 타고 왔다. 인천공항에서 이미 각 구간에 하나 씩 총 두 장씩의 탑승권을 받고 5개의 위탁수하물에도 전부 태그를 붙인 상태인데, 체크인을 다시 처음부터 해야 하는가? 어림짐작과 잘 통하지 않는 영어로 애를 먹다가 무작정 다른 여행객 틈에 끼어서 체크인 절차를 마쳤다. 여권으로 신원을 확인하고, 위탁수하물에 이미 붙어 있는 최종 목적지와 번호를 확인한 뒤, 인천공항의 대한항공 카운터에서 받은 두 번째의 항공권(보스턴->JFK)을 델타항공의 것으로 바꾸어 받은 뒤 비로소 짐에서 해방되었다. 카운터 중 하나에 국제여행객을 위한 것이 따로 있었는데 아마 여기를 이용했다면 다른 국내여행객과 더불어 긴 줄을 설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이것 말고도 블로그에 일일이 기록하기 민망한 우스운 에피소드도 한두 건이 더 있었다. 예를 들어 마지막 보안검색대를 통과하는데 기대 반입용 수하물에 들어있던 햇반이 무엇인지 해명을 해야만 했다. 깨지는 물건이라고 생각을 한 모양이다.

난이도가 비교적 높은 환승 절차를 포함한 여행을 처음 경험하는 셈이다. 예기치 못한 여러 상황이 생길 수 있으므로 항공기 환승을 위해 3시간 간격(10시 반 도착, 13:50분 출발)은 그다지 넉넉한 시간은 아니었다. 겪어 보니 조금 고단하기는 했지만 환승은 무조건 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뉴욕 JFK 공항에 도착해서는 미리 예약한 옐로 라이드를 이용하여 딸이 살고 있는 우드사이드로 이동하였다. 퇴근 시간이라서 길이 많이 붐비고 있었다.


딸에게 주기 위해 한국에서 하나 가득 공수해 간 물건을 풀어 헤치면서 이야기꽃을 피웠다. 가족과 멀리 떨어진 곳을 마다하지 않고 자기 인생을 살기 위해 애쓰는 아이가 정말 대견하고도 기특하다. 알뜰하게 생활하느라 과일 하나 없는 냉장고를 보면 측은한 마음이 든다. 같이 있는 동안 맛있는 것이라도 많이 사 주고 싶은데 뉴욕시의 살인적인 물가를 생각하면 그것도 쉽지는 않을 것 같다.

[2024년 가을의 뉴욕 여행기는 실제 작성일과 공개일이 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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