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23일 월요일

[뉴욕 여행기 9] 떠나기 전날, 또다시 박물관을 찾았다

9월 21일 토요일. 내일 낮에 뉴욕 JFK 공항에서 한국으로 떠나는 비행기를 타야 하므로 이번 여행의 실질적인 일정은 오늘이 마지막이다. 아내는 아침 일찍 일어나 H 마트에서 구입한 한국 식재료로 두 번째 김밥을 말았다. 나는 냄비에 다시 밥을 하였고. 여기에 와서 냄비에 밥을 하는 실력이 꽤 많이 늘었다. 밥이 냄비 바닥에 눌어붙지 않게 밥을 짓는 것은 아주 쉽지는 않다. 뉴욕에 와서 첫 김밥을 말기 위해 밥을 지을 때는 물이 급격히 줄면서 약간 설익은 상태가 되어 버리는 바람에 뜸을 다시 들여야 했다. 아마도 물이 조금 부족했던 것 같다. 요리라는 것이 생각보다 변수가 많으니 어쩌다 결과가 잘 나왔다고 해서 방심할 것은 아니다.

아무리 H 마트에서 식재료를 구입한다 해도 한국에서 김밥을 만들 때처럼 풍성한 재료를 준비하기는 어렵다. 조리기구가 잘 갖추어진 것도 아니고, 우리 가족의 체형에는 너무 높은 조리대에도 불구하고 아내는 최선을 다했다.

늦은 점심을 먹고 쇼핑을 위해 맨해튼 해럴드 스퀘어에 위치한 메이시스 백화점에 나왔다. 매일 타던 7호선이 아니라 조금 걸어 나가서 F호선을 타고 시내로 나왔다.


미세먼지 없는 청정한 뉴욕의 날씨는 정말 부럽다. 주말이라서 그런지 중심가에는 사람이 더 많았다. 메이시스 백화점에 들러서 필요한 옷가지를 구입하였다.




점심은 딸아이가 추천한 순두부 요리집에 가려고 했었으나 기다리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바로 근처의 한국식 중국음식점인 효동각을 택했다.



딸은 일단 집으로 돌아가고 나와 아내는 맨해튼에서 마지막 오후를 즐기기로 하였다. 이번 방문지는 미국 자연사 박물관(American Museum of Natural History). 센트럴파크를 중심에 두고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정 반대편에 위치하고 있다. 3시가 조금 넘어서 도착하였는데 폐장 시간이 5시 반이라서 어차피 모든 시설을 다 둘러볼 엄두를 내지는 못하였다.

81 St-Museum of Natural History역에서 내린 뒤 계단을 통해 들어간 층이 2층임은 한참 뒤에 알게 되었다.



박물관에 입장하여 처음 접한 전시관은 지구 환경이나 우주가 아니라 아시아·아프리카·중남미 등의 고유 역사와 문화에 관한 것이었는데, 오히려 이곳이 더 흥미롭고 유익하게 느껴졌다.





뒤에 보이는 큰 인물상의 입술 양 옆에는 마치 '川'자처럼 세로로 살을 잘라서 뚫은 흔적이 있다. 앞의 조형물은 이를 위해 피부를 자르는 방법을 형상화한 것으로 보인다.




악어에게 먹힘으로써 영원한 삶을 사는 존재가 되었을까? 무슨 의미의 조형물인지는 미지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여기에서도 한국 문화는 중국이나 일본의 것에 비하여 소외된 분위기이다. 1980년에 최초 설치된 디오라마가 정확하지 않다는 항의에 따라 - 실제 기록 사진을 보면 매우 초라함 - 한국인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통해 개선이 이루어지기는 했으나 'The Uniqueness'라는 타이틀로는 여전히 뭔가 부족하다. 관련 기록은 여기에 있다.

자연사 박물관에서 연상되는 참모습은 바로 이런 것.







우리가 흔히 기대하는 자연사 박물관의 모습.


우드사이드로 돌아오는 마지막 지하철 탑승도 순탄하지 않았다. C번 노선을 타고 남쪽으로 내려와서 42 St-Port Authority Bus Terminal역에서 내린 뒤 Times Sq-42 St역까지 이동하여 서쪽으로 가는 7번을 타는 것이 원래 계획이었다. 박물관 역에서 서 있는 열차에 황급히 뛰어들었는데 과연 이것이 C가 맞는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 앞의 승객에게 이게 C냐고 물었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그저 'I guess so...'였다. 

환승을 위해 서 있는 열차에 황급히 뛰어들었는데 원래 목적한 노선이 아니었던 것 같다. 원하는 환승역이라고 짐작하고 내린 곳은 전혀 엉뚱한 역이었다(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음). 다시 검색을 해서 E인지 F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를 잡아 타고 Jackson Hts-Roosevelt Av역까지 간 다음 맨해튼으로 가는 7번을 갈아타고 집으로 겨우 올 수 있었다. 


2024년 뉴욕시에서의 지하철 탑승도 오늘이 마지막이다. 숱한 실수와 좌절로 범벅이 된 지하철 탑승 경험이란!

이번 여행을 통해 많은 경험을 했고 생각의 폭도 넓힐 수 있었다.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별도의 마무리 글을 쓸 예정이다. 이역만리 먼 곳에서 독립적인 생활을 하려고 애쓰는 딸아이의 노력을 직접 눈으로 본 것도 큰 성과라고 하겠다. 

추석 연휴를 제외하면 이번 여행을 위해 내가 실제로 쓴 휴일은 4일이다. 여름 휴가를 이틀 밖에 쓰지 않아서 장기(?) 여행을 위해 이번에 몰아서 쓴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맡은 책임이 있어서 추석 연휴 앞뒤로 많은 시간을 쉬는 것에 대해 부담을 많이 느꼈다. 과연 사무실이 잘 돌아가고 있을지 적지 않게 걱정도 했었다. 지나고 보니 다행스럽게도 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실은 목요일 밤과 금요일 새벽에 걸쳐서 사무실에 근무하는 사람들과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서류를 처리하느라 밤잠을 잘 이루지 못하였다. 긴급한 상황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매월 한 번 정기적으로 벌어지는 일이라 잘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 그렇다. 세상은 나 없이도 잘 돌아간다! 

여유와 자신감을 갖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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