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8일 수요일.
저녁때 집으로 돌아와서 그날 돌아다니면서 체험한 것을 꾸준히 기록하고자 하였으나, 최근 이틀 동안은 걷는 거리가 길어지면서 저녁 식사 후 그냥 쓰러져 잠자리에 들기 일쑤였다. 그래서 다음날 아침에 집을 나서기 전에 잠깐 시간을 내어 전날의 여행 기록을 쓰는 것으로 패턴이 바뀌었다.
일요일 오전에 여기를 떠나야 하므로 앞으로 남은 시간은 3일 정도. 시간을 아껴 가면서 많은 곳을 둘러보고 싶으나 그렇지 못하는 이유가 있으니 첫 번째는 이곳의 물가가 상당히 비싸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우리 부부의 체력이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늘의 목적지는 뉴욕시 박물관(Museum of the City of New York)과 미국 민속 박물관(American Folk Art Museum)의 두 곳이었다. 앞의 것은 월요일에 찾아갔다가 수요일에 무료 입장인 것을 알고 다시 찾았고, 뒤의 것은 상시 무료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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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으로 오는 지하철 노선을 표시한 기념품샵의 티셔츠. |
뉴욕시 박물관에서는 뉴욕의 뉴욕답게 만드는 것은 돈, 다양성, 밀도, 창의성이라고 하였다.
맨 아래층의 영상관에서 뉴욕의 과거-현재-미래를 설명하는 영화를 본 것이 아주 유익하였다. 뉴욕이라는 거대한 도시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확장되었으며, 이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이민자 사회는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그리고 경제 불황과 빈민 격차 및 모두에게 충격을 가져다 준 9·11 테러 등을 어떻게 극복하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가게 될지에 대해서 많은 공부를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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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 판매 광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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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카페에서. 커피 하나 주문하는데 뭘 이렇게 많이 묻는 것인가! 다 알아듣지도 못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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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꼭대기에 새겨진 에이브러햄 링컨의 말이 인상이 깊어서 베껴 왔다. "I like to see a man proud of the place in which he lives. I like to see a man live so that his place will be proud of him." |
2층에서는 몇 가지 기획전이 열리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Manny Vega라는 작가의 작품이('Byzantine Bembé: New York by Manny Vega'), 반대편에서는 흑인 여성 최초로 의회에 진출하였으며 대통령 후보로 나서고자 뛰었던 정치인인 Shirley Chisholm의 탄생 100주년 기념 전시('Changing the Face of Democracy')가 있었다. 이번 박물관 방문이 아니었다면 이런 선구적인 정치인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몰랐을 것이다.
이외에도 무엇인가를 주장하며 시위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영상으로 남긴 작품도 있었다. 그 전시실 내부에는 여러 소수자 - 장애인, 이민자, 어린이 등 - 의 주장을 담은 전시물이 자리잡고 있었다. 시위를 할 권리도 있고, 시위가 싫다고 말할 권리도 있다는 어떤 시민의 인터뷰가 인상적이었다.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한국 사회는 얼마나 포용적이며, 미래를 위해 얼마나 열린 자세를 견지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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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을 나서며. 드디어 기념품(모자)을 하나 샀다. |
미국 민속박물관으로 가려면 또 지하철을 타야 한다. 센트럴파크 동쪽에 접한 5번가를 따라 북쪽으로 걸어 올라가는데 또 주변에서는 역겨운 냄새가 난다. 아마 이것이 마리화나를 태우는 냄새일 것이다. 이것이 진정 뉴욕의 냄새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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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콤 X 블러바드. 센트럴 파크의 북쪽 끝에 해당한다. 여기에 위치한 Central Park North (110 St)에서 2호선 또는 3호선을 타고 남쪽으로 내려가 미국 민속 박물관으로 이동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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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110 St)에서 더 북쪽으로 올라가면 할렘이 나온다. 이번 여행에서 이보다 더 북쪽으로 가게 될까? 월요일에는 컬럼비아 대학교가 위치한 116 St까지 갔었다. 놀랍게도 다음날인 9월 19일에는 브롱크스 미술관까지 진출하였다. |
미국 민속박물관은 66 St-Lincoln Center역 근처에 있다. 일단 위치를 확인한 다음 점심을 먹을 적당한 장소를 검색해 보았다. 소위 커스텀 샐러드를 만들어 준다는 DIG이라는 식당이 가까운 곳에 있어서 그리로 가 보았다. 역시 미국 식당에서 주문하기는 까다롭다. 오전 박물관 카페에서 커피 주문도 어려웠는데, 샐러드에 들어가는 재료를 선택하는 것 역시 쉽지 않았다.
상시 무료 입장인 박물관이라고 해서 반드시 기대 수준을 낮출 필요는 없다. 미국 민속 박물관에서는 게임용 보드 수집품을 전시하고 있었다.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게임판에서는 우리의 인생처럼 여행도 있고, 삶과 죽음도 재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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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의 의사가 들고 있는 것은 수술용 톱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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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세 번째에 위치한 소박한 그림 두 점을 그린 작가인 Clementine Hunter에 대한 설명. 두 작품은 전부 제목이 없지만 교회 가는 모습과 빨래하는 날을 그린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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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종류의 놀이를 하는지 알 수 없는 게임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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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종의 세계일주 게임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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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장애인을 위한 체스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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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와 거위' 게임판. 주사위를 던지거나 해서 나온 숫자만큼 구멍을 따라 이동하는 게임 같다. 교차점에서 멈추면 방향을 틀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직진으로 통과해야 하지 않을까? 거위는 계속 피해 다니고, 여우는 거위를 잡아야 한다. |
바깥으로 나오니 온갖 대형 공연장이 모여 있는 링컨 센터가 나온다. 아름다운 건물 사이에는 너른 연못과 조형물이 자리잡고 있다. 커피 한 잔을 들고 벤치에 앉아 있으면 시간 가는 줄을 모를 것 같다. 줄리어드 음대도 여기에 위치하고 있었다. 이제 어디로 갈까? 브로드웨이를 따라 무작정 걸어서 H 마트를 한번 더 가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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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어드 음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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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rst Plaz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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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ew York Public Library for the Performing Arts, Dorothy and Lewis B. Cullman Cent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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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vid Geffen Hal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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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York City Ball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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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번가 900번지에 위치한 Cascade 카페에서. 바로 길 건너편에 위치한 Gristedes는 규모가 매우 큰 슈퍼마켓이라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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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웨이에 제대로 들어온 것 같다. 이것이 바로 뉴욕 미드타운의 화려한 모습이리라. 오후 4시인데 벌써부터 사람들이 극장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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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스퀘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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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타이이어로 만든 조형물이 아닐까? 검색을 해 보니 작품명은 "Shaved Portions"라는 작품으로서 2024년 뉴욕시의 옥외 조형물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링크). 폐타이어로 만든 것이 맞다. |
오늘도 한국 식료품을 사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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