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9일 목요일.
뉴욕은 다음과 같이 다섯 개의 자치구(borough - 맨해튼, 브롱크스, 퀸스, 브루클린, 스태튼 아일랜)로 이루어져 있다. 각 자치구는 저마다 고유한 특성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여행에서는 퀸스에서 묵으면서 맨해튼을 계속 오가는 중이다. 스태튼 아일랜드는 잠깐 왔다가 가는 전형적인 여행객에게는 주요 관광지로 여겨지지 않으므로 - 맨해튼의 스카이라인을 보기 위함이라면 스태튼 아일랜드로 가는 페리를 탈 수도 있겠지만 - 제외하도록 하자. 그러면 브롱크스에 갈 일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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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출처(링크). |
뉴욕을 이루는 자치구 중 유일하게 섬이 아니라 대륙에 붙어 있는 브롱크스는 보통 가난한 흑인이 많이 사는 곳으로 위험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지하철을 타고 여기까지 찾아간 것은 입장료가 없는 브롱크스 미술관을 가기 위함이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지역의 특색을 반영한 현대 미술 위주의 전시를 하는 곳이라고 한다. 사실 이번 기회가 아니면 언제 또 브롱크스를 가 보겠는가? 야구팬도 아니므로 브롱크스에 있는 뉴욕 양키스 구장에 갈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영화 <조커> 때문에 유명해진 계단('Joker Stairs')가 브롱크스 미술관에서 매우 가까운 거리에 있는데, 관광객들이 너무 많이 와서 소란을 피운다고 한다. 만약 브롱크스 미술관보다 더 북쪽으로 가기를 원한다면 맨해튼 북쪽 끝의 Met Cloisters를 목적지로 삼았을 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이곳에 가서 중세 수도원의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다.
센트럴파크의 북쪽 주변을 돌아다닐 때 느꼈던 것처럼, 힙합의 발상지인 브롱크스 역시 동양인 관광객이 눈에 뜨이는 곳은 아니다. 지하철 역에 내려서 미술관을 찾아 내려가는데 노상에서 저소득층을 위한 것으로 보이는 농산물 장터가 열리고 있었다. 미술관은 오전 11시에 문을 열기 때문에 바깥에서 15분 정도를 기다려야 했다.
브롱크스 미술관의 소개글과 국문 번역(휴대폰 이용)을 소개한다.
For over five decades, The Bronx Museum has been a vanguard of cultural diversity and accessibility in the contemporary art world. The Museum offers 100% free admission for everyone to all its exhibitions and programs, providing a vital creative outlet to the public. Through its curatorial practices, including a permanent collection, the Museum seeks to champion and promote artists who who have been systemically and historically marginalized. The history and culture of The Bronx are a never-ending source of inspiration for the Museum, and its programs are designed to facilitate meaningful engagement with the people of the borough while also attracting visitors from all over New York City and the world. The Bronx Museum is a leader in the cultural sphere with its unwavering commitment to access, dedication to platforming underrepresented artists, and dynamic community-engaged programming.
50년 넘게 브롱크스 박물관은 현대 미술계에서 문화적 다양성과 접근성의 선봉장이 되어왔습니다. 박물관은 모든 전시와 프로그램에 모든 사람에게 100% 무료 입장을 제공하여 대중에게 중요한 창의적 배출구를 제공합니다. 영구 소장품을 포함한 큐레이터 관행을 통해 박물관은 체계적이고 역사적으로 소외된 예술가들을 옹호하고 홍보하고자 합니다. 브롱크스의 역사와 문화는 박물관에 끝없는 영감의 원천이며, 그 프로그램은 자치구 사람들과 의미 있는 교류를 촉진하는 동시에 뉴욕시와 전 세계에서 방문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설계되었습니다. 브롱크스 박물관은 접근에 대한 변함없는 헌신, 소외된 예술가들을 플랫폼화하는 데 헌신, 역동적인 커뮤니티 참여 프로그래밍으로 문화 분야의 선두주자입니다.
이번 기획 전시는 Futura 2000(Leonard Hilton McGurr, 1955년생)이라는 전직 그래피티 예술가이자 현대 예술가의 회고전 "Breaking Out"이었다.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영감을 받아서 Futura라는 별명을 지었다고 하는데, 사실 Futura는 이 영화 타이틀에서 쓰인 글꼴 이름이라고 한다. 보다 자세한 이야기는 여기를 참조하라.
Futura 2000은 그래피티와 추상미술을 접목한 독창적인 세계를 구축하였으며, 의류나 신발 업체 등과도 활발한 협업을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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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001 Pointman, 20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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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der Metropolis, 198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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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mp Off, 1988(왼쪽). |
다음 목적지는 리틀 이탤리.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차이나타운과 마주한 이곳에서 제98회 산 제나로(나폴리의 수호 성인) 축제가 열리기 때문에 이탈리아의 길거리 음식을 맛볼 수 있으리라는 딸아이의 추천 때문이었다. 브롱크스에서 2호선을 타고 정말 긴 거리를 달려 내려갔다.
리틀 이탤리는 차량 통행을 막아 놓고 갖가지 음식 노점이 성업 중이었다. 마치 유원지처럼 놀이 기구도 보였다. 날씨도 뜨겁고 사람도 많았으며 음식도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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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먹은 피자는 Baby John's Pizzeria에서 길거리에 임시 노점을 내어서 파는 것 같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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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식으로 커피와 젤라또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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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부족함을 느껴서 여기에서 카프레제 샌드위치를 하나 더 사서 먹었는데 그 맛이 정말 일품이었다. |
다음 방문지는 역시 무료 박물관인 MOCA(Museum of Chinese in America). 아주 인기가 있거나 고급스러운 곳은 아니지만, 미국으로 건너와서 고된 노동과 차별을 극복해 가면서 영향력 있는 이민자 커뮤니티를 일궈 낸 재미 중국인의 자부심을 읽을 수 있었다. 입구에서 방문객이라고 하였더니 안내원이 갑자기 영어로 뭐라고 와라락 설명을 쏟아내는데(아마도 시설 안내였겠지) 하나도 알아듣지 못했다. 난감한 표정을 지었더니 '영어 못 하세요?'라는 정도의 질문을 하는 것 같았다. 그냥 'A little bit'이라고 대답을 하였다. 그랬더니 1층에는 뭐가 있고 2층에는 화장실이 있고...라고 하였다. 그저 화장실이나 쓰러 온 지나는 방문객이라고 생각을 했을까? 도대체 언제나 꽉 막힌 귀가 트일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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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을 쫓아내자는 모욕적인 장난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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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들은 손세탁 서비스를 하면서 돈을 벌었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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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히 구하면 응답이 있으리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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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중국인이 늘어나면서 공산주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도 커졌을 것이다. 꼭 요즘의 우리 사회를 보는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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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타운을 빠져 나오다. |
오늘의 마지막 방문지는 그라운드 제로. 더운 날씨에 1마일을 조금 넘게 남서쪽으로 걸어야 했다. 힘은 들지만 멋진 건물을 구경하는 것으로 힘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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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York County Supreme Cour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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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good Marshall United States Courthous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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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hattan Municipal Build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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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 높은 건물은 Thurgood Marshall United States Courthouse, 가운데는 St. Andrew Catholic Church, 오른편 빨간 조형물은 Five in One(Tony Rosenth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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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경찰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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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저 멀리 또 브루클린 대교가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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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구 힘들어... 38 Park Row #4에 위치한 스타벅스에서 잠시 쉬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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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 Paul's Chapel. |
세계무역센터역과 지하 상가, 그리고 그 주변의 조형물이 멋지게 어우러져서 관광객과 시민들이 주변 경관을 즐기면서 평화로운 시간을 즐기기에 적당한 곳처럼 여겨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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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무역 센터 역. 아래는 내부 사진. |
그러나 23년 전 9월 11일 바로 이곳에서 3천명 가까운 사람이 희생된 엄청난 테러 사건이 있었음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 9·11 테러는 그 어떤 논리로도 정당화될 수 없지만, 이 사건 이후 미국의 군사적 대응이 과연 옳았는지, 그리고 이에 의한 현지인의 희생에 대해서는 관심이 덜한 것 같다. 목숨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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