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7일 화요일. 'Met'라는 애칭으로도 불리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에서 하루를 다 보냈다. 6시간 정도를 머물면서 발이 아프도록 돌아다녔지만 전시된 작품을 다 둘러보지 못하였다. 1층 남쪽에 위치한 고대 그리스 유물은 나중에 다시 와서 둘러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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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제정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새로운 로고(출처). |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라고 하면 보통 센트럴파크의 동쪽, 5번가(5th Ave)에 위치한 The Met Fifth Ave를 말한다. 그러나 맨해튼 북쪽에는 The Met Cloisters라 불리는 일종의 분관이 위치한다. 홈페이지의 설명에 따르면 각각 다음과 같이 각 미술관을 간명하게 표현할 수 있다. 'Cloister'란 성당이나 수도원의 지붕이 있는 회랑이라는 뜻으로, The Met Cloisters는 이러한 형식으로 지어졌다고 한다.
- The Met Fifth Avenue - Over 5,000 years of art from around the world
- The Met Cloisters - Art, architecture, and gardens of medieval Europe
Met의 입장료는 30달러로 꽤 비싸다. 뉴욕에 주소를 둔 주민이라면 웹사이트를 이용하여 pay-what-you-wish 방식으로 원하는 금액의 돈만 내고 최대 9장까지 표를 구입할 수 있다. 딸의 도움으로 미리 표를 구입하여 QR 코드를 받은 후, 지하철과 버스를 갈아타고 5번가의 Met에 이르렀다. 미국에 와서 고속버스를 탄 일은 있지만, 시내버스를 탄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화려한 상가를 따라서 뉴욕의 분위기를 느끼며 이동하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Met에 갈 때에는 매디슨 애비뉴를 따라서 북쪽으로, 집으로 돌아올 때에는 미술관 바로 앞의 5번가를 따라서 남쪽으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집에 돌아올 때에는 버스를 타고 한참을 더 내려오면 지하철 7번선을 타고 집에 곧바로 올 수 있었지만, 길이 꽤 막히는 바람에 중간에 내려 지하철을 두 번 타는 경로를 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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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튼을 누르거나 줄을 당겨서 하차 의사를 표시한 뒤, 정차한 상태에서 승객이 문을 직접 터치해야 열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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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건너기 직전. |
고대 이집트에서 현대미술까지 아우르는 방대한 규모의 작품에 놀랐다. 마치 바둑판처럼 배열된 방은 일렬로 순회하면서 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서 안내도가 없으면 빼먹고 지나가기 일쑤이다. 평일 오전이라서 사람이 아주 많지는 않았으나, 점심시간이 지나면서 접근성이 좋은 1층의 전시공간에는 사람이 꽉 들어차기 시작하였다. 한국인 관광객을 몰고 다니는 가이드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이 많은 고대 이집트의 유물은 모두 정당한 절차를 거쳐서 소장하게 된 것일까? 요즘은 약탈 문화재를 돌려주는 일이 흔해지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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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공장 미니어쳐. 벽화와 조각 외에도 당시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정교한 작품들이 남아있다는 것은 정말 놀랍다. |
찍은 사진이 너무 많아서 주제별로 정리하여 블로그에 올리는 것은 사실 불가능할 수준이다. 성화 위주의 어두운 중세 미술로부터 르네상스와 인상파를 거쳐 긴 여정 끝에 현대 미술에 이르기까지, 이렇게 유명한 작가의 작품을 한 공간에서 감상할 수 있음에 고마움을 느꼈다. 하긴, 여기까지 비행기로 오느라 투자한 돈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항공사와 미국 정부가 우리 부부에게 감사해야 할런지도. 회화 외에도 가구 등 공예품을 많이 볼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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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arsia라고 불리는 목공 기법은 15세기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것으로, 서로 다른 색깔의 나무를 이용하여 그림을 그리듯이 만드는 방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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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uel Colt(1984-1862)가 제조한 초창기 리볼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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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1년 인도에서 호랑이에게 물려 죽은 영국 군인을 표현한 조형물 'The Death of Munrow'. 비극적인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상업적 조형물로 인기를 끌었던 모양이다. |
점심은 내부 카페에서 먹었는데 가격이 상당히 비싸다. QR 코드는 발급 받은 날에 한해 계속 유효하니 차라리 바깥에 잠시 나가서 푸드프럭에서 음식을 사 먹는 것이 더 나았을 수도 있을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술관 관람의 백미는 역시 명화를 감상하는 것. 유화라서 색이 바라지 않으니 밝은 조명 아래에서 볼 수 있어서 무엇보다도 좋다. 미술관을 둘러보면서 찍은 작품 일부만을 소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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렘브란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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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도 이 마지막 잔은 받아 마시기 싫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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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중년 여성 관광객의 인기 인증샷 대상이었던 고흐의 자화상. |
거장들의 작품에 둘러싸여 시간 가는 줄 몰랐던 하루였다. 이런 기회를 언제 또 맞을 수 있으랴... 아쉬움을 간직한 채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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