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23일 월요일

[뉴욕 여행기 5] 메트로폴리탄 미술관('Met')에서 하루를 보내다.

9월 17일 화요일. 'Met'라는 애칭으로도 불리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에서 하루를 다 보냈다. 6시간 정도를 머물면서 발이 아프도록 돌아다녔지만 전시된 작품을 다 둘러보지 못하였다. 1층 남쪽에 위치한 고대 그리스 유물은 나중에 다시 와서 둘러 볼 예정이다.

2016년 제정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새로운 로고(출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라고 하면 보통 센트럴파크의 동쪽, 5번가(5th Ave)에 위치한 The Met Fifth Ave를 말한다. 그러나 맨해튼 북쪽에는 The Met Cloisters라 불리는 일종의 분관이 위치한다. 홈페이지의 설명에 따르면 각각 다음과 같이 각 미술관을 간명하게 표현할 수 있다. 'Cloister'란 성당이나 수도원의 지붕이 있는 회랑이라는 뜻으로, The Met Cloisters는 이러한 형식으로 지어졌다고 한다.

  • The Met Fifth Avenue - Over 5,000 years of art from around the world
  • The Met Cloisters - Art, architecture, and gardens of medieval Europe

Met의 입장료는 30달러로 꽤 비싸다. 뉴욕에 주소를 둔 주민이라면 웹사이트를 이용하여 pay-what-you-wish 방식으로 원하는 금액의 돈만 내고 최대 9장까지 표를 구입할 수 있다. 딸의 도움으로 미리 표를 구입하여 QR 코드를 받은 후, 지하철과 버스를 갈아타고 5번가의 Met에 이르렀다. 미국에 와서 고속버스를 탄 일은 있지만, 시내버스를 탄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화려한 상가를 따라서 뉴욕의 분위기를 느끼며 이동하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Met에 갈 때에는 매디슨 애비뉴를 따라서 북쪽으로, 집으로 돌아올 때에는 미술관 바로 앞의 5번가를 따라서 남쪽으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집에 돌아올 때에는 버스를 타고 한참을 더 내려오면 지하철 7번선을 타고 집에 곧바로 올 수 있었지만, 길이 꽤 막히는 바람에 중간에 내려 지하철을 두 번 타는 경로를 택하였다.


버튼을 누르거나 줄을 당겨서 하차 의사를 표시한 뒤, 정차한 상태에서 승객이 문을 직접 터치해야 열린다.

길 건너기 직전.

고대 이집트에서 현대미술까지 아우르는 방대한 규모의 작품에 놀랐다. 마치 바둑판처럼 배열된 방은 일렬로 순회하면서 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서 안내도가 없으면 빼먹고 지나가기 일쑤이다. 평일 오전이라서 사람이 아주 많지는 않았으나, 점심시간이 지나면서 접근성이 좋은 1층의 전시공간에는 사람이 꽉 들어차기 시작하였다. 한국인 관광객을 몰고 다니는 가이드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이 많은 고대 이집트의 유물은 모두 정당한 절차를 거쳐서 소장하게 된 것일까? 요즘은 약탈 문화재를 돌려주는 일이 흔해지고 있다고 한다.



빵공장 미니어쳐. 벽화와 조각 외에도 당시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정교한 작품들이 남아있다는 것은 정말 놀랍다.



찍은 사진이 너무 많아서 주제별로 정리하여 블로그에 올리는 것은 사실 불가능할 수준이다. 성화 위주의 어두운 중세 미술로부터 르네상스와 인상파를 거쳐 긴 여정 끝에 현대 미술에 이르기까지, 이렇게 유명한 작가의 작품을 한 공간에서 감상할 수 있음에 고마움을 느꼈다. 하긴, 여기까지 비행기로 오느라 투자한 돈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항공사와 미국 정부가 우리 부부에게 감사해야 할런지도. 회화 외에도 가구 등 공예품을 많이 볼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Intarsia라고 불리는 목공 기법은 15세기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것으로, 서로 다른 색깔의 나무를 이용하여 그림을 그리듯이 만드는 방법이다.



Samuel Colt(1984-1862)가 제조한 초창기 리볼버.


1791년 인도에서 호랑이에게 물려 죽은 영국 군인을 표현한 조형물 'The Death of Munrow'. 비극적인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상업적 조형물로 인기를 끌었던 모양이다.


점심은 내부 카페에서 먹었는데 가격이 상당히 비싸다. QR 코드는 발급 받은 날에 한해 계속 유효하니 차라리 바깥에 잠시 나가서 푸드프럭에서 음식을 사 먹는 것이 더 나았을 수도 있을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술관 관람의 백미는 역시 명화를 감상하는 것. 유화라서 색이 바라지 않으니 밝은 조명 아래에서 볼 수 있어서 무엇보다도 좋다. 미술관을 둘러보면서 찍은 작품 일부만을 소개해 본다.


렘브란트.






소크라테스도 이 마지막 잔은 받아 마시기 싫었을 것이다.
















한국인 중년 여성 관광객의 인기 인증샷 대상이었던 고흐의 자화상.









거장들의 작품에 둘러싸여 시간 가는 줄 몰랐던 하루였다. 이런 기회를 언제 또 맞을 수 있으랴... 아쉬움을 간직한 채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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