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hanging roles of Escherichia coli
이것은 2025년 12월 19일 Nature Microbiology에 실린 리처드 렌스키(Richard E. Lenski) 교수의 글 제목이다('microbe matters', 링크 - 기관에서 구독하는 상태가 아니라면 안타깝게도 유료!). 반가운 마음에 전문을 읽어 보았다. 국내 학회에서 강연을 하기 위해 초청한 렌스키 교수를 인천국제공항에 마중을 나가서 만나서 대전까지 동행했던 기억이 난다. 2004~5년 무렵이 아니었나 싶은데, 무주리조트 티롤호텔에서 열렸던 한국미생물·생명공학회 30주년 기념 학술대회였던가? 당시 미생물과 관련한 굵직한 학술 행사가 국내에서 여럿 열렸었다. 웹브라우저의 번역 기능 덕분에 영문을 빨리 읽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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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생물학자들은 제가 연구 대상은 맞지만 질문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할 것이고, 진화생물학자들은 제가 질문은 맞지만 연구 체계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할 것이라 하였습니다" 정말 뼈 있는 농담이다. 엉뚱해 보이는 두 시스템의 접점에서 중대한 발견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
정말 게으르다면, 원문을 챗GPT에 밀어넣고 다섯 줄 요약을 부탁해도 된다. 다음은 핵심 메시지 5줄 요약이다.
- Escherichia coli는 분자생물학의 핵심 모델이었을 뿐 아니라, 진화가 실제로 작동하는 과정을 실험적으로 검증할 수 있게 한 결정적 생물이다.
- 루리아–델브뤽 실험을 통해 돌연변이는 필요에 의해 생기는 것이 아니라 무작위로 발생하며, 박테리아도 철저히 다윈적으로 진화함이 입증되었다.
- E. coli 집단에서는 유리한 돌연변이가 선택적 스윕을 통해 집단을 대체하는 적응의 동역학이 관찰된다.
- 렌스키의 장기 진화 실험(LTEE)은 동일한 조건에서 진화의 반복성과 우연성의 긴장 관계를 수만 세대에 걸쳐 보여주었다.
- 과학 역시 진화처럼 변화하며, E. coli는 현대 과학이 진화 그 자체를 이해하는 데 여전히 살아 있는 모델임을 증명한다.
1988년에 시작한 대장균의 장기진화실험이 4만 세대에 이르렀을 때, 렌스키 교수는 한국의 21C 프론티어 미생물유전체활용기술사업단과 인연이 닿아서 우리가 보유한 NGS 기술을 이용하여 유전체에는 어떤 변이가 축적되었는지, 적응도(fitness)의 변화 양상과는 어떻게 다른지를 설명하는 논문을 2009년에 Nature에 발표하게 되었다. 한국과 미국, 그리고 프랑스의 연구진이 함께 힘을 모았던 명실상부한 국제적인 프로젝트였다. 훌륭한 연구진과 함께 일했던 사람으로서 나도 저자의 일원이 되는 영광을 누릴 수 있었다. 당시 내 블로그에는 짤막하게 Nature에 논문이 나갔다!라는 글을 남겨 두었다. 원글의 논문 링크는 대부분 in press 상태였기 때문에 지금은 유효하지 않으며, PubMed나 저널 웹사이트에서 제대로 찾아야 한다. 우연이었을까? 당시 이 Nature 논문의 제1저자였던 유동수 박사(농업유전자원센터)를 랜스키 교수의 글을 접하기 하루 전인 어제 우연히 만났다(KOBIC 방문 소식 링크).
컴퓨터를 뒤지니 대장균의 비교유전체학적 분석을 하던 당시에 '발'로 그린 그림 원본도 나온다. MUMmer로 Whole genome alignment를 만든 뒤 Perl로 파싱하여 Xfig용 데이터 파일을 만들고, 이를 다시 포스트스크립트로 전환하였었다. 이 그림이 실제로 출판된 논문 혹은 단행본 챕터에 쓰였는지 혹은 초안 수준으로 끝났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누구나 AI를 이용하여 고도화된 업무를 수행하는 지금 기준으로 생각하면 정말 원시적인(?) 방법으로 그린 그림이었다.
Lenski의 글에서 그림 하나를 가져왔다. '단일 클론'에서 시작한 집단에서 돌연변이가 발생하여 전체로 퍼지고, 또 새로운 변이가 생겨서 집단 전체를 휩쓰는(sweep, '싹쓸이') 모습을 시각적으로 잘 표현하였다. 이것이 바로 selective sweep 아니겠는가. 이 그림을 대장균 집단이 아니라 인류사회 전체로확대한다면 인공지능 기술은 어쩌면 그림의 중간쯤에 위치한 주황색 물결일지도 모른다. 연구와 코딩, 모든 방법이 새로운 신기술에 따라 변한다. 공부와 구글 검색을 통해 힘겹게 스크립트를 짜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챗GPT에 지시만 하면 아주 그럴싸한 스크립트를 제공해 주니 말이다.
비슷한 느낌을 주는 또 다른 실험 그림이 있다. 항생제 농도를 단계적으로 높여서 축구장으로 치자면 하프라인에 가장 농도를 높게 한 거대한 agar plate를 만든 뒤, 골대쯤 해당되는 양 끝에서 미생물을 접종하여 내성 변이체가 자라나고 변화하는 모습을 모니터링하는 것이다. 이것도 벌써 10년 전에 화제가 되었던 Kishony의 연구 결과였다. 공교롭게도 2020년에 내가 쓴 글 기원이 같은 미생물의 유전체 염기서열은 얼마나 차이가 날까?에서 렌스키와 키쇼니의 연구를 짤막하게 다루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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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Visualizing the evolution of bacterial resistance |
미생물은 진화를 관찰하기에 아주 적합한 대상은 아니다. 눈에 보이는, 다시 말해서 관찰 가능한 현란한 특성('거시적')을 보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험 방법이 발달하고 유전체 및 오믹스 분석이라는 신기술에 힘입어 진화의 모델로서 당당히 등장할 수 있었다.
진화는 필요에 의해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요즘의 신기술 또한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 같지는 않다. 기술 발전의 가장 강력한 원동력은 호기심이 아닐까? 간혹 '글로벌 난제 해결'로 포장되기도 하지만. 어쩌면 끊임없이 투자처와 자기 확장 및 이윤을 추구하는 자본이 기술 발전의 가장 큰 원동력인지도 모른다.
아, 800쪽이 넘는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을 빌려다 놓았는데 과연 일주일 내에 읽을 수 있을런지...
인간이 세상을 이해하려는 수많은 방법 중에서 과학은 진화화 가장 유사합니다. 과학은 무지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변화하고 확장하며 다양화됩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겪지만, 자연에 대한 더 완전한 이해를 향해 끝없이 노력합니다. 대장균은 과학처럼 끊임없이 진화하기 때문에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는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Among the many ways we humans try to understand the world, science is the most like evolution. Science changes, expands and diversifies to fill the voids of ignorance, with missteps along the way, but striving for a fuller understanding of nature. E. coli is a star in our understanding because, like science, it keeps on evolving.
렌스키의 글 마지막 단락을 소개하는 것으로 이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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