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악보를 그릴 일이 종종 생길 것 같아서 한동안 잊고 있었던 LilyPond를 다시 설치하였다. 마우스 클릭 몇 번으로 설치되는 그런 친절한 프로그램은 아니다. 윈도우용 zip을 가져다가 C:\Apps에 설치하고, GUI 프로그램인 더불어 필요한 프로그램인 Frescobali(웹사이트와 GitHub)를 최신 버전인 4.0.4도 아닌 3.3.0를 가져다가 깔았다. 최신 버전에서는 msi 파일을 제공하는데, 설치 후 첫 실행에서 에러가 생겨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3.3.0에는 .exe 파일이 제공되고, 첫 실행을 한 뒤에 Edit -> Preferences로 들어가서 LilyPond 실행파일의 위치를 지정할 수 있었다.
LilyPond가 만들어내는 악보 자체의 품질은 매우 우수하다. 그러나 GUI 방식으로 음표를 찍어서 갖다 놓는 방식이 아니라 텍스트 입력 파일을 만들어 '컴파일'을 해야 한다. 마치 LaTex을 다시 쓰는 것만 같은 그런 느낌. 미려한 악보를 출판하기 위한 목적으로는 적당하지만 밴드 합주용으로 사용할 음악 스케치를 그려서 나누어 주는 용도로 쓰기에는 배울 것이 많다. 가파른 학습곡선 덕분에 당장 빠르게 활용하려면 오선지에 손으로 악보를 그려서 배포하고 싶은 생각도 들지만, LilyPond는 그 나름대로의 '재미'가 있다.
Girolamo Frescobaldi(1583-1643)은 바로크 시대의 건반음악 작곡자이자 오르가니스트이다. 자료에 의하면 즉흥처럼 보이지만 치밀하게 설계된 음악의 원형을 만들었다고 한다. LilyPond/Frescobaldi는 이 소프트웨어를 연주용 GUI가 아니라 악보를 언어처럼 다루는 도구라는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이렇게 이름을 붙였다고 볼 수 있다. 프레스코발디의 음악 정신을 따르는 것.
어쩌면 내가 Nano Ardule 드럼 패턴 생태계 조성이라는 취미 프로젝트에서 노력을 하는 것도 드럼 연주를 단순한 MIDI 이벤트가 아니라 인간과 기계 모두가 읽고 편집하며 연주할 수 있는 재사용 가능한 언어로 만들고자 함이었다.
LilyPond/Frescobaldi와 Nano Ardule! 인간과 악기(또는 기계)를 연결하는 정보 체계로서 자유로운 발상을 제한하지 않으면서 정확한 전달을 위한 규약이 되기도 한다. 조만간 이 연결성을 가지고서 에세이를 또 한 편 써야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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