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여행 당시에 제주도에 와서 들렀던 관광지가 어렴풋하게 기억이 난다. 여미지식물원, 성읍민속마을, 산굼부리... 그로부터 30년이 넘게 지나 다시 아내와 함께 제주도를 찾게 되었다. 최근 수 년 동안 제주도를 몇 번 왔었지만 학회 출장으로 오느라 주변을 여유 있게 둘러볼 기회가 없었다.
이번에는 아내와 함께 여미지를 꼭 다시 가 보고 싶었다. 지금은 제주도에서 그렇게 인기가 많은 곳은 아니라고 한다. 과거보다 시설이 낡기는 했지만, 아직까지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어서 무척 반가웠다. 꽃과 나무를 가꾸는 사람들의 정성과 마음가짐을 정말 존경한다. 전날 방문했던 카멜리아 힐(동백 수목원)도 정말 좋았다.
여미지의 상징과 같은 유리온실. 바깥에 조성된 정원이 이보다 열 배는 크다.
온실 전망대에서 바라본 한라산.
일본 정원. 펜탁스 Q10으로 요란하게 색을 입혀 보았다.
프랑스 정원. 바로 뒤에는 이태리 정원이 있다.
산방산 앞 용머리 해안가도 절경이었다. 평생 다른 곳을 가지 못하고 바닷가 바위에 붙어 사는 따개비와 거북손을 보니 측은한 생각이 들었다. 구하기 어려운 별미라고 그걸 보자마자 따서 먹는 사람도 있었다. 평온히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다가 별안간 사람의 입 속으로 들어가는 거북손은 무슨 죄란 말인가.
산방산.
예상보다 좋은 느낌으로 다가온 곳은 무릉곶자왈이었다. 이번의 제주도 방문이 있기 전에는 곶자왈이 무엇인지도 몰랐으니까. 촬영한 영상은 유튜브 쇼츠로 남겼다. 제주도에는 온갖 박물관과 맛집도 많이 있지만, 그런 문명과 자본주의의 흔적보다는 제주 특유의 자연환경과 문화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을 들르는 것에 나는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아내 도한 나와 비슷한 생각의 소유자이다.
덤으로 독특한 모양의 방주교회까지.
제주국제공항을 떠나기 직전의 마지막 방문지는 새별오름이었다. 석양을 바라볼 수 있는 서쪽 코스로 접근했던 것이 큰 행운이었다. 아부오름과 같이 분화구가 있지는 않으나. 억새의 물결이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이번 여행도 사전에 철저하게 조사를 하고 떠나지는 못하였다. 청주국제공항에서 주차대행을 이용한 정도가 새로운 점일 것이다. 떠날 때 3번 게이트에서 차량을 맡긴 뒤 돌아오면 바로 앞의 주차빌딩에서 차를 찾아 나오는 시스템이다. 열쇠는 스마트 보관함에서 찾으면 되므로 밤 늦게 돌아와도 큰 문제가 없다. 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마노코리아는 주차와 렌터카 등의 분야에서 영업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 여행을 위해 트립닷컴에서 이스타항공의 항공권을 예약하였는데, 돌아오는 비행기를 모바일 체크인하지 못하여 카운터에서 좌석을 배정받아야 했다. 왜냐하면 인터넷으로는 좌석이 전부 찬 것처럼 나왔기 때문이다. 혹시 오버부킹은 아닌지 걱정이 되어 전화로 문의하였더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하였다. 최소한 국내 항공사는 오버부킹을 하지는 않는다는 정보가 많이 있었다.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인터넷으로 사전에 지정할 수 있는 좌석이 제한되어 있다던가.
몇 가지 사진을 추가로 소개해 본다.
'이태리정원은 15세기 이태리에서 발달한 노단건축식 정원을 대표하는 빌라데스테(Villa d'este)의 오바토(ovato) 분수를 재현한 정원이다.' - 여미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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