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 3일 토요일

속 불편한 건강검진날

정기 건강검진은 마치 일년에 한 번 치르는 부담스런 숙제처럼 여겨진다. 해가 갈 수록 건강 지표가 점점 나빠지는 것을 보는 것은 결코 유쾌하지 않기 때문이다. 키도 조금씩 줄어들고, 혈압은 슬금슬금 높아지고 있으며, 시력도 나빠지고, 근육량도 주는 것 같다. 이는 노화에 따른 자연스런 결과이므로 인정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대사증후군의 징후는 보이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스럽다고 생각한다. 특별히 운동을 하지는 않지만, 식사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이런 최소 수준의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다. 근육량을 늘리기 위해 노력이 필요하지만 전혀 하는 것이라고는 없다. 가족력이 있는 고콜레스테롤혈증은 약으로 다스리고 있다. 약을 먹지 않아도 중성 지방은 전혀 높지 않으니 그저 그러려니 하면서 지낸다.

건강검진일이 다가오면서 위 내시경에 대한 부담이 커진다. 평소에는 잘 견디는 편인데, 작년에는 삽입부를 잘 삼키지 못해서 애를 먹었다. 올해는 좀 쉽게 할 수 있을까? 

매년 수면 내시경(정식 명칭은 의식하 진정내시경)으로 위 검사를 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다. 자료를 검색해 보니 위 내시경 검사의 경우 무려 80%가 넘는다고 한다. 건강검진을 받던 오늘, 순서가 되어 내시경 검사실로 들어갔더니 아예 대기실에서 침대에 누운 상태로 기다리라고 하였다. 전에는 일반 위 내시경 검사를 하는 경우 검사실에 내 발로 걸어 들어가 준비를 하였었다. 그런데 오늘은 다른 수면 내시경 대상자처럼 침대에서 대기하다가 끌려 들어가서 검사를 받게 되었다. 이제는 일반 내시경을 '비수면 내시경'이라고 부를 정도이니 나도 어느새 소수자가 된 느낌이었다. 차라리 나도 몇 만원 더 내고 편한 수면 내시경을 할 걸 그랬나?

전에는 수면 내시경 대상자에게 운전을 하지 말라는 주의 사항을 전하는 정도였는데, 오늘 검사를 기다리면서 들은 것은 이것에 몇 가지가 더 추가되었다.

"보호자는 누가 오시기로 했나요? 하루 종일 어지럽고 몽롱할 수 있으니 운전은 절대 하지 마시고, 계단 대신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세요. 그리고 계약서 같은 것도 쓰지 마세요."

오, 그렇구나. 정신이 온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계약을 하면 불리한 조건에 대해서 무심코 동의를 할 수도 있으니까.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오늘 위 내시경 검사는 매우 편하게 받았다. 검사 중에는 위를 부풀리기 위해 공기를 주입하는데, 이를 트림으로 빼 내지 말고 조금만 참으라고 하였다. 전에는 긴장하거나 힘을 주지 말라고 하였지, 이렇게 구체적인 설명을 들은 적은 없었다. 생각해 보면 이는 당연한 지시 사항이다. 위를 부풀리지 않으면 검사를 제대로 할 수가 없고, 결과적으로 다시 공기를 주입하고 검사에도 더 긴 시간이 걸릴 것이므로.

'비수면' 내시경이 좋은 점은 검사를 하면서 의사로부터 직접 설명을 들을 수 있고, 검사 후 즉시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목구멍이 아픈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검사 전에는 금식 때문에 허기가 져서 속이 불편하고, 검사 후에는 장비가 쓸고 지나간 자리가 몇 시간 동안 불편하고... 건강검진을 하는 날은 이래저래 하루 종일 속이 불편하다. 내 위장은 완벽하게 건강하지는 않지만 특별히 약을 먹어야 하는 상태는 아니다.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라는 설명을 들었다. 커피는 앞으로도 계속 마시지 말아야 할 것 같다.

운동이 필요하다. 유산소와 중량 운동 모두 필요하며, 치사하게 나 혼자만 할 것이 아니라 움직이기 싫어하는 아내와 같이 해야만 한다. 앞으로 남은 인생 중에 오늘은 가장 젊은 날이라고 하였다.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늦다. 새로운 도전 거리를 찾아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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