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16일 금요일

삼익 일렉트릭 기타(Greg Bennett 'Royale')의 2차 수리 완료

이제는 고인이 된 그렉 베넷의 웹사이트에서 가져온 Royale 시리즈 세미할로우 바디 일렉트릭 기타(링크). 내 기타는 삼익악기에서 제조한 이 시리즈 제품의 프토토타입을 2000년 초반에 구입한 것이다.


이번 수리 직전의 끔찍한 모습을 사진으로 다시 확인해 보자. 넥이 부러진 것을 내가 직접 엉성하게 고쳐서 몇년을 쓰다가 2021년 대전의 뮤직마스터에 헤드스톡의 앞면을 밀어내고 무늬목을 바르는 비교적 간단한 작업을 의뢰했었다(당시 작성한 글 링크). 이 기타는 최근 1년 반 동안의 서울 파견 근무를 함께 하다가 다시 대전 복귀 후 이삿짐에서 꺼내 보니 같은 자리가 또 부러진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일련번호: S99015779(MADE IN KOREA). 1999년 제조품으로 추정. 구입 시기는 2000년 초.


추억이 담긴 소중한 기타이니 버리지 않고 계속 사용하려면 제대로 고치는 것이 낫겠다고 결심을 하고 얼마 전 낙원상가 근처의 수리점에 맡겼다. 약 2주가 지나 수리가 완료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과연 어떤 모습이 되었을까?

1차 수리 후 붙여 놓았던 무늬목은 깨끗이 제거된 상태였다.



자가 수리로는 절대 이런 모습이 나올 수 없다. 1차 수리 때 발랐던 접착제를 긁어내고, 홈을 파서 목심을 박고, 틈을 메우고, 갈아내고, 색을 입히고... 아마도 이런 방식으로 수리를 했을 것이다. MADE IN KOREA라는 글씨는 사라졌다.

접합 부위의 색깔도 원래의 모습과 흡사하다.

넥 뒷면을 무광으로 마무리한 것은 매우 특이하다. 덕분에 몇 군데의 눌린 흔적이 눈에 잘 뜨이지 않게 되었다. 손에 땀이 많은 편이 아니라서 기존의 유광 피니쉬가 특별히 불편하지는 않았었다. 바디와 넥의 일체감이 사라져서 좀 이상하다. 이렇게 마감이 될 것이라고 사전에 알 수 없었던 것은 아쉽다. 

스트링은 평소 쓰던 것보다 얇은 009 게이지로 바꾸어 준 것 같다. 가볍고 야들야들한 느낌. 집에서 앰프에 물려 보니 전기 계통에는 이상이 없다. 

위 사진에서 보이는 넥 쪽의 스트랩핀은 내가 기타 구입 직후 구멍을 뚫어 고정한 것이다. 기타를 사고 보니 핀이 달려 있지 않아서 삼익악기 본사에 연락하여 받았다. 이런 종류의 기타는 보통 넥과 바디가 붙는 뒤쪽에 스트랩핀이 위치하는데, 그걸 내가 알 턱이 있나... 세미할로우 바디 기타의 스트랩핀 고정과 관련한 '큰 공사'는 시흥 별악기의 글(링크)를 참조해 보자. 내 기타는 바디 옆면이 꽤 두꺼운 편이라(다음 사진의 monoframe construction 참조) 스트랩팬이 헐거워질 걱정은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사진 출처: Greg Bennett 웹사이트


넥 접합 뒤 도장과 피니쉬는 다른 곳에 맡긴다고 들었다. 접합 부위의 도장면이 매끈하지 못하고 가루 같은 것이 꽤 많이 붙은 것으로 보아서 아주 완벽한 마무리가 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수리 비용을 생각하면 충분히 만족한다. 

최고 수준의 수리를 원했다면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했을 것이다. 두 번의 수리에 들어간 총 비용은 24년 전 이 기타를 연습용 앰프와 같이 구입한 가격과 비슷하다. 어차피 삼익 그렉 베넷 로고가 인쇄되지 않은 상태로 만들어진 프로토타입 기타라서 정품 발매 가격보다는 싸게 살 수 있었다. 

국내에서 만든 세미할로우 기타를 저렴한 가격에 사기는 정말 어렵다. 전기 파트는 내가 직접 교체하는 것이 가능하니, 프렛 드레싱이나 교체가 필요해 질 때까지는 계속 아끼며 사용하련다.

참고로 대전의 수리 및 리피니쉬 업체인 키큰아이라는 곳이 유명하다고 한다. 내가 사는 곳에 이런 곳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닫하지 못했다. 시흥의 별악기와 대전의 키큰아이를 알게 된 것도 의외의 성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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