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하순부터 분당-광교 철수 작전에 돌입하였다. 주말이면 넓지도 않은 승용차에 짐을 가득 싣고 대전 집으로 향한다. 이렇게 간단히 쓴 두 문장에서 내 생활 변화에 대한 많은 정보를 알아낼 수가 있을 것이다. 어디를 돌아다니는지, 취미를 위해 어떤 일을 하는지, 업무와 관련하여 어떤 글을 읽고 궁리를 하였는지, 별 주저함이 없이 내 주변의 일상을 블로그에 쓴다. 이런 '데이터 부스러기'가 거대 테크 기업의 깔때기를 타고 한데 모여서 마케팅 자료로 쓰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언젠가 이윤을 창출해 줄 잠재적 고객을 위해서!
누가 나를 들여다보라 하였는가(경향신문 2021년 3월 21일)
이미지를 쌓기도 쉽고, 조작하기도 쉬우며, 한 순간에 무너지기는 더욱 쉽다. '정보 개방'이라는 명분으로 공개되는 나의 정보는 어느새 별 몇 개의 성적표가 된다. '이 웹사이트에 만족하셨습니까?'라는 질문에 점수를 달기는 너무 피곤한데, 그 점수는 또다시 피드백이 되어 부자연스럽게 나(혹은 너)의 행동에 제약을 가할 것이다.
데이터 부스러기를 흘리고 다니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사무실 컴퓨터에서는 덕덕고(DuckDuckGo) 검색 엔진을 쓰고 있다. 그런데 검색창에 찾으려는 낱말을 넣고 엔터를 치기도 전, 검색 빈도가 높은 키워드를 미리 보여주는 기능이 사람을 불편하게 만든다. 요즘 미얀마 시민들의 민주화 투쟁이 궁금해져서 검색창에 겨우 '미얀마'라는 세 글자를 넣었을 뿐인데, 정말 한심한 목적의 관광을 위해 미얀마를 찾은 남자들의 검색어가 추천되는 것이 아닌가? 난 다른 사람들이 어떤 낱말을 넣어 검색했는지 알고 싶지 않다!
잘난 체하기, 과도한 관심, 엿보기, 편 가르기... 욕망이 커질수록 깊어지는 골짜기 사이로 온갖 정보가 흘러 다닌다. 정보라는 물살이 흐르는 속도와 수량은 그 정보의 진실 여부와는 별로 관계가 없다. 이 흐름에 물레방아를 놓고 이득을 챙기는 이는 누구인가? 정치적 혹은 경제적 동기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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