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 7일 화요일

과부 제조기(widowmaker) 앰프

과부 제조기(widowmaker, widow maker, or widow-maker)는 매우 위험한 작업을 뜻한다. 해리슨 포드와 리암 니슨이 출연한 2002년 영화의 제목 K-19: The Widowmaker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위험한 일은 꼭 남자(혹은 남편)만이 해야 하는가? 다소 성차별적인 낱말이 아닐 수 없다.


오디오 앰프의 세계에도 과부 제조기에 해당하는 것이 있다고 한다. 1940~50년대에 많이 보급되었던 진공관 라디오 혹은 기타용 앰프 중에서 전원트랜스포머 없이 가정용 교류 전원에 직결하게 만든 것을 뜻한다. 진공관 앰프 회로의 구성품 중 가장 무겁고 가격이 많이 나가는 것은 진공관이 아니라 트랜스포머다. 출력 트랜스포머는 생략할 방법이 없으니 전원쪽의 것을 과감히 생략하여 제조 원가도 절감하고 회로의 단순화도 꾀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히터는 전부 직렬로 연결하고, 전원선은 그대로 정류하거나 심지어는 배전압 정류까지 한다. 만약 앰프의 그라운드가 전원의 cold(또는 neutral)에 연결된 상태라면 그냥저냥 약간은 위험한 수준으로 사용 가능하지만, 만약 전원 플러그를 뒤집어 꽂으면 금속으로 된 외함(대개 접지를 한다)이나 외부에 노출된 커넥터의 그라운드 부분은 그대로 100 볼트 이상이 흐르는 상태가 되어 감전 사고의 위험이 커진다. 5개의 진공관이 쓰인 All American Five(AA5) 라디오 수신기가 바로 그렇다. 라디오 수신기는 사용자가 오디오 신호를 연결하는 커넥터를 직접 여기에 꽂을 일이 없으므로 케이스 전체를 나무로 잘 싸고 볼륨 놉에 전기 전도성이 없는 것을 재료로 쓰면 전원부의 핫-콜드를 제대로 연결하지 않아도 감전이 될 위험성은 다소 줄어든다. 물론 그래도 위험하다! 오디오 신호 입력 단자 다음에 신호용 트랜스포머를 삽입하는 것도 방법인데 절연등급이 이러한 구성을 감당할 수 있는지, 그리고 음질의 열화가 생기지는 않는지 고민해 봐야 한다.

가정으로 들어오는 교류에는 극성이 없다. 그러나 이 중에 어느 하나는 접지에 연결되어 있어서 손을 대도 안전하지만, 나머지는 그렇지가 않다. 네이버의 '골마루의 전기장판 이야기'는 이러한 사항을 아주 친절하게 설명해 놓았다.

20번째 이야기 - 전자파, 전기상식 2
21번째 이야기 - 전자파, 전기상식 3
22번째 이야기 - 전자파, 전기상식 4

Rob Robinette라는 사람은 이러한 구식 '과부 제조기 앰프(및 라디오 수신기)'의 실태를 소개하고 이를 안전하게 개조하는 방법을 설명하였다. 권선비가 1:1인 트랜스포머를 전원쪽에 삽입하는 것으로 위험을 제거할 수 있다.

Widowmaker Amps

내가 이토록 위험한 과부 제조기 앰프에 새삼스럽게 관심을 갖는 것은 실수로 구입한 단권 변압기(auto transformer)를 어떻게 해서든 활용을 해 보고 싶기 때문이다(트랜스포머 풍년). 단권 트랜스는 효율이 좋고 가벼우며 가격도 싸다. 물론 목숨을 담보로 호기심을 충족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단권 변압기는 이렇게 생긴 물건이다. 입출력 공통 단자에 AC 220V의 콜드 단자가 연결되면 그런대로 안전하다. 그러나 전원 콘센트에 반대로 플러그를 꽂으면 매우 위험하다.

출처: http://wiki.modulestudy.com/

따라서 핫과 콜드에 정확히 플러그가 꽂혀야 부하로 전원이 공급되게 만드는 회로('6N1+6P1 싱글 앰프, 멀리 이사를 오다'에서 소개한 유튜브 링크를 참조할 것)에 관심이 있는 것이다.

유튜브 동영상(링크)를 보고 2022년 1월 2일 옮겨 그린 회로도(AC Reverse Polarity Indicator/Protection Circuit).

혹은 다음과 같은 회로(phase-neutral-earth fault indicator circuit)도 도움이 될 것이다.

출처: http://www.theorycircuit.com/phase-neutral-earth-fault-indicator-circuit-diagram/


감전 위험성이 해결된다 해도 220V 전원을 직접 다루는 것에 따르는 문제는 또 있다. 전원의 임피던스가 매우 낮은 상태라서 만약 앰프 회로 내부에서 단락이 일어나면 급격히 대전류가 흐른다. 이는 차단기나 퓨즈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만약 단권변압기를 통해서 어느 정도의 강압이나 승압이 이루어진다면 권선에 의한 임피던스가 조금은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1차와 2차 전압이 별 차이가 없게 탭을 선택한다면(0-100-110-200-220V 단권 트랜스에서 200V 탭에 220V을 인입하고 220V탭에서 242V를 인출하는 경우) 사실상 입력과 출력을 그대로 연결하는 것이나 큰 차이가 없다. 그렇다면 앰프 회로에서 단락이 일어날 경우 그 결과는 매우 위험할 것이다. 200V 탭에 220V을 인입하는 것도 별로 바람직하지는 않다.

그런데 반도체 앰프와 달리 진공관은 망가지는 경우 단락이 일어나지 않고 보통 내부적으로 끊어지게 된다. 그래서 전원쪽 혹은 스피커 쪽에 무리를 주는 일은 좀처럼 생기지 않는다(고 믿는다).

일반적인 소출력 진공관 싱글 앰프라면 230~250V 정도의 전압을 전원트랜스 2차에서 뽑게 된다. 그렇다면 위에서 소개한 단권 트랜스(0-100-110-200-220V, 이디마트 기준 75VA급이 2만원)의 전원쪽에 보호 회로를 넣고(유튜브에서 회로를 따야 한다), 2차에서는 110V을 인출하여 배전압 정류를 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위험 요소를 좀 더 조사한 다음 천천히 실험에 착수해 보겠다.

2019년 5월 8일 업데이트

전원트랜스가 없는 진공관 앰프는 110V를 사용하던 국가에서 주로 쓰인 것 같다. 감전 사고가 났을 때 220V의 위험도는 110V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한번만 더 생각해 봐야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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