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 10일 목요일

트랜스포머 풍년

고만고만한 전원 트랜스포머가 도대체 몇 개인지 모르겠다. 사진에서 보인 것 말고도 반도체 앰프에 두 개의 트랜스포머가 더 들어있다. 아마 100VA급 토로이달 트랜스포머와 50VA EI 트랜스포머일 것이다.



기본 회로도가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시행착오로 43 오극관 싱글 앰프를 만드는 과정 중 무수한 시도와 좌절을 경험하였다. 전원을 안전하게 잘 제어하는 것이 오디오 앰프의 전부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43번 오극관과 12AU7은 동작 상태가 좀 이상해졌다. 이제 여기에 더 노력을 들이는 것은 시간 낭비요, 정신 건강에도 좋지 않다.

작년에 별다른 준비 없이 덜컥 6N1+6P1 싱글 앰프 보드를 구입하면서 모든 일이 시작되었다. 주문제작한 전원트랜스는 심하게 울리는 문제가 있었고, 결국은 SMPS를 자작하여 어느 정도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었다. 전원트랜스가 우는 것은 용량 부족이 원인일 가능성이 크므로, 히터와 B전원을 별도의 트랜스로 공급한다는 생각을 초창기에 했었다.

(아직 여기에는 해석 불가능한 현상이 남아 있다. 2차에 백열전구를 연결하면 오디오 앰프를 연결할 때보다 더 많은 전류가 흐른다. 그런데 왜 트랜스는 울지 않는가? 앰프를 연결하면 정류회로 이후 80mA 정도의 전류가 흐를 뿐이다.) 

하지만 원래 만들었던 전원 트랜스는 B전원을 연결하는데 써야된다고 자연스럽게 여기고 있었다. 왜 그 반대로는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히터용 트랜스보다 B전원용 트랜스가 당연히 더 커야 한다는 고정관념?

43번 앰프의 실험을 위해 구입했던 두 개의 전원 트랜스는 과연 낭비였을까? 더 이상 43번 진공관에 손을 대지 않기로 결심한 이상 낭비가 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중 하나를 6N1+6P1 싱글 앰프(SMPS로 잘 구동하고 있지만)에 써도 되지 않겠는가? 내가 선택한 것은 아세아트랜스의 30VA급 제품이다. 1차는 0-380-440V, 2차는 0-110-220V이다. 1차 440V 탭에 220V를 연결하면 2차 220V에는 그 절반인 110V가 나온다. 이를 배전압 정류하여 6N1+6P1 싱글 앰프에 연결하면 안 될 이유가 없다.

히터는 계속 SMPS로 점화하고 계획한 대로 배선을 하였다. 한 번 정류가 된 것이 다시 앰프 보드 내의 브리지 정류 회로를 거치게 되니 다이오드에 의한 전압 손해가 있을 것이다. 그게 싫으면 첫번째 평활용 캐패시터에 선을 납땜하여 연결하면 된다. 이건 귀찮으니 나중에 하기로 한다. 110V를 배전압 정류한 것이라서 최종적으로 얻어지는 B전압은 원래 쓰던 값에 비해 수십 볼트 낮아지지만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음악을 들어 보았다. 스피커에서는 별다른 험이 들리지 않는다. 배전압 정류 전에 흐르는 전류는 0.19A 정도이다. 두 시간 가까이 음악을 들어보았으나 문제가 될 정도로 트랜스가 뜨거워지지는 않았다. 돌입전류 제한을 위해 트랜스와 배전압 정류부 사이에 10옴 5와트 시멘트 저항을 삽입하였다. 약 2볼트 정도가 떨어짐을 알 수 있었다. 만약 출력 전압이 너무 낮다고 느낀다면 트랜스 1차의 380V 탭에 220V를 연결하면 된다. 이 상태에서는 출력측에 흐르는 전류가 0.2A 정도로 아주 약간 늘어났다.

그러면 히터까지도 전원 트랜스에서 공급을 해 보자. 처음 주문 제작하였던 바로 그 트랜스를 꺼내어서 6.3V 탭을 세 개의 진공관 히터에 연결하였다. 역시 소리는 잘 난다. 히터를 교류로 점화하여서인지 잡음이 좀 들린다. 그러나 히터선 중 하나를 접지하니 소리는 줄어들었다. 100옴 저항 두 개를 연결하여 가상 중점을 만들어 접지를 하면 효과는 더 좋을 것이다.



그렇다. 트랜스를 두 개 쓰면 6N1+6P1 앰프를 아주 잘 구동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를 진작 알았더라면 SMPS라는 멀고도 험한 길을 돌아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하여 SMPS 자작 경험이 무의미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각자 장단점이 있다. 취미로 자작을 하는 입장에서는 당연히 부품의 수가 적고 만들기가 쉬운 리니어 전원이 편하다. 대신 무겁고 효율이 떨어진다. SMPS는 아무래도 대량생산에 적합한 전원장치이다. SMPS용 고주차 트랜스를 감는 일은 여전히 수작업에 의존해야 하지만 말이다. 아래 동영상에서 트랜스를 감는 신기에 가까운 기술을 보라(SMPS Transformer Winding in Factory). 이렇게 수고스럽게 감는 트랜스의 단가는 얼마일까? 중국산 SMPS 가격을 생각하면 과연 그들이 노동에 합당한 임금을 지급받는지 잘 모르겠다. 전세계가 저임금에 기반한 중국 제조업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면 할 말은 없지만...


남는 트랜스포머로는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어차피 진공관 히터용으로 쓰기에는 썩 적합하지는 않다. 25V를 쓰는 43번 진공관 때문에 다른 용도로 쓰기에 돌려 쓰기에 적당하지 않은 트랜스를 고르고 말았으니 말이다. 양전원이 필요한 반도체 앰프용으로나 활용해야 될 것 같다.

혹시 이것은 단권 변압기가 아닐까?

아세아전원에 문의하니 해당 전압을 갖는 밴드형 변압기로서 30VA 제품은 단권 변압기뿐이라 하였다(제품 목록 링크). 복권 변압기의 경우 폭 58 mm는 20VA에 불과하다. 혹시 내가 대단히 위험한 단권 변압기를 가지고서 목숨이 위험한 장난을 치고 있었단 말인가? 퇴근하면 당장 멀티미터로 1차와 2차가 도통 상태인지를 알아봐야 하겠다. 복권이 맞는다면 코어 사이즈가 30VA용 치고는 너무 작다. 


아니면 20VA 짜리 트랜스에 30VA 딱지가 붙어있는 것은 아닌지? 그렇다면 0.2A는 좀 과하다. 퇴근하여 멀티미터로 확인을 해 보았다. 부들부들... 단권변압기가 맞다! 감전이 되지 않고 살아있는 것이 행운이다! 이 트랜스를 오디오 앰프의 전원에 쓰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 다른 방법을 마련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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