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29일 목요일

백만 년 만의 consed 28.0

인터넷 익스플로러/크롬/파이어폭스의 시대에 모뎀으로 01410번 접속을 하는 '이야기' 프로그램을 논하는 것만 같다. 맨날 NGS data만 주무르다가 이 얼마만의 Sanger chromatogram이란 말인가? 늘 사용하는 CLC Genomics Workbench에서 작업을 할 수도 있었으나 본능적으로 익숙하게 사용하던 phred-phrap-consed를 사용하기로 하였다. 4 개의 고세균 콜로니로부터 PCR을 이용하여 16S rRNA gene sequence를 증폭하여 양방향에서 읽은 데이터이다. Read는 총 8 개! 수백만, 수천만개의 일루미나 read를 다루다가 이렇게 단출한 데이터를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사용한 프라이머는 21F와 1492R이다. 서버를 업데이트하면서 실행파일과 부속 스크립트가 여기저기에 흩어진 상태라서 이를 다시 정비하고 phredPhra을 돌렸다. Assembly를 열기 위해 사용한 consed의 버전은 28.0이었다.


정말로 추억이 돋아나는 화면이 아닌가! Trace view 창을 열고, 염기를 편집하고, concensus 위에 tag을 붙이는 동작이 여전히 손끝에 착착 붙는다. 맨날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다가 장식장 속에 오랫동안 방치한 수동식 카메라를 꺼내서 손으로 돌려 초점을 맞추고 셔터 릴리즈 버튼을 누른 뒤 레버를 감는 느낌이랄까?

Phred, phrap 및 consed 공식 웹사이트의 프로그램 입수 방법 문서(링크)를 찾아가니 현재 consed의 최신 버전은 2015년 4월 배포된 29.0인데 나는 이를 아직까지 받지 않은 상태였다. 다운로드 링크를 클릭하여 일단 받아 놓았다. 공지문에 의하면 버그가 수정된 maintenance release라고 한다.

앞으로 consed가 얼마나 더 오랫동안 업데이트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NGS의 시대가 되면서 ab1 file의 낭만적인 trace line를 직접 볼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Consed의 개발자인 David Gordon은 University of Washington의 Phil Green lab에서 오랫동안 일하다가 2015년부터 Eichler lab으로 자리를 옮긴 것 같다(웹사이트). PI인 Eichler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bioinformatic specialist, 멋있지 않은가? 우리나라 같으면 리더보다 나이가 많은 실무자는 보통 버티기 어려운 분위기가 아니던가?

David Gordon at Eichler lab. 출처: https://eichlerlab.gs.washington.edu/dgordon.html
나이가 들면 실무에서 당연히 멀어져야 하고, 다른 젊은 사람을 부려서 일을 하는 관리자 또는 상급자의 길로 접어들어야만 비로소 성공한 사람 대접을 받는 우리나라의 정서가 반드시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꿈이 없는 사람은 꿈이 있는 사람 밑에서 일한다'는 대단히 불편한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실무자는 그렇다면 전부 꿈이 없는 사람이란 말인가? 모두가 리더가 될 수도 없고, 또 그럴 필요도 없다. 겉으로 보여지는 지위와 영향력이라는 지표에 집착하지 말자. 일을 즐기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을 진정으로 존중하는 사람이 리더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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