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 2일 목요일

파커 IM Premium Vacumatik 만년필의 잉크 마름 현상 해결하기

작년 11월 무렵에 파커 IM Premium Vacumatic Pink 만년필을 구입한 적이 있다(당시 글 링크). 나로서는 꽤 심사숙고한 끝에 구입한 것이었는데 캡을 닫아두어도 얼마나 잉크가 잘 마르는지 얼마 쓰지 못하고 서랍에 처박히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저녁때까지 잘 쓰고 캡을 닫아 보관했다가 다음날 아침에 다시 글씨를 쓰려면 잉크가 말라서 도대체 나오지를 않는 것이다. 그 이후로는 파커 벡터 스탠다드를 손에 잘 맞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펜을 쥐는 습관을 바꾸어 가면서 최근까지 사용해 왔다. 만년필은 아무리 캡을 닫아 두어도 매일 조금씩이라도 쓰지 않으면 잉크가 잘 마르지만, 벡터 스탠다드는 며칠 동안 쓰지 않아도 거침없이 잉크가 잘 나왔다. 그런데 이윽고 배럴에 금이 가고 말았다. 배럴을 돌리면 꽉 잠기지를 않고 '톡' 소리와 함께 또 돌아간다. 꽤 오래전에 쓴 파커 Jotter 역시 수년간 사용한 뒤에는 배럴에 금이 가고 말았다.

IM Premium Vacumatic은 왜 이렇게 잉크가 잘 마르는 것일까? 캡을 입으로 물고 바람을 불어보면 아무 저항감이 없이 술술 나온다. 처음에는 아래 사진에서 보였듯이 캡을 구성하는 부품의 틈새(빨강 화살표)에서 바람이 샌다고 생각을 했었다. 순간접착제를 바르고, 매니큐어를 발라보고, 목공 마감용 바니쉬와 목공용 본드 등 주변에 있는 별의 별 재료를 다 발라 보았는데도 여전히 바람이 새는 것이었다. 물을 담은 컵에 캡의 끝을 담그고 입으로 불면 얼마나 세차게 바람이 나오는지 도대체 그 새는 위치를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오늘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하였다. 사진에서 초록색 네모로 표시한 부분, 그러니까 클립으로 가려진 부분 아래에 길쭉한 구멍이 있는 것 아닌가? 도대체 왜 이렇게 큰 구멍이 뚫려있는 것인가? 이런 상태라면 캡을 아무리 닫아도 소용이 없지 않나? 만년필 잉크가 휘발하여 폭발성 기체로 바뀌는 것도 아닌데 왜 이런 구멍을 만든 것인가? 이러니 아무리 캡을 닫아도 잉크가 마르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클립 고정용 구멍을 잘못 뚫은 불량캡을 그대로 조립한 뒤 검수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인가, 혹은 다른 부품으로 막았어야 하는데 실수로 이를 빼먹은 것인가? 아니면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그런 것인가? 혹은 정상 제품은 이런 구멍이 없어야 하나?

구글 검색을 해 보았다. 놀랍게도 클립 안쪽에 구멍이 있는 모델은 또 있었다. 파커 45가 그러하다. 캡을 여닫을 때 생기는 내부의 공기 압력을 배출하기 위한 것으로 생각되는데 - 그러면 여닫기가 편해지고 잉크가 역류하거나 밀리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고 한다 - 아무리 그래도 다음날 뚜껑을 열었는데 잉크가 말라서 글씨가 써지지 않는다면 말이 되는가?

출처: Tick Talk(링크)
일단은 3M 매직 테이프를 작게 잘라서 붙여놓았다. 보기에는 좋지 않지만 잉크 마름은 한결 덜하다. 괜히 이것저것 발라서 말렸다가 다시 벗겨내느라 상처만 남았다.

지금까지 몇 개의 중저가 만년필을 써 보았다. 가격 대비 성능비가 가장 높았던 것은 사실상 일회용 만년필인 '프레피'였고, 워터맨 Phileas도 필기감, 손에 잡히는 느낌, 잉크 흐름, 디자인 등 모든 면이 좋았다. 그러나 Phileas는 배럴 내부에 둥근 금속 링이 들어있어서 표준 카트리지를 넣을 수가 없고 약간 갸름한 워커맨 전용만을 써야 한다. 약간 뻑뻑하지만 펠리칸 카드리지도 들어가기는 한다. 내가 사용해 본 만년필에서 접한 문제점들을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 도장 벗겨짐 - 자바펜 '아모레스', 피에르 가르댕 '리브라'
  • 만년필촉의 나사산 부분이 부러짐 - 자바펜 '아모레스'
  • 배럴의 나사 부위에 금이 감 - 파커 '벡터 스탠다드', '조터'
  • 과도한 잉크 마름 - 파커 'IM Premium Vacumatic Pink', 플래티그넘 '스튜디오'
약간의 비용을 투자하더라도 다음에는 좀 더 좋은 품질의 만년필을 선택해야만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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