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 4일 토요일

도심 대전천에서 물놀이?

기록적인 폭염이 약 20 일째 지속되고 있다. 뉴스에 의하면 앞으로도 최소한 열흘 이상 더 계속될 것이라 한다. 집에서 이렇게 에어컨을 자주 틀어놓은 여름도 이번이 처음이다. 8월 말에 고지될 전기요금이 매우 걱정스럽다.

아내와 나는 대전 구도심 나들이를 자주 하는 편이다. 대전천변의 공터에 차를 세워놓고 중앙시장부터 으능정이 거리, 멀게는 대전여중 근처까지도 걸어서 돌아다니고는 한다. 내가 차를 세우는 무료주차장에서 으능정이 거리 입구까지는 무려 731 미터이고 NC몰까지는 거의 1 km나 된다. 뚜벅이 스타일의 남편을 따라서 별 불만없이 잘 걸어다니는 아내가 고맙기만 하다. 이러한 아내에게 주는 작은 선물은 성심당 케익부띠끄에 들러서 커피와 케익 한 조각을 놓고 사진을 찍는 것. 롯데백화점에 있는 성심당을 포함하면 거의 일주일에 한 번은 방문하는 셈이니 나중에 이 사진을 늘어놓고 지나온 시절을 추억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 될 것이다.

오늘따라 강하게 초상권을 주장하는 아내 때문에 얼굴이 나온 사진을 올리지 못하였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비도 거의 내리지 않아서 대전천의 물은 많이 줄어 있었다. 보통때 같으면 징검다리를 이루는 바윗돌들을 물이 휘감아 흐르겠지만 요즘은 그렇질 못한 상태이다. 수질도 별로 좋지 않아 혼탁하고 냄새도 좀 나는 편이다. 며칠 전 평소대로 으능정이 거리에서 시간을 보낸 뒤 초저녁 무렵이 되어서 대전천변을 걸어서 주차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5시가 훨씬 지난 시각이라 햇볕은 약해졌지만 후끈한 기운은 여전하였다. 선화교 근처의 징검다리(대략적인 좌표는 36°19'55.6"N 127°25'34.7"E)를 건너려는 순간,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였다. 어떤 어르신이 손자로 생각되는 두세살 정도의 아이를 안고서 물 속에 앉아계신 것이 아닌가? 어르신에게는 앉은 상태로 허리춤 조금 위까지 차는 깊이의 물이라 해도 아이는 거의 온몸이 잠길 수준이었다.

대전천의 수질이 아무리 좋아졌다고 해도 목척교-선화교 구간에서 물놀이를 할만한 수준은 결코 아닐 것이다. 발목을 담그기에도 꺼려질 수준의 물에서 몸을 담그다니? 어른이야 아무리 조심을 한다 해도 아이는 물에 젖은 손을 쉽게 입으로 가져갈 것이다. 

더위를 견디지 못한 노숙자가 대전천에 잠시 들어갔다면 이해를 하겠다. 그런데 노숙자에게 손자가 있을것 같지는 않다. 아마도 인근 주민이 아닐까 싶다. 차라리 제대로 만들어진 분수대가 있었더라면 구도심을 지나는 사람 모두가 위생 걱정 없이 더위를 식힐 수 있지 않았을까?

구도심을 살린다고 흉물스런 조형물을 만들고 부실한 관리로 비난을 받는 현실이 안타깝다. 보여주기식이 아닌 시민과 방문객 모두에게 필요한 시설을 만드는데는 그렇게 많은 돈이 들지 않을텐데 말이다.

[대전MBC뉴스] 대전 명물 '목척교' 엉망(무려 4년 전에 게시된 동영상. 지금은 더 나아진 것도 없다)



수백억 들인 도심 하천 흉물로 전락/KBS 뉴스(2018년 7월 10일 게시)